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진교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통상분야에서 미 바이든 행정부의 동맹과의 결속을 통한 대중국 견제 및 경쟁전략이 속속 나타나고 있다. 지난 9월 말 출범한 미-EU 무역기술위원회(TTC: Trade and Technology Council)를 그 출발점으로 볼 수 있다. 미·EU 무역기술위원회는 첨단기술에서의 표준협력부터 비시장경제 국가와의 무역분쟁까지 광범위한 분야에서 새로운 국제질서를 제시하겠다고 했다. 특히 공동선언문은 반도체 공급망 안정화, 투자심사 강화 및 수출통제, 인공지능과 함께 비시장경제국가와의 무역분쟁을 우선 과제로 선정하고 있어 움직임이 예사롭지 않다. 투자심사 강화는 국가안보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다양한 투자 관련 자료를 공유함은 물론 특정 외국인의 투자로 인한 안보상의 위험을 해소하기 위해 경우에 따라 상대국의 기업행위까지 간여할 수 있도록 되어있다. 인공지능과 관련해서는 보편적인 인권과 민주적 가치의 존중을 이유로 권위주의적 정부가 사회적인 통제의 목적으로 인공지능기술을 활용하는 것에 반대하고 있다. 중국을 거론하지 않았지만 사실상 중국을 겨냥하고 있는 것과 다름없다. 대서양을 사이에 둔 미국과 EU가 대중국 견제를 위해 전통적인 동맹을 복원하고 결속을 다지는 모습이다.
 
지난주에는 미 상무장관이 일본을 방문해 양국 간 무역과 투자를 강화하기 위한 통상산업파트너십(JUCIP)을 설치하기로 합의했다. 표면상 양국의 민간부문 간 투자와 협력을 활성화한다고 하지만 내용을 보면 사실상 미-EU 무역기술위원회의 공동선언 내용과 별반 차이가 없다. 디지털과 첨단기술 분야에서의 긴밀한 협력관계 구축은 물론 반도체와 5G, 기타 핵심 산업부품의 공급망 안정화 촉진, 특히 핵심 기술의 보호와 불공정 무역관행에 대응하기 위한 공동보조 등은 미-EU 무역기술위원회에서 중점을 두고 있는 과제다. 물론 청정에너지 사용과 관련 기술 개발 촉진에 우선을 두겠다고 하지만 이것이 무역기술위원회 출범을 통한 유럽과의 동맹구축에 이어 미국의 대아시아지역 동맹결속에서 비롯되었다는 것은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다. 여기에 미국 무역대표부와 일본 경제산업성 간 ‘미-일 통상협력틀(US-Japan Partnership on Trade)’이 추가 설치될 예정이기도 하다. 겉으로는 미국과 일본의 공통의 글로벌 어젠더 및 양국의 통상협력을 다룬다고 하지만 실상은 중국을 염두에 두고 중국의 산업보조금 등 불공정 무역관행에 대응하기 위한 미국과 일본의 보조 맞추기란 해석이 지배적이다.
 
뿐만 아니다. WTO 다자통상체제의 틀 안에서도 미국과 EU, 일본의 3국간 결속이 새롭게 강화되고 있다. 미국과 EU, 일본의 3국간 대화는 지난 2017년 아르헨티나에서 열린 제11차 WTO 각료회의를 통해 처음 생겨났다. 이후 3국간 대화는 중국의 철강 과잉설비, 무역왜곡 산업보조금, 국영기업, 기술이전 강요 등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협력해 왔다. 작년에는 중국의 산업보조금 규제를 위해 WTO 보조금 조항을 수정해야 한다는 내용의 공동 성명서를 발표한 바 있다. 최근에는 3국간 대화를 재정비하여 WTO 다자체제의 개혁을 통한 중국 때리기에 나서는 움직임이다. 중국 등 비시장경제국가의 불공정 무역관행을 규제하기 위한 방안으로 다음 주에 열리는 제12차 WTO 각료회의에서 3국이 만나 관련 공동선언문을 발표할 수도 있다.
 
  
중국은 표면상 드러나는 대응은 없으나 실상은 러시아 및 파키스탄과의 군사 및 경제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특히 일대일로와 상하이협력기구(SCO)와 같은 중국 중심의 다자기구를 통해 아시아의 다양한 개도국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함으로써 경제협력 다지기와 중국편 만들기에 집중하고 있다. 엊그제 시진핑 주석이 아세안과의 대화 30주년 정상회의에서 상호원조를 통한 공동의 번영과 발전을 역설하면서 5년간 1,500억 달러의 농산물 수입 등 경제협력을 언급한 것도 아세안 대상의 중국편 만들기의 일환이다. 그러면서 중국은 예상치 못한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및 디지털경제동반자협정(DEPA) 가입 신청을 통해 미국 중심의 동맹 흔들기로 시도하고 있다. 최근 일본을 방문한 미 상무장관의 다음 목적지가 싱가포르와 뉴질랜드라는 점은 중국 동맹 흔들기에 대응하는 미국의 동맹결속 다지기로 볼 수 있다.
 
이렇게 보면 트럼프 행정부 시절의 미·중 무역 갈등이 기존 상품무역 적자해소 중심에서 점차 첨단기술 등 차세대 기술패권 경쟁으로 발전하였고, 최근에는 여기에 더해 미국 중심의 선진국과 중국 중심의 일부 개도국의 대결이라는 진영 간 대결로 진화하고 있는 모습이다.
 
미-중 간 갈등이 점차 진영 간 대결로 발전하는 것이 우리에게 좋지는 않을 것 같다. 우리나라가 어느 진영에 들어갈 지를 선택받는 아주 고약한 입장에 처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설령 진영 대결이 격화되지 않더라도 미국 중심의 선진국들이 주도하는 다양한 동맹결속 움직임은 늘 주시해야 한다. 중국을 겨냥한 다양한 조치들이 우리에게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SK 하이닉스의 중국 장쑤성 우시 반도체공장에 대한 첨단장비 도입계획이 어려움을 겪는 것도 동맹결속에 따른 투자심사강화 및 반도체 공급망 안정화와 무관하다고 볼 수 없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최근 한·미 통상장관 회담을 통해 한미 FTA를 기반으로 강화된 협의체가 만들어진 것은 다행이다. 한미 FTA를 한 단계 높여 공급망 안정을 포함한 첨단기술 개발과 디지털 통상, 노동, 환경, 가후변화 등에서 미국과의 협력을 강화하는 것이 현 시점에서 볼 때 일단은 우선이기 때문이다.






 
서진교  필자 주요 이력 
 
△고려대학교 농업경제학과 △미 메릴랜드대 자원경제학 박사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관세청 자체평가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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