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SMC 출신' 반도체 거물... 11개월 만에 SMIC 떠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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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인선 중국본부 팀장
입력 2021-11-12 1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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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반도체 거물' 장상이 등 TSMC 출신 임원 무더기 사임

  • '반도체 공급난' 속 첨단공정 대신 성숙공정 집중

  • 반도체 호황에 성숙공정 수요 확대···매출 '고공행진'

중국 파운드리 업체 SMIC.

중국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체 중신궈지(中芯國際 SMIC)에 영입된 세계 1위 파운드리 대만 TSMC 출신 핵심 인재들이 줄줄이 사퇴했다. 최근 전 세계 반도체 대란에 주문이 폭주하면서 SMIC가 첨단 공정 기술 개발보다는 성숙공정 중심으로 생산설비를 확대하는 데 주력하면서 빚어진 결과라는 해석이 나온다.
 
'반도체 거물' 장상이 등 TSMC 출신 임원 무더기 사임

사임한 장상이 SMIC 부회장.

SMIC는 11일 저녁 상하이거래소 공시를 통해 장상이(蔣尙義) 부회장이 사임하고 집행이사 및 전략위원회 위원직에서도 물러난다고 밝혔다고 중국 매일경제신문 등 현지 언론이 12일 보도했다. 

장 부회장이 지난해 12월 SMIC에 영입된 지 1년도 채 안 돼 떠나는 것이다. 장 부회장은 “가족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싶다”고 이유를 밝혔지만, 사실상 SMIC의 회사 발전 노선을 놓고 이사회와 마찰을 빚은 결과라는 관측이 나온다.

TSMC 최고운영책임자(COO) 출신의 장상이는 중국 반도체 거물로 잘 알려졌다. 미국 스탠퍼드대 전자공학과 출신으로, 1997~2015년까지 TSMC에서 일했다. 그곳에서 16㎚(나노미터) 공정 등 10여개 반도체 핵심 연구개발(R&D) 프로젝트를 주도하며 TSMC를 세계 최대 파운드리 기업으로 발전시킨 일등공신이다. 

지난해 미국의 제재에 맞닥뜨린 SMIC는 2020년 12월 장상이 부회장을 영입하며 반도체 첨단 공정 기술을 발전시키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이때에도  SMIC 내부적으로 잡음은 있었다. 당시 SMIC 공동 CEO였던 량멍쑹(梁孟松)은 갑작스러운 장 부회장 영입에 반대하며 CEO직을 사임하겠다고 선언했던 것. 그러자 SMIC는 연봉 4배 인상과 40억원이 넘는 호화주택을 제공하면서까지 그를 붙잡았다. 

장상이와 마찬가지로 TSMC 출신인 량멍쑹은 2009년 삼성전자에 합류해 14나노미터(nm) 핀펫을 양산하는 데 크게 기여한 인물로도 잘 알려져 있다. 2017년부터 SMIC CEO로 합류해 14나노, 7나노 초미세공정 기술 발전을 이끌어온 핵심 인재다. 

주목되는 점은 장상이뿐만 아니라 같은 날 량멍쑹도 공동 CEO 자리만 그대로 유지하고, 집행이사직에서 물러났다는 것이다. 저우제(周傑)와 양광레이(楊光磊) 비집행이사도 모두 사임했다. 장상이, 량멍쑹, 양광레이 3명 모두 TSMC 출신이다. SMIC 이사회에서 TSMC 출신 이사진이 한꺼번에 물러난 것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올 들어 SMIC에서는 반도체 핵심 기술 인력이 줄줄이 빠져나갔다. 앞서 7월엔 SMIC의 반도체 공정 개발자인 우진강 부총재도 20년 만에 사임했다. 9월엔 저우쯔쉐(周子學) 이사회 회장이 경영일선에서 물러나 집행이사직만 맡고 있다. SMIC의 반도체 기술 개발에 차질을 빚을 것이란 우려가 증폭됐다. 
 
'반도체 공급난' 속 선진공정 대신 성숙공정 집중
SMIC는 그간 중국 반도체 굴기 자존심으로 불리며 미국 제재에 맞서 중국 반도체 핵심 기술 개발의 선봉장 역할을 했다. 대만 TSMC, 삼성전자를 추격하겠다는 목표로 당국의 지원사격 속 선진공정 개발에 박차를 가했다. 

장상이도 SMIC 부회장으로 영입될 때부터 줄곧 첨단 기술 개발을 외쳤다. 그는 특히 칩렛 기술 개발에 관심이 많았다. 칩렛은 핵심 CPU를 집적한 반도체로, 성능을 극대화하는 선진 패키징 기술이다. 장 부회장은 취임 후 "반도체 선진 공정이 기초지만, (반도체 집적도가 2년마다 2배로 늘어난다는) '무어의 법칙'이 한계에 직면하면서 이를 극복할 패키징 기술 중요성이 커졌다"고 강조했다. 올 초에도 그는 SMIC가 선진 공정과 선진 패키징 기술 모두 발전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지난해 말부터 전 세계 반도체 공급난이 벌어지며 SMIC의 첨단기술 발전 노선에 변화가 생겼다. 반도체 수요 급증 속 선진 공정 개발보다 성숙공정에 초점을 맞추기 시작한 것이다.

이는 SMIC의 실적 보고서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SMIC는 지난해 자본지출 31억 달러(약 3조6500억원) 중 25억 달러를 베이징과 상하이의 300mm(12인치) 웨이퍼 공장 설비 투자에 쏟아부었다. 300mm 웨이퍼 공장은 SMIC의 선진 공정을 대표한다. 

반면 올해 자본지출(291억 위안) 대부분은 성숙공정 설비 투자에 사용됐다. 게다가 올해 1~3분기 실적보고서에는 장 부회장이 언급했던 칩렛이나 선진 패키징 공정에 대한 소개는 단 한 줄도 없었다.  올 들어 SMIC의 경영전략 변화로 장 부회장의 입지가 사실상 좁아졌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반도체 호황에 성숙공정 수요 확대···매출 '고공행진'
한편 전 세계 반도체 대란 속 폭주하는 주문에 SMIC 실적은 고공행진 중이다. SMIC는 11일 3분기 실적 보고서를 발표해 이 기간 매출이 92억8100만 위안(약 1조8400억원)으로 전 분기보다 5.5% 증가, 전년 동기 대비로도 21.5% 증가했다고 밝혔다. 마진율도 30.2%로, 전 분기보다 3.7%포인트 높아졌고, 전년 동기 대비로도 3.9%포인트 증가했다.

4분기에도 이 같은 성장세가 이어질 전망이다. SMIC는 4분기 매출 증가율이 전 분기보다 11~13% 늘어날 것으로 관측했다. 이에 따라 올해 전체 매출 증가율 목표치도 29%로 상향 조정했다. 

SMIC 측도 11일 "올 초부터 생산 연속성과 생산력 확충 두 가지에 집중하고 있다"며 "구매조달 프로세스를 고도화하고, 공급업체 검증 속도를 높이고, 생산계획 및 공정관리를 향상시켰다"고 설명했다. 이어 전체 생산력 확충이 이뤄지면 선진공정 사업도 안정적으로 증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SMIC의 실적 호조에도 불구하고 이날 장상이 부회장 사임 소식에 홍콩거래소에서 SMIC 주가는 장중 약 6% 폭락하며 부진을 면치 못했다. 상하이거래소에서도 주가는 장중 5% 넘게 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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