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젤’로 ‘아름다운 저력’ 보여준 유니버설발레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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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성민 기자
입력 2021-11-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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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니버설발레단 ‘지젤’의 한장면. [사진=유니버설발레단 제공]


“이렇게 손가락으로 하늘을 가리키는 것은 사랑을 의미합니다. 2막에서 지젤은 슬픔을 표현하기 위해 1막과는 달리 팔꿈치를 먼저 움직입니다.”

‘영원한 지젤’이 지젤을 설명했다. 문훈숙 유니버설발레단 단장은 1989년 마린스키발레단의 전신인 키로프발레단의 ‘지젤’ 객원 주역으로 초청받아, 무려 일곱 차례 커튼콜을 받으며 세계적 명성을 얻었다.

지난 30일 한 발레단의 단장으로 무대에 선 문훈숙은 ‘지젤’ 공연 전 직접 몸동작을 선보이며 작품에 관해 설명했다. 뒤에 앉은 한 관객의 “멋있다”라는 탄성이 모든 걸 설명하는 장면이었다.

이어 유니버설발레단 단원들이 깊고도 진한 낭만발레의 정수인 ‘지젤’을 선보였다.

‘지젤’은 귀족 신분의 남자와 평범한 시골처녀의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과 배신, 삶과 죽음의 경계를 넘어선 숭고한 사랑을 주제로, 19세기 문예사조에서 찬미했던 초자연적 사랑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요정과 같은 신비로운 존재와 영적 세계와 현실의 비극적 사랑을 주로 다룬 낭만발레는 ‘라 실피드’가 대표적이며, ‘지젤’은 그 정점에서 탄생한 작품이다.

관객들은 전회 전석 매진으로 유니버설 발레단의 ‘지젤’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이에 유니버설 발레단은 아름다운 무대로 화답했다.

대학교부터 프로생활까지 15년을 함께한 홍향기(지젤 역)와 이동탁(알브레히트 역)은 완벽한 호흡을 보여주며, 안타까운 사랑의 감정을 관객에게 고스란히 전달했다.

홍향기는 ‘백조의 호수’ 때와는 또 다른 매력을 선보이며, 뛰어난 작품 소화력을 보여줬다.

‘지젤’은 시인이자 평론가였던 테오필 고티에가 하인리히 하이네(1797~1856)의 <독일, 겨울이야기>에서 ‘윌리’에 관한 이야기를 읽은 후 영감을 받아 집필한 작품으로, 장 코랄리와 쥘 페로의 안무와 아돌프 아당의 음악으로 1841년 6월 프랑스 파리오페라극장에서 초연됐다.

‘윌리’는 독일 신화에 등장하는 처녀 귀신을 일컫는데, 이들은 숲 속을 지나가는 남자들을 유혹해 날이 밝을 때까지 끊임없이 춤만 추다 죽게 만드는 존재들이다. 전설 속 윌리는 자칫 공포스러운 존재로 여겨질 수도 있는데, 작품 ‘지젤’에서는 요정이나 정령처럼 아름답고 신비로운 영혼으로 그려진다.

2막에서 푸른 달빛 아래 순백의 면사포와 로맨틱 튜튜를 입은 윌리들이 공기 속을 부유하듯이 시시각각 대열을 맞추며 정교하게 추는 군무는 환상적이었다.

윌리들을 이끄는 미르타 역을 맡은 드미 솔리스트 이다정은 그만의 아름다운 동작으로 무대를 빛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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