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의 휴식처’ 경복궁 향원정, 전통 방식으로 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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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성민 기자
입력 2021-11-05 1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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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취향교, 향원정 남쪽 제자리에 아치형 목교로 원형 복원

5일 경복궁 향원정 모습. 이날 문화재청 궁능유적본부는 복원 공사를 마친 향원정을 공개했다. 고종 때 세운 것으로 알려진 향원정은 사각형 향원지 안에 지은 육각 이층 정자다. '향원(香遠)'은 '향기가 멀리 간다'는 뜻이다. [사진=연합뉴스]


왕과 왕비의 휴식처인 경복궁 향원지(香遠池)의 향원정(香遠亭)과 취향교(醉香橋)가 3년 만에 전통적 방식으로 복원됐다.

문화재청 궁능유적본부(본부장 정성조)는 5일 서울 종로구 경복궁 향원지의 향원정과 취향교를 언론에 공개했다.

향원정은 오랜 시간에 걸쳐 낡고 기울어지면서 지난 2012년 정밀실측조사를 시작으로 주기적으로 안전진단을 받다가 2018년 11월부터 보수공사에 들어가 총 3년간의 공사 끝에 이번에 본래 모습을 되찾았다. 총예산은 31억3000만원이다.

복원공사는 많은 성과를 냈다. 그동안 경복궁 향원정과 취향교는 정확한 창건연대 기록이 발견되지 않았지만, 1887년(고종 24년)의 ‘승정원일기’에 ‘향원정’이라는 명칭이 처음 등장하면서 건립 시점을 1887년 이전으로 추정해 왔다. 하지만 이번 복원공사에서 실시한 목재 연륜연대조사를 통해 1881년과 1884년 두 차례에 걸쳐 벌채된 목재가 사용된 것이 확인되어 건립 시기를 추정하는 근거가 마련되면서 향원정 건립 시기는 1885년으로 추정하게 되었다.

이번 복원작업을 통해 그동안 베일에 싸여있던 구들의 구체적인 형태와 연도(煙道, 연기가 나가는 통로)의 위치 등도 확인할 수 있었는데, 현재 남아있는 유구를 그대로 활용하여 향원지 호안석축 외부와 연결된 낮은 형태의 굴뚝을 복원하였고, 배연실험으로 아궁이에서 연도를 통해 연기가 자연스럽게 빠져나가는 것도 확인하였다.

또한 향원정의 6개 기둥 중 동남방향 초석(楚石, 주춧돌)에 대한 조사를 통해 건물 기울어짐의 주요 원인이 초석을 받치는 초반석의 균열로 인한 초석 침하현상이었다는 사실도 밝혀냈다.

복원과정에서는 전통방식의 말뚝기초 시공을 통해 지반을 보강하였으며, 향원지 영역의 옛 사진을 분석하여 변형·훼손된 절병통, 창호, 능화지, 외부 난간대 등을 복원했다. 또한 과학적 실험을 통해 향원정의 원형 단청도 확인하였는데, 향후 단청안료에 대한 추가 조사를 시행할 예정이다.

정현정 궁능유적본부 주무관은 “총 799개 나무 말뚝 시공(지지말뚝 150개+압밀말뚝 649개)으로 지반보강을 했다"라며 "전통적인 방식으로 복원했다"라고 설명했다.

중요무형문화재 제102호 배첩장 이수자인 강성찬씨가 5일 박달나무로 제작한 능화판으로 능화지를 만드는 장면. [사진=전성민 기자]


능화지 제작 과정을 보여준 중요무형문화재 제102호 배첩장 이수자인 강성찬씨는 "한지를 3번 배접해 만든 능화지는 산화방지 기능이 좋고, 습기에 강하다"라며 "'청운의 꿈을 품다'라는 말처럼 과거에는 천장을 파란색으로 도배했다. 능화 문양은 중국과 일본에는 없는 한국의 전통 문양이다"라고 설명했다.

취향교는 건청궁에서 향원정으로 건너갈 수 있도록 향원정의 북쪽에 세워진 다리였으나, 한국전쟁 때 파괴되고 나서는 1953년 관람 편의를 위하여 본래 위치(향원정 북쪽)가 아닌 향원정 남쪽에 세워졌다가 이번에 원래의 자리를 찾아 복원되었다. 이전에는 석교 교각에, 목재 난간을 갖춘 평교 형태였다가 이번에 아치형 목교로 제 모습을 찾았다.

취향교 복원과 향원정 보수는 현재 추진되고 있는 경복궁 2차 복원정비사업과 함께 경복궁의 문화재적 가치와 역사성을 재조명하는 계기가 됐다. 또한 가까운 시일 내에 국민에게도 복원된 향원정 내부와 취향교를 공개할 계획이다.

문화재청 궁능유적본부는 “일제강점기에 훼손된 법궁(法宮) 경복궁의 원래 모습을 되찾기 위해 복원사업을 꾸준히 추진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민족문화유산의 품격과 국민의 자긍심을 고취하고 경복궁이 명실상부한 우리나라 대표 궁궐로 거듭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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