• 어려운 말, 정보 소외 야기…정부·언론사 등 대상 언어개선사업 진행
  • 정부는 국어정책 적극 관리해야…국어자료 체계적 정비 작업도 필요
 

아주경제와 인터뷰를 진행한 김미형 국어문화원연합회 회장 [사진=전성민 기자]


정보통신기술이 발달하면서 ‘언어’ 또한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통신과 TV 등 각종 매체에서 신조어가 넘쳐나고, 외국어 남용도 비일비재하다. 소통 역할을 하는 언어가 파괴되면서 젊은 세대와 기성세대 간 격차는 더 심해졌다.
 
국민을 계도하고, 소통에 앞장서야 할 정부나 기관·언론도 언어문화 파괴의 온상이 됐다. 공중파를 비롯한 언론의 언어 파괴는 말할 것도 없다.
 
신조어와 줄임말, 외국어 사용으로 ‘새로운 표현’과 ‘간결한 표현’은 가능해졌을지 몰라도 이를 모든 국민이 이해하기엔 역부족이다. ‘쉬운 우리말 쓰기’가 필요한 이유다. 쉬운 우리말을 쓰면 단어와 문장은 길어질 수 있지만, 아이부터 노인까지 더 쉽게 이해하고 원활하게 소통할 수 있다.
 
문화체육관광부와 (사)국어문화원연합회는 모든 백성이 쉽게 배우고 익힐 수 있도록 ‘한글’을 창제한 세종대왕의 정신을 계승해 국민 언어생활에 큰 영향력을 미치는 공공기관의 보도자료와 신문·방송·인터넷에 게재되는 기사 등을 대상으로 어려운 외국어를 쉬운 우리말로 대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본지는 이 노력에 힘입어 우리 주변에 만연한 외국어와 비속어·신조어 등 ‘언어 파괴 현상’을 진단하고, 이를 쉬운 우리말로 바꾸기 위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연재하기로 한다. <편집자 주>

 
“국어는 사람의 마음을 나누게 하고 이성적 판단을 하게 하는 중요한 가치를 갖고 있습니다. 어려운 말을 사용하면 그 맥락과 단락을 이해하지 못하게 되고, 필수적인 정보를 알지 못하게 됩니다. 정보화 시대에 오히려 정보 소외가 되고 정보 사각지대에 놓인다는 게 안타깝습니다. ‘쉬운 우리말 쓰기 사업’을 꼭 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최근 진행된 김미형 국어문화원연합회 회장과의 인터뷰 내내 ‘쉬운 우리말 쓰기 사업’에 대한 확신이 느껴졌다. 일상에서 우리말을 사용한다는 어떻게 보면 기본적인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보는 시간이었다.
 
최근 ‘아주경제’와 만난 김 회장은 “우리가 사회에서 접하게 되는 말이 참 어렵다. 외국어 유입이 점점 더 많아지고 있다. 이것은 피할 수 없는 사회의 흐름이지만, 속도를 따라가기가 힘들다”라며 “쉬운 말 쓰기 운동이 전체 국민운동으로 전개되기에는 어려운 상황이다. 문제는 피해를 보는 사람들이 그것이 피해임을 잘 인지하지 못 한다는 점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 일을 주장하고 실천할 수 있는 누군가가 국민을 대변해줘야 한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사단법인 국어문화원연합회는 전국에 있는 거점 국어문화원 21곳을 묶는 중심 역할을 하는 단체다. 국어문화원은 국어기본법 제24조에 따라 ‘국민의 국어 능력을 높이고 국어와 관련된 상담’을 하는 기관으로 세워졌다. 각 국어문화원에서는 국어 관련 전문가들이 원장과 책임연구원을 맡아 국어문화원을 이끌어가고 있다.
 
국어문화원은 국민의 국어 능력 향상 교육, 국어 상담, 지역별 국어책임관 연수회, 한글과 한국어 관련 문화행사, 우리말 가꿈이 활동, 정부·광역자치단체·지방자치단체·언론사 등 공공기관의 공공언어 개선 지원, 학술용어 관련 사업(대학 논문·학술지 감수·용어 정비 등), 우리말(지역어·토박이말) 연구·조사, 지역어 진흥 사업 등 다양한 일을 한다.
 
국어문화원연합회는 이러한 국어문화원의 사업을 계획·관리·지원하는 한편 우리 사회의 국어 환경을 개선하고 국어문화를 발전시키기 위해 정부 부서와 언론사를 상대로 공공언어개선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김 회장은 “대중이 언론을 통해서 많은 정보를 얻기 때문에, 언론이 쉬운 우리말을 사용하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강조했다.
 
이런 국어문화원연합회의 다양한 노력 덕분에 쉬운 우리말을 써야 한다는 생각이 점점 퍼져나가고 있다. 넘어야 할 ‘현실의 벽’도 남아있다.
 
김 회장은 “어떤 분이 쉬운 우리말을 사용하는 게 맞지만, 속해있는 단체나 부서에서 그렇게 쓰지 않으면, 혼자서만 별난 행동을 하는 게 돼 어렵다고 말하더라”라며 “쉬운 말 쓰기는 우리 사회 전체가 꼭 그렇게 하자는 결의를 맺고 실천하지 않으면 이루어지기 힘든 일이다. 그래서 어렵다”라고 짚었다.
 
누구나 처음에는 ‘홈페이지’ 대신 ‘누리집’, ‘박스 오피스’ 대신 ‘흥행 수익’을 사용하는 게 어색하게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이런 변화가 팀원과 부서로 점점 더 확대되기 위해서는 누군가의 시작이 필요하다.
 
특히나 코로나19는 쉬운 우리말을 사용하는 일이 우리 삶에서 얼마나 중요한지를 되돌아보게 했다. 코로나 관련 용어는 모든 사람이 쉽게 알 수 있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쉬운 우리말 쓰기 사업’의 하나로 국립국어원과 함께 외국어 새말 대체어 제공 체계를 구축해 운영하고 있다. 매주 수요일 대체어를 발표한다.
 
최근에는 코로나 감염자 또는 감염 의심자에게 증상 발현 후 나타나는 후유증을 이르는 말인 ‘롱 코비드’를 ‘코로나 감염 후유증’으로, ‘엔(n)차 감염’은 ‘연쇄 감염’ 또는 ‘연속 감염’, ‘부스터 샷’은 ‘추가 접종’으로 다듬었다.
 
어려운 외래 용어가 널리 퍼지기 전에 일반 국민이 이해하기 쉬운 다듬은 말을 제공하기 위해 국어 유관 분야 전문가로 구성된 위원회인 ‘새말모임’을 통해 제안된 의견을 바탕으로 의미의 적절성과 활용성 등을 다각적으로 검토해 대체어를 선정했다. 또한 국민에게 ‘어려운 외국어에 대한 우리말 대체어 국민 수용도 조사’를 실시해 이를 반영했다.
 
이처럼 중요한 ‘쉬운 우리말 쓰기’가 우리 사회에 정착되기 위해서는 사회의 전반적인 인식이 바꿔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정부가 주도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이 김 회장의 생각이다.
 
김 회장은 “정부가 국민의 언어생활에 개입하는 건 좋지 않다고 이의 제기를 할지도 모르지만, 이것은 국민의 사적인 언어생활 문제가 아니라 공공영역의 공공성 유지를 위해 꼭 필요한 일이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김 회장은 “정부가 국어 정책을 적극적으로 지원·관리하는 것은 결코 관료주의가 아니다. 복지 분야에서 사람을 복지에서 소외시키지 않으려고 복지 정책을 펴듯이 정보에서 소외되지 않는 정보 정책을 국가가 펴야 한다”라며 “그렇게 하지 않으면 정보 소외자가 생기고, 국민의 알 권리를 침해하게 되기 때문이다”라고 설명했다.
 
정책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주무 부서인 문체부 국어정책과가 국어 정책 계획을 주도하고 관리하되 국어 전문가가 사회 각 분야의 사람들과 협업하는 체제를 구성해야 한다는 것이다. 가장 좋은 표현이 무엇인지를 가려가며 어려운 말을 쉬운 말로 바꾸고 이것을 적극적으로 사용하게 하는 정책을 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회장은 해결해야 할 과제도 제시했다. 다듬은 쉬운 우리말을 한곳에 모아 검색할 수 있게 하는 일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각 기관별로 다듬어 쓰는 말이 있는지 전수 조사를 지속하고, 한곳에 모으는 일을 국립국어원이 해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 정부 부서의 다듬은 말은 국어심의회에 올라오고 의결 결과 다듬은 말로 인정되면 국립국어원 누리집에 실린다. 국립국어원과 한글문화연대에서 하는 쉬운 우리말 사업 새말 모임에서 다듬어진 말도 국립국어원 누리집에 실린다. 앞으로 학술용어 정비 사업 결과도 실릴 계획이다. 하지만 현재는 행정안전부의 쉬운 용어 정비 목록 등이 일부 누락되어 있다.
 
국어자료를 체계적으로 정비하는 일도 중요하다. 김 회장은 “현재 표준국어대사전은 표준이 아니다. 과거의 문헌 자료에 들어 있던 수많은 한자어가 들어 있고, 외국어와 외래어의 개념을 정확히 구분하여 외래어라고 인정되는 것만 실은 것도 아니다”라고 짚었다.
 
사전 정비 사업은 정부의 지원이 필요하다. 김 회장은 “공공언어에서 써도 좋을 쉬운 말인지 판단하는 것은 직관에 의해 주관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는 일이 아니다”라며 “많은 사람이 의견을 모으고, 국민 설문 조사도 하고, 논의하며 심의해야 한다. 한 국가의 국어사전이란 것은 가장 기본적인 국어 기초 자료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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