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돋보기] 가족‧건강보다 '돈'에 진심인 한국인들...17개국 중 유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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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석준 기자
입력 2021-11-22 1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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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 조사기관, 17개국에 삶의 가치 물어...한국은 '물질적 행복' 1위

  • 봉사·여행·취미 등 최하위 수준...응답자 17% "한국 경제 나쁜 상황"

  • 전문가 "한국 경제 수준은 선진국...노동에 대한 가치 태도는 후진국"

전 세계 17개국을 대상으로 삶을 가치 있게 만드는 요소가 무엇인지 조사한 결과 한국만 유일하게 ‘물질적 행복(material well-being)'을 내세운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자들은 부동산, 빚, 수입 등을 삶의 가치와 연관 지어 응답했으며, 전문가는 이러한 결과에 대해 일자리 불안정과 낮은 소득 수준을 주요 원인으로 꼽았다.
 
17개국에 물은 삶의 가치...한국 "물질적 행복"

[사진=퓨리서치센터]

22일 미국 여론조사기관 퓨리서치 센터에 따르면 지난 18일 공개한 17개국 성인에게 ‘삶을 가치 있게 만드는 것’에 관해 물은 설문조사 결과 1006명에 달하는 한국인 응답자들은 물질적 행복을 1순위(19%)로 꼽았다.

이어 건강(17%), 가족(16%), 일반적인 선호(12%), 사회(8%) 등이 순위를 차지했다. 설문에 참여한 한 한국인 여성은 “요즘 같은 어려운 시기에도 큰 걱정 없이 일하고 편안한 삶을 살고 있다”고 답했다.

보고서는 “한국에서는 물질적 행복이 최고의 의미를 지니고 있다. 응답자들은 ‘식사 수준’, ‘집’, ‘가족을 부양할 수입’, ‘부채 유무’, '여가 생활 비용‘ 등이 중요하다고 답했다”고 설명했다.

한국의 결과는 타 국가와 다른 모양새다. 17개국 평균 결과에서는 가족(28%)이 1위로 꼽혔다. 응답자들은 그다음으로 직업(25%), 물질적 행복(19%), 친구와 커뮤니티(18%), 건강(17%) 등 순으로 답했다. 

나라별로는 호주, 뉴질랜드, 영국, 독일, 프랑스 등 14개국이 가족을 삶의 가치에 중요한 요소라고 응답했다. 이어 직업, 친구, 건강 등이 제시됐다. 네덜란드, 벨기에, 일본, 스페인 등은 물질적 행복을 2순위로 꼽았다.

가족을 최우선 순위로 꼽지 않은 나라는 스페인(4위), 한국‧대만(3위) 등 3개국에 불과했다. 스페인은 건강, 대만은 사회를 1순위로 꼽았다.

9개국이 삶의 가치 중 직업을 2순위로 꼽았지만, 한국인들은 직업이라고 한 응답자가 6%에 불과했으며 국가 중에는 최하위 수준을 보였다.

 

[사진=퓨리서치센터]

한국인 응답자 중 특별한 것보다는 일반적인 것이 좋다(일반적인 선호)고 답한 사람은 12%로 전체 국가 중 2위를 차지했다. 1위는 독일(17%)이다.

또한 한국인 응답자들에게 로맨틱한 파트너, 친구 및 사회 커뮤니티 등 인간관계와 배움이 삶의 가치에 주는 영향이 다른 나라에 비해 눈에 띄게 낮은 수준을 보였다. 이는 일본, 대만 등 동아시아국가에서 공통으로 나타난 현상이다.

자연과 종교, 은퇴, 봉사활동 등에 대해서도 삶의 가치를 찾는 비율도 낮았다. 애완동물, 개인 취미, 여행, 새로운 경험이라고 답한 사람 비율은 17개국 중 최하위를 기록했다.

한국인 중 코로나 팬데믹이 삶에 영향을 끼쳤다고 응답한 비율은 1%에 불과했다. 이는 전체 평균인 4%보다 낮은 수치다. 벨기에, 이탈리아, 네덜란드, 스웨덴 등 유럽 국가와 대만, 미국 등이 평균보다 높은 수치를 보였다.
 
전문가 "한국 경제 수준은 선진국...노동 가치는 후진국"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이번 조사는 올해 2월 1일부터 5월 26일까지 1만8850명에게 전화‧온라인 설문 및 심층면접 형식으로 실시됐다. 17개국에는 한국을 비롯해 호주, 뉴질랜드, 스웨덴, 프랑스, 그리스, 독일, 캐나다, 싱가포르, 이탈리아, 네덜란드, 벨기에, 일본, 영국, 미국, 스페인, 대만 등이 포함됐다.

퓨리서치 센터는 “당신이 삶에서 가장 가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무엇인가”를 물었다. 응답은 주관식으로 받은 후, ‘물질적 행복’ ‘건강’ ‘가족’ 등 19가지 카테고리로 분류됐다.

자유로운 응답이 가능한 주관식 형식에도 불구하고 한국과 일본 응답자들은 ‘한 가지’ 답변만 하는 경향을 보였다. 보고서는 “한국과 일본 응답자 중 절반 이상이 응답 소스를 하나만 제안했다”고 전했다.

실제로, 한국은 62%, 일본은 59%의 응답자들이 삶의 의미를 찾는 원천을 묻는 질문에 한 가지만 답했다. 반면, 호주, 미국, 스웨덴, 스페인, 네덜란드 등은 하나의 요인만 답한 응답자 비율이 20%대에 그쳤다. 17개 국가 전체 응답자 중 한 가지 답변만 제출한 비중은 34%였다.

퓨리서치센터는 “이러한 차이가 특정 주제에 대해 많이 언급된 소재일지라도 비율이 다른 이유다. 일례로 한국인의 19%가 물질적 행복을 언급하고 스페인에서도 42%가 언급했지만 물질적 행복이 한국에서 1위, 스페인에서는 2위를 차지했다”고 설명했다.

자국 경제가 좋지 않다고 생각한 국민은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사람들보다 이유를 더 쉽게 제시했다. 한국 경제가 나쁘다고 생각한 사람 중 17%가 이유를 언급한 반면, 좋다고 생각한 응답자 중 근거를 제시한 사람은 8%에 불과했다.

또한 한국인 응답자 중 14%가 삶의 영향을 미치는 요소에 대해 언급할 때 부정적인 원인을 제시했다. 이는 이탈리아(21%), 미국(17%)에 이어 17개국 중 세 번째 순위다.

이외 직업을 중요한 삶의 의미로 꼽은 나라는 이탈리아(43%)였다. 미국은 종교에서 삶의 의미를 찾는다고 응답한 사람 비율이 15%로 다른 나라보다 월등히 높은 수치를 보였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나라 경제 수준이 올라가고 선진국이 되면 일보다는 여가나 가족과의 시간 등에서 보람을 찾는 워라밸을 중시한다. 한국의 경우 경제 선진국 대열에 포함됐지만, 아직도 후진국과 같은 노동에 대한 가치 태도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이러한 결과는) 많은 노동자들이 자기가 일하는 것에 대해서 가치 실현을 하거나 워라밸을 즐기기에는 여전히 일자리가 불안정하고 소득이 충분하지 않다는 의미”라고 덧붙였다.
 

[사진=아주경제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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