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건희 기증관 서울 건립 확정에 비수도권은 '허탈'
  • 미술관은 서울로, 폐기물·화장시설은 비수도권으로
  • 최형두 국민의힘 의원 "문화 독점이라 해도 과언 아냐"

'이건희 기증관' 건립 부지 앞에서 [사진=연합뉴스]

고(故)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남긴 국보급 문화재 2만3000여점을 전시할 이건희 기증관 부지로 서울시 종로구 송현동이 최종 낙점되자 유치전에 뛰어들었던 비수도권 지역에선 서울공화국을 강화하는 결정이라고 쓴소리했다. 서울공화국은 정치·문화·사회 등 모든 분야가 서울에 과도하게 집중되는 현상을 비꼬는 말이다. 이건희 기증관 외에도 올해 완공되는 국립세계문자박물관과 2024년에 지어지는 국립한국문학관도 수도권에 들어서면서 비수도권 지역 주민들의 불만은 커질 것으로 보인다.

15일 경남 지역 주민들이 모인 온라인 커뮤니티엔 이건희 기증관 건립부지를 두고 뒷맛 씁쓸한 목소리가 오가고 있다. 이건희 기증관을 지역에 유치해 문화 불균형을 해소하려던 바람이 물거품되면서다. 앞서 문화체육관광부(문체부)는 지난 9일 '국가기증 이건희 소장품 활용위원회'가 송현동 48-9번지 일대 3만7141.6㎡ 중 일부(9,787㎡)를 기증관 건립 부지로 심의·의결했다고 밝혔다. 인근에 국립현대미술관이 있어 전문성을 갖춘 인력과 협력하기 쉽고 접근성이 높다는 이유에서다.
 

이건희컬렉션 특별전을 보는 OECD 국제관광포럼 참석자들 [사진=연합뉴스]

이런 문체부의 결정을 두고 유치전에서 탈락한 지방자치단체는 반발하고 있다. '이번에도 서울'이란 불만이다. 특히 전국에서 가장 먼저 유치전에 뛰어든 부산시는 허탈하다는 입장이다. 이건희 기증관 유치를 위해 구청사까지 내놓겠다고 했지만, 최종 후보지를 압축하는 예선전에도 끼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건희 기증관 지방 유치에 첫 신호탄을 쏜 박형준 부산시장은 건립 부지가 서울로 결정이 나자 자신의 페이스북에 "어떻게 이런 결정을 내릴 수 있나. 대한민국은 서울밖에 없느냐"고 불만을 드러냈다. 또 "그 흔한 공청회나 토론회 한번 없었고, 최소한 공모라도 해달라는 지역의 요구도 일거에 묵살했다. 한마디로 지역 국민들은 거들떠보지도 않는 지역 무시와 오만 행정의 극치"라고 비판했다.
 

1인 시위하는 홍순헌 해운대구청장 [사진=해운대구 제공]

구청사를 제공하겠다며 이건희 기증관 유치에 적극적인 의사를 표현했던 홍순헌 해운대 구청장은 문체부 앞에서 '서울과 지방 문화 격차 가중하는 이건희 미술관 서울 건립방침 철회하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1인 시위에 나서기도 했다. 경남 지역 온라인 커뮤니티의 한 회원은 "서울이 본진, 지방은 옵션이라는 평소 인식이 나온 결정"이라며 서울 지역 대학 출신으로 구성된 위원회 명단을 올리면서 '그들만의 리그'라고 꼬집었다.
 

이건희 컬렉션 [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이건희 기증관 건립이 서울로 결정 나면서 서울과 지방 간의 문화 격차가 더 커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수도권이 문화시설을 블랙홀처럼 다 빨아들이는 반면, 비수도권은 폐기물 처리, 화장시설 등 기피 시설만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형두 국민의힘 의원이 문체부로부터 받은 문화 인프라 현황 자료에 따르면 전국 미술관 229곳(2017년 기준) 가운데 41%가 수도권(서울·경기·인천)에 몰려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시·도별로는 서울 39곳, 경기 52곳, 인천 4곳이다. 반면 부산(6곳)과 대구(4곳), 광주(9곳), 대전(5곳) 등 광역시는 한 자릿수에 불과했다. 작년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2017년 이후 3년간 수도권에는 미술관이 9개 더 생겼지만, 대구를 비롯해 대전, 울산엔 단 한 곳도 늘어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일반에 공개된 이건희 컬렉션 [사진=연합뉴스]

반면 혐오 시설을 기피하는 님비 현상의 대표적인 시설물은 비수도권에 집중돼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전국 220곳인 폐기물 처리시설은 수도권에 6%(14곳)만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반면 비수도권에는 93%(205곳)를 차지하고 있다. 대표적인 기피 시설로 꼽히는 화장시설도 비수도권 쏠림 현상이 심하다.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보건복지부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전국 화장시설 60곳 중 수도권의 화장시설은 서울 2곳, 경기 3곳, 인천 1곳에 불과했다. 반면 비수도권엔 54곳이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이건희 기증관의 서울 건립을 두고 정부의 지방 홀대가 여실히 드러났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 의원은 "서울에 미술관과 박물관 인프라가 몰려 있어 문화 독점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방에 산다는 이유로 문화예술 향유는커녕, 접근 기회조차 박탈당하면 안된다. 문화예술 향유가 국가 균형 발전 모범 사례가 되도록 정부가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꼬집었다.

한편 문체부는 수도권에 문화 기반이 집중돼 지방에서 아쉬움이 많다는 지적에 순회 전시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국립세계문자박물관과 국립한국문학관이 각각 인천과 서울에 들어서게 되면서 수도권 문화집중 현상을 둘러싼 비수도권의 불만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사진=아주경제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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