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윤숙 한국여성경제인연합회 회장, 3년 임기 마치며 당부
  • 임기 중 발전기금ㆍ여성경제연구소 설립 성과…“퇴임 후 본업 집중할 것”
  • 여성기업 매년 증가하지만...매출 규모·경제활동 참여율은 낮아
  • 2030 여성 창업가 성공률 낮은 건 ‘경력단절’ 때문...제도적 뒷받침 필요

정윤숙 한국여성경제인협회 회장 [사진=유대길 기자]


여성기업이 국가 경제의 핵심축으로 떠올랐다. 세계 경제의 저성장 기조와 ‘코로나19 팬데믹’이라는 초유의 상황 속 여성의 경제활동은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

국내 여성 기업은 약 266만개로 전체 기업 수의 40%를 차지하고 있고, 여성 경제활동 참여도는 매년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여성 기업은 지식 정보화 사회에서 비교우위가 있고 무엇보다도 미래에는 여성의 적극적인 경제활동 없이는 지속적인 경제성장이 어렵다는 점에서 여성 기업에 대한 지원은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여성 기업인의 경제기여도가 높아진 만큼 정부와 금융권의 지원이 확대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힘을 얻고 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변화에 대응하고, 국내를 넘어 글로벌 시장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양적 성장만큼 질적 성장도 무엇보다 중요한 과제기 때문이다. 여성 기업의 성장과 발전을 위해 다양한 연구사업과 제도적 지원도 동반돼야 한다. 한국은 전 세계적으로 미국을 제외하고 여성 기업 지원에 관한 법률이 있는 유일한 나라지만 예산이 부족하고 경영·시설 자금에 대한 확대 지원이 필요한 상황이다.

한국여성경제인협회는 이 과정에서 여성 경제인의 권익을 한 단계 높이는 데 기여한 단체 중 하나로 평가받고 있다. 우리나라 최초의 법정여성경제단체인 여경협은 전국 17개 지회를 두고, 277만 여성 경제인을 대변해 여성의 기업활동 촉진을 위한 다양한 지원사업을 수행하고 있다. 특히 올해는 비대면·언택트 시대에 맞춰 ‘여성 기업 상생 플랫폼’인 여우핫딜을 구축하는 등 여성 기업 판로 확대를 위한 발판을 마련해 주목받은 바 있다.

이에 본지는 오는 12월 임기를 마치는 정윤숙 여경협 회장을 만나 임기 동안의 소회와 함께 국내 여성 기업의 현주소와 발전 방향에 대해 들어봤다.
 
- 협회장으로서 3년의 임기가 곧 끝난다. 소감과 앞으로의 계획이 궁금하다.

“협회 창립구성원으로서, 1999년 협회가 법정단체가 될 때까지 협회를 쭉 지켜봐 왔기에 회장 임기가 시작된 순간부터 항상 끝마무리를 고민해왔다.

특별히 소회가 남다르기보단, 마음먹었던 일들을 어느 정도 마무리했기 때문에 지금 이대로 잘 마무리하고 싶다. 회장만 내세우는 여경협이 아니라 협회를 내세우는 회장으로서의 마감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퇴임 후엔 본업인 세탁업에 더 집중하고 주변 분들을 더 챙기면서 지내고 싶다. 여경협 회장으로 활동하면서, 가정에도 많이 소홀할 수밖에 없었다. 남편과 아이들을 위해 좀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싶다.”
 
- 임기 내 가장 기억에 남는 성과는 무엇인가.

정윤숙 한국여성경제인협회 회장[사진=유대길 기자]


“협회의 오랜 숙원사업인 여성 경제인 발전기금 조성과 여성경제연구소를 설립한 것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여성 기업이 사회로부터 다양한 지원과 혜택을 받는 만큼, 이에 대한 고마움을 사회에 더 크게 환원하는 것이 진정한 여성 기업인의 자세라 생각한다. 우리 협회는 지난 2019년 ‘여성 경제인 발전기금’을 조성했고, 지난해 기획재정부로부터 ‘기부금 영수증 발급’이 가능한 지정기부금 단체로 지정받아 협회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을 위한 토대를 마련했다. 발전기금은 여성 기업과 여성 가장의 창업을 지원하고, 미혼양육모 등 소외계층을 위해 쓰일 계획이다.

여성경제연구소 설립은 취임하기 전부터 반드시 이루고 싶었던 목표 중 하나였다. 여성 기업이 현장에 꼭 필요한 제도적, 금전적 지원을 받기 위해선 여성 경제인에 대한 수치적 통계가 반드시 뒷받침돼야 한다. 이미 여성경제연구소는 정부·협회·기업 등 다양한 곳에서 여성 기업과 여성의 경제활동을 위한 정책·제도 마련에 상당 부분 기여하고 있으며, 후에 여성 기업을 세계 경제의 중심으로 성장시키는 초석이 되리라 확신한다.

[사진=여경협]


이 밖에도 여성 기업 우수제품 판매 플랫폼 ‘여우핫딜(여성 기업 우수제품을 핫딜하세요)’ 오픈했다. 올해 말까지 5만7000개 여성 기업 확인업체를 연결하는 1차 구축을 완료하고, 이후 지속해서 서비스와 외연 확대를 전개해 나갈 계획이다. 여성 기업을 하나로 모으는 단단한 구심점이 될 여우핫딜에 많은 관심 부탁드린다.”
 
- 여성 기업인이 많은 곳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지만 한계도 여전히 존재한다.

[사진=여경협]


“우리나라는 미국을 제외하고 법으로 여성의 기업활동을 지원하는 거의 유일한 국가다. 남녀 고용 평등, 일·가정양립지원, 경력단절여성 경제활동 촉진 등 여성의 경제활동 지원과 고용안정을 위한 다양한 제도 마련에도 열심이다.

하지만 아직 여성 경제활동의 질적·양적 수준은 남성보다 열악한 상황이다. 상장기업 중 여성 임원이 차지하는 비율이 4% 미만으로 미미한 수준이며, 여성 기업 대다수가 소규모 기업인 점 등 많은 지원과 발전이 필요한 상황이다.

비슷한 예를 하나 더 들자면, 여성의 창업 성공률이 40대가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젊은 20~30대 창업가들이 결혼과 출산, 육아를 이유로 경력단절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경력이 단절되는 동안 급변하는 사회에 적응할 새도 없이 육아와 가정을 돌보는 일에 치우쳐 생활하다가 다시 사회로 나왔을 때, 사회생활을 중단했던 여성들이 다시 일을 시작하고 적응하는 것에도 큰 어려움이 따른다.

여성의 출산과 육아에 대한 제도적 뒷받침을 잘 마련해 경력단절로 인한 여성의 사회진출에 어려움이 줄어들 수 있도록 아낌없는 지원을 뒷받침해야 한다.”
 
- 여성기업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선 어떤 지원이 필요할까.

“우선 여성기업확인 발급제도를 확대 운영해야 한다. ‘여성기업확인서’는 해당 기업이 ‘여성기업지원에 관한 법률’에 따른 여성기업임을 증명해주는 문서로 확인서를 발급받은 여성기업은 공공기관 입찰·기타 여성 기업 지원(우대)제도 참여 시 우선권을 갖고 정부의 각종 창업지원과 금리 우대 혜택도 받을 수 있다.

해당 제도로 인해 여성 기업 공공구매 실적도 연평균 8% 증가하고 있다. 하지만 여성기업확인제도 예산은 지난해 이후로 지속해서 삭감되고 있다. 여성 기업 육성‧발전에 큰 역할을 담당해 온 확인제도가 더 투명하고 효율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예산 증액·확인제도 운영 강화가 필요하다.

여성기업주간도 활성화해야 한다. 여성경제인의 자긍심을 높이고, 여성 기업에 대한 인식개선 사업에 필요한 법적 근거를 마련하기 위해 1년 중 1주간을 ‘여성기업주간’으로 지정하자는 법률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여성기업주간을 통해 여성의 경제활동과 여성 기업 육성에 대한 국민의 관심과 지지가 모여 여성 기업이 더욱 활성화되고, 여성의 경제참여율도 확대되길 희망한다.”
 
- 여성기업 지원이 왜 필요하다고 생각하나.

“여성 기업의 성장은 국가 경제 발전뿐만 아니라 여성일자리 문제 해결과도 직결된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연구 결과에 따르면 남녀 경제활동 참여 격차를 줄이면 2030년까지 12% 추가 성장이 가능하다고 한다. 국제통화기금(IMF) 첫 여성 총재인 크리스틴 라가르드 역시 ‘여성 노동시장 참여율을 높이면 한국의 국내총생산(GDP)이 10% 더 늘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 여성 기업의 여성근로자 고용 비율은 70%로 남성기업의 2.3배에 달할 만큼 훨씬 많은 여성 근로자를 고용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여성기업이 성장할수록 여성에게 적정한 임금과 고용안정이 돌아간다고 볼 수 있다.

여성이 소비시장을 움직이는 주체라는 점도 잊어선 안 된다. 여성의 소비역량에 대한 깊은 이해와 고도의 기술력을 바탕으로 여성 기업은 경제를 움직이는 핵심 동력이자 미래 경제성장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여성 기술기반업종창업 연평균 증가율은 남성의 2.8배 수준으로, 여성의 전문성이 강화되면서 보육, 유통 등 생활 문제를 ICT와 결합한 뉴비즈니스가 창출돼 급속성장하고 있다.

여성 기업의 양적·질적 확대와 발전은 여성의 경제참여율 확대와 대한민국 경제성장에 중요한 역할을 하기에, 적극적인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
 
- 끝으로 후배 여성기업인에게 한 말씀 해달라.
 
“여성 기업은 안정적이고 강인하다. 지난 1997년 IMF 외환위기 당시 중소기업 평균 어음 부도율이 30%를 넘어설 때, 여성 기업 부도율은 7% 정도로 매우 낮았다.

코로나로 세계 경제가 위기인 지금, 여성 기업이 위기를 기회로 만들 수 있다고 믿어 의심치 않는 이유다.

‘궁즉변 변즉통 통즉구(窮卽變變卽通通卽久)’라는 말이 있다. 궁하면 변하고, 변하면 통하고, 통하면 영원하다는 뜻이다. 절실한 마음으로 시작하면 결국 변화를 통해 성공에 이르기 마련이고, 그 노력은 절대 헛된 것이 아니기에 영원히 계속될 것이다. 혹시라도 기업 운영에 고민이 생긴다면 언제라도 한국여성경제인협회를 찾아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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