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성걸 국방평론가(전 국방연구원 연구위원) 기고문
  • [2021 국민심서] <12> 올바른 국방개혁을 위한 길

김성걸 국방평론가(전 한국국방연구원 연구위원)[사진=필자 제공]


내년 대통령 선거가 4개월도 남지 않은 가운데 여야의 정치세력이 오래 전부터 개혁을 똑같이 외치는 분야가 있다. 국방 분야의 개혁이다. 특히, 여야 모두는 국방개혁에 대해 ‘국민의 명령’이라는 표현을 똑같이 사용하면서 절박성을 강조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집권 초기부터 군 관련 공식행사에서 "국방개혁은 더는 지체할 수 없는 국민의 명령"이라고 반복해서 강조했다. 문재인 정부는 이러한 기조에 따라 노무현 정부의 국방정책을 이은 ‘국방개혁 2.0’을 임기 동안 추진했다. 이명박 정부도 ‘국방개혁 307’을 추진했으며, 이를 입안한 국방선진화추진위원회는 “국민의 명령”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이명박 정부는 전임 정권인 노무현 정부의 ‘국방개혁 2020’을 수정하다가 천안함 피격 사건 이후 ‘국방개혁 307’을 발표했다.

◆국방이 곧 국력···군에 첨단기술 심어라

위에서 언급된 사례만으로도 알 수 있듯이 그동안 다수의 국방개혁이 시도됐다. 이것만이 아니다. 박정희 정권 말기의 ‘80위원회’, 노태우 정부의 ‘818계획’ 김영삼 정부의 ‘21세기 국방개혁연구위원회’ 등 국방개혁을 위한 정책과 조직들이 계속 이어졌다. 원래 개혁은 아무리 훌륭한 내용이라고 하더라도 관련 집단 간의 알력 등이 표출되는 관계로 여건을 감안해 적절하게 시도된다. 그러나 국방개혁이 일반적 개혁과는 달리 끊임없이 시도되는 것은 국방 분야 나름의 특성이 있기 때문이다.

국방은 안보 상황에 대처하기 위해 마련된다. 그런데 안보 상황은 흐르는 강물처럼 항상 변하고 있다. 효율적인 국방이 되려면, 국방태세도 안보상황의 변화에 따라 변해야 한다. 안보 위협이 새로 생기면 당연히 새로운 대응 정책이 필요하다. 심지어 안보 위협이 사라져도 국방태세가 바뀌게 된다. 소련의 해체로 냉전이 종식되면서 유일 초강대국이 된 미국의 국방은 위협에 대한 대응보다는 능력의 향상에 주안을 두었던 것이 그 사례이다.

그리고 국방은 지속적으로 발전하는 과학기술과 깊은 연관이 있다. 과학기술은 새로운 무기를 만들어낸다. 청동기 시대에 철기 무기를 비롯해 최근의 항공기 잠수함 미사일 등도 과학기술 발달에 의한 것이다. 이들 신형 무기가 등장하던 시기에 이들 무기를 보유한 국가와 그렇지 않은 국가는 승패가 갈릴 수밖에 없다. 최근에는 제4차 산업혁명의 시기로 불리며, 과학기술이 급속도로 발전하는 과정이다. 4차 산업혁명에서 나타나는 신기술들은 국방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 초연결, 인공지능(AI)은 지휘 통신, 장거리 정밀무기를, 사물인터넷(IoT), 로봇기술, 드론, 자율주행차는 전장 무인화를, 가상현실(VR)은 사이버 전쟁을 차원이 다르게 향상시킬 기술들이다.

◆임진왜란, 국방개혁으로 승리한 사례

안보상황 변화와 신형 무기 도입은 국방 분야의 변화를 강요한다. 새로운 안보위협과 새로운 무기는 새로운 전략과 전술을 요구한다. 이러한 전략 전술을 제대로 실행하려면 군 조직을 알맞게 바꾸어야 한다. 또 장병들은 반복적인 훈련을 통해 무기와 전술을 숙달해야 한다. 군은 전승을 보장하기 위해서 항상 변화해야 하며, 그에 따라 지속적인 국방 개혁은 당위적으로 요구되고 있다.

국방개혁 유무에 따른 전쟁 승패 사례는 수없이 많다. 그 가운데, 2차대전 초기 독일은 전차와 무전기, 지상공격기를 결합해 전격전이라는 전략을 개발했다. 독일은 상대 국가인 영국과 프랑스에 비해 별다른 신무기로 무장하지 않았지만, 국방개혁으로 달성한 전격전으로 2차대전 초반을 휩쓸었다. 국내에서도, 임진왜란을 앞두고 이율곡의 십만양병설이 제시됐지만 조선은 일본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조선 침략에 대한 안보상황 변화를 제대로 감지하지 못하고 논란만 벌이다가 국방개혁을 시행하지 못했다. 다행히 이순신 장군이 전라좌수영 차원에서 일본 수군에 맞설 함선과 화포를 정비하고, 거북선을 개발하는 수준의 국방개혁을 추진해 국가 파멸의 위기를 벗어날 수 있도록 했다.

한국군은 이제 또다시 국방개혁의 기회를 맞이하고 있다. 단임 대통령제 하에서 정권 초반의 지지 분위기는 중요한 개혁 작업에서 유리한 여건을 조성하는 것이 일반적이기 때문이다. 모처럼 맞이하는 기회를 제대로 활용해 그동안 부분적 성과에 그쳤던 국방개혁이 이번에는 제대로 이뤄지기를 국민 모두가 바라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올바른 국방개혁 방향이 정립되어야 한다.
첫째, 국방개혁은 전투력 향상 등 군 발전을 위한 것이어야 한다. 흔히 개혁이라면 조직 운영에 긴장을 부여하는 부정적 조치만을 우선적으로 떠올린다. 그렇지만 국방개혁의 목표는 제기된 어려움을 딛고서 해당 시기의 가용한 자원을 적절하게 조합하거나 특정 기술을 집중 개발해 조직의 역량을 최대치로 끌어올리는 것이다.

◆美·中, 병력감축으로 전력증강 계기 마련

한국은 청년층의 인구가 급격히 줄어드는 인구감소 시대에 놓여 있다. 그에 따라 병력 감축이 불가피하다. 병력 감축을 국방력의 약화라고 한탄하면서 반대하는 것은 단선적 사고 방식이다. 병력 감축의 시기일수록 국방개혁을 적극적으로 추진해 국방력을 강화하는 방안을 서둘러야 한다. 미국은 월남전과 1980년대 그레나다 침공 등 군사작전에서 잇단 실패를 거듭했지만 군사혁신 결과 1990년 걸프전에서는 화려한 승리를 거두었다. 미국은 이 시기에 병력을 감축했다. 또 인해전술로 유명했던 중국도 최근의 급격한 전력증강을 실시하면서 병력을 대폭 감축했다. 병력 감축은 군 운영유지 비용을 전력증강 비용으로 돌리게 하는 계기를 마련한다.

둘째, 국방개혁은 군 내부에서 자군 이기주의를 극복하는 적극적 자세가 필요하다. 최근 군사 선진국의 국방개혁은 합동성을 원칙으로 하는 가운데 이를 보다 강화하는 추세로 이어지고 있다, 공군과 해군 전력에 의한 공해전투(혹은 JAM-GC)에 이어서 육해공군 전력을 함께 사용하는 합동군사작전을 보다 심화시킨 다영역작전(MDO) 등을 미군은 발전시키고 있다. 이제는 단일군에 의한 군사작전은 갈수록 인기를 잃어가고 있다. 과학기술의 발달로 웬만한 세력도 지상, 해상, 공중, 우주, 사이버, 전자기 등 모든 영역에서 공격 능력을 보유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의 국방개혁 과정에서 과거 각군간 힘겨루기 현상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노무현 정부가 추진했던 국방개혁 2020은 육군 병력을 17만7000명 줄이고 의무복무 병사의 복무기간도 24개월에서 18개월로 줄이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이에 육군측이 불만을 품었으며, 이명박 정부 들어서 해공군측에 불리한 내용을 담은 국방개혁 307을 추진했다는 설이 있었다. 국방개혁 307에는 육군이 다수인 합참이 군령권과 군정권을 모두 갖는 것을 제안했다. 국방개혁을 놓고 각군이 중지를 모아야 할 상황에서 ‘해·공군은 국방개혁 2020, 육군은 국방개혁 307’이라는 편가름 현상이 다시는 반복돼서는 안될 일이다.

◆국방비가 많을수록 군사력 평가 높은 순위

셋째, 국방비의 효율성이다. 군사력 강화 명목으로 군사장비를 방대하게 도입하기보다는 효율성을 추구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의 국방비도 이제 서구 열강과 일본에 비견되는 수준에 올라와 있다. 국방비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던 시대는 아니며, 국방비의 효율적 사용을 항상 염두에 두고서 국방개혁을 추진해야 한다.

국방비가 많으면 많을수록 군사력 평가에서 높은 순위를 차지하는 데 유리하기는 하다. 자타가 공인하는 세계 1위의 군사력으로 평가받는 미국의 국방비도 세계 1위이다. 그렇지만 미국의 국방비는 한때 세계 국방비의 절반 가까이를 차지할 정도로 압도적이어서, 군사력 평가에서 그 순위가 유지되고 있는 측면도 있다. 이와는 달리, 수십년째 세계 무기시장에서 1위를 차지하고 있는 사우디아라비아(국방비 세계 7위)가 군사력 평가에서 이에 상응하는 순위를 차지하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군사 장비와 군 조직 등이 제대로 조합돼 시너지 효과를 내도록 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민간과 군의 광범위한 협력이다. 원래 군은 물고기와 물의 관계처럼 민간 사회를 떠나서 존재할 수 없다. 경제가 번영해야 많은 국방비를 확보할 수 있다. 국가 경제가 활성화될 수 있도록 군도 노력을 하고 기여를 해야 한다. 생산연령층의 경제인구 분배에 대해 경제와 군은 대승적 사고를 공유해야 한다. 최근 4차 산업혁명의 첨단 기술은 군의 노력만으로는 개발하기 어렵다. 그렇다고 민간 과학계가 군의 사정을 제대로 알 수는 없을 것이다. 민간 과학계와 군의 잘 짜여진 협력 체제가 필요하다. 국방은 국가적, 국민적 과제이다. 국방개혁을 국민의 명령이라고 요구한 것도 국방의 이러한 속성에서 연유한다. 국가적 과제를 새롭게 논의하는 이 시기에 국방 분야에서 분열적 태도보다는 공동체적 발전을 지향하는 혁신적 지혜를 모으는 노력을 기대해본다.

◆필자 주요 이력
▷정치학 박사 ▷한겨레신문 정치부장 대우 ▷한국국방연구원 현안연구팀장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한중 문화교류 흔적 찾기 사진 공모전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실시간 인기

공유하기
닫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
페이지 상단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