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진교 칼럼] 미·중 통상갈등 선택지엔 '잠정타협'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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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진교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입력 2021-10-24 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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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진교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미·중 

바이든 미국 행정부의 대중국 통상정책 윤곽이 마침내 그 모습을 드러냈다. 이번 달 초 워싱턴 DC의 대표적 싱크탱크인 전략연구소(CSIS)에서 행한 캐서린 타이 무역대표부 대표의 입을 통해서다. 타이 대표는 향후 중국과의 관계에서 다음의 3가지를 핵심 과제로 언급했다. 첫째는 대중 고율관세의 조정이고, 둘째는 1단계 무역합의에 대한 중국의 이행 담보, 셋째는 산업보조금을 포함한 중국의 불공정 무역관행을 해결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를 위해 이용 가능한 모든 수단을 사용하겠다는 말을 더함으로써 은근히 중국을 압박하는 발언도 잊지 않았다.

그러나 이 같은 타이 대표의 발언에도 불구하고 앞으로 중국과의 협상에서 과연 미국이 원하는 결과를 얻을지는 의문이다. 이는 위에서 언급한 이슈들이 미국이 일방적으로 밀어붙이기에는 미국도 취약점이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대중 고율관세 조정이 중국에게만 도움이 되는 것은 아니다. 중국이 지금까지 계속해서 미국의 대중 고율관세 폐지를 주장해 온 것은 맞다. 따라서 고율관세 조정은 분명 대중국 당근책이 될 수 있다. 이를 이용해 1단계 무역합의의 이행을 가속화시킬 수도 있고 산업보조금 문제에서도 중국의 전향적 자세를 기대할 수 있다. 그러나 대중 관세의 전면적인 철폐가 아닌 한 중국이 이에 쉽게 응할 것 같지 않다. 지금까지 계속 고율관세를 감내해 왔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대중 고율관세의 조정은 미국도 필요로 하는 조치이기 때문이다. 미국의 대중 관세가 계속되면서 미국 내 소비자들의 부담이 점차 커지고 있다. 특히 코로나19로 가장 큰 피해를 받은 소매업자들이 중국산 소비재에 대한 관세부과 철회를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 최근 급등하고 있는 물가상승압력도 미국 스스로가 대중국 고율관세를 조정할 이유이기도 하다. 물론 대중국 강경대응이 여전히 미국내 대세이기는 하다. 그래서 트럼프 행정부 시절부터 일부 품목에 관세적용 예외를 허용해 왔던 시한이 종료될 예정이기 때문에 이를 단순히 연장하는 정도의 조정이지 전면적인 조정이 아니라는 설명이 있었다. 하지만 실제 협상이 시작되면 결과를 예단하기는 어렵다. 바닥에서부터 나오는 관세철회 요구가 중간 선거를 앞두고 지지율이 급락한 바이든 대통령에게 매력적인 유혹이 될 것임은 분명하다. 이를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는 중국이 미국의 부분적인 고율관세 조정에 쉽게 넘어갈 리 없다.

1단계 무역합의 이행은 미국이 중국을 압박하여 실질적인 성과를 얻어낼 것으로 예상되는 분야다. 미 피터슨 국제연구소에 따르면 중국의 미국산 상품수입은 약속 대비 62~69%수준인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그러니 미국이 중국을 다그칠 수 있다. 중국도 약속을 했기 때문에 수세에 있는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코로나19 라는 예상하지 못한 변수가 중국을 돕고 있다. 작년과 올해 세계 무역은 코로나19로 인해 급감했다. 그러니 중국도 당초 약속한 수입을 하지 못한 상당히 설득력있는 이유를 갖게 된다. 뿐만 아니라 중국이 오히려 공세적으로 나올 수 있다. 코로나19로 불가피하게 수입이 어려웠으나 앞으로는 약속한 대로 수입하도록 노력하겠으니 미국도 이에 상응한 노력을 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역공을 할 수 있다는 말이다. 정치적으로 민감한 농산물의 경우 중국의 수입약속 이행률은 90%이다. 행여나 중국이 물류 유통의 어려움을 들어 미국산 농산물의 수입 속도를 늦추거나 줄이면 오히려 미국이 수세에 몰릴 수도 있다. 이 또한 중국이 모를 리 없다.


중국의 산업보조금 문제는 중국의 국가자본주의의 근간이기도 하다. 중국이 자국식 경제발전모형을 고수하는 한 웬만한 압박으로는 어떤 변화를 기대하기 어렵다. 결국 미국도 이 부분은 동맹을 이용할 생각이다. 미국과 일본, EU가 세계무역기구(WTO)에서 보조금규정을 개혁하려고 하는 이유도 같은 맥락이다. 그러나 WTO 보조금규정이 미국 의도대로 개정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중국도 비토를 할 수 있는 권한이 있기 때문이다. 결국 중국 스스로 공급과잉이 심해 자체적으로 문제가 되는 부분(예: 철강)에 있어 보조금 철폐나 감축을 기대하는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중국이 미국과 일전을 겨룰 입장도 아니다. 시진핑 체제의 유지를 위해서 내부 단속을 강화한다고 해도 미국과의 통상갈등이 심화되어 경제에 악영향을 주는 것은 체제유지에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 따라서 중국의 핵심 이익이 침해되지 않는 이상 중국으로서도 적절한 선에서 미국과 타협할 유인은 충분하다. 물론 이 경우 타협은 미국과 중국 모두가 갈등을 잠시 미루는 잠정타협이라고 보는 것이 맞을 것이다.

이렇게 본다면 향후 미-중 통상갈등은 격화되기보다 어쩌면 서로 실속을 차리면서 적절히 이익의 균형을 찾는 선에서 잠정 타협하는 쪽으로 정리될 수도 있다. 바이든 행정부가 출범한 올해 상반기 미국의 대중 수출은 44% 증가했으며, 중국의 대미 수출도 27% 증가했다. 최근 미 상무부가 블랙리스트에 있는 중국의 화웨이 등에 지난 수개월간 미국산 부품 수출을 허가해 주었다는 소식도 눈여겨봐야 한다.

물론 이러한 전망은 안보 중심의 강경론이 미국 내에서 얼마나 득세하느냐에 따라 좌우될 것이다. 그렇다고 해도 우리의 입장 정립이 긴요하다. 미국과 중국이 마냥 심각하게 싸우는 경우에도 대비해야 하지만 때론 잠정 타협되는 경우에도 준비해야 한다. 미국과 중국이 타협할 경우 자칫 일관성 없는 처신은 양쪽 모두에게서 불신을 받는 최악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서진교  필자 주요 이력 
 
△고려대학교 농업경제학과 △미 메릴랜드대 자원경제학 박사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관세청 자체평가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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