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속 법률 '톡톡'] 엄정숙 변호사 "집주인이 건물수리 거부하면 직접 고치고 월세 빼면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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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완 기자
입력 2021-11-02 0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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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도 종합법률사무소 / 엄정숙 부동산전문 변호사


"얼마 전에 추운 겨울에 보일러가 고장 나서 건물주에게 수리를 요청했어요. 건물주는 차일피일 미루기만 해서 어쩔 수 없이 제 돈으로 수리했습니다. 건물주에게 수리비용을 청구해도 일체 응하지 않고 있는데 어떻게 해야 하나요?"

집주인이 고장 난 건물을 수리해 주지 않아 마음 고생하는 세입자들이 수두룩하다. 집주인에게는 집사용에 필요한 상태를 유지 해 주어야 할 의무가 있다는 사실을 명심하고 대응해야 한다.

2일 엄정숙 부동산전문변호사(법도 종합법률사무소)는 "집주인이 건물을 수리해 주지 않는 경우가 많다"며 "이 때는 세입자가 직접 건물을 수리하고 비용은 월세에서 빼거나 소송을 준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민법 제623조 임대인의 의무는 임대인은 계약존속 중 그 사용, 수익에 필요한 상태를 유지하게 할 의무를 부담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즉, 집주인은 세입자가 사는 동안 건물을 문제없이 쓸 수 있도록 해 주어야 할 의무가 있다는 뜻이다.

만약 집주인이 수리를 해주지 않으면 세입자가 직접 고치고 비용을 청구하면 된다. 실제로 세입자의 돈으로 집을 수리했다가 월세를 내지 않은 대법원 판례가 있다(대법원 2016다227694, 판결).

집주인 A씨가 집을 수리해 줄 의무를 이행하지 않자 세입자 B씨는 1500만원을 들여 집을 수리했다. B씨는 수리 후 A씨에게 "수리비는 월세에서 차감하겠다"고 했다. 실제로 2개월 이상 월세를 내지 않았다.

A씨는 "주택임대차보호법에 따라 세입자가 2기에 해당하는 월세를 내지 않았다"며 임대차계약 해지를 통보하고 건물을 비워달라는 명도소송을 제기했고, B씨는 월세를 내지 않은 게 아니라 수리비를 차감한 것이라고 맞섰다.

대법원은 세입자의 손을 들었다. "건물의 보존을 위한 비용은 필요비인데, 필요비는 집주인이 부담해야 하므로, 세입자가 필요비를 지출하면, 집주인이 돌려줄 책임이 있다"며 "집주인의 필요비 지급책임은 세입자의 차임지급의무와 서로 대응하는 관계에 있으므로, 세입자는 지출한 필요비 금액만큼 차임의 지급을 거절할 수 있다"고 판결했다.

월세를 2기분 이상 안 낸 것은 수리비용을 못 받았기 때문에 정당하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집주인이 건물수리를 바로 해주지 않을 때 어떻게 대처해야 현명할까.

엄 변호사는 "세입자가 우선 수리하고 수리비용을 요청하면 된다"며 "세입자가 매월 월세를 납부하는 경우라면, 내야 할 월세에서 차감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월세를 내지 않고 보증금만 있는 세입자라면 임대차 계약이 만료된 이후에 전세보증금 반환소송에서 추가로 수리비용까지 청구하면 된다"고 귀띔했다.

한편, 전세금 반환소송이란 받지 못한 전세금을 돌려받기 위해 세입자가 집주인을 상대로 제기하는 소송을 말한다. 대법원이 발표한 2021사법연감에 따르면 2020년 한 해 동안 전국 법원에 접수된 전세금반환소송의 건수는 5755건으로 집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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