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돋보기] 별점에 치인 자영업자들...“차라리 폐지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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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석준 기자
입력 2021-11-01 1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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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악성 리뷰에 시달리는 점주들, 별점·리뷰 시스템 개편 요구

  • 업계, 별점·리뷰 시스템 개편 시작...아예 제도 없애기도

  • 올림픽처럼 별점 매기고 재주문율 도입해야...대안 제시

음식점을 운영하는 점주들이 배달앱 내 리뷰·별점 제도 문제점을 지적하고 폐지를 호소하는 중이다. 각 배달앱 운영사는 악성 리뷰 대응책을 제시했지만 여전히 재주문율 표기, 별점의 통계 반영 범위 재조정 등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악성 리뷰에 시달리는 점주들...별점 제도 개편 요구


1일 업계에 따르면 자영업자들이 블랙컨슈머(악의적 소비자)가 만든 악성 리뷰에 시달려 별점 제도를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이용빈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방송통신위원회로부터 받은 ‘배달앱 별점·리뷰제도 개선 종합대책 보고자료’를 통해 자영업자 10명 중 6명꼴로 악성 리뷰로 인한 피해를 경험했다고 밝혔다. 악성 리뷰를 겪은 자영업자 6명 중 4.2명은 별점 리뷰로 인해 매출에 영향을 받았다고 응답했다.

BC카드가 여기어때컴퍼니와 지난해 12월 발표한 ‘식당 매출액과 리뷰·평점의 영향분석’ 보고서에는 별점 5점 만점 중 4점대인 업체 평균 매출액이 1080만원인 반면, 2점대인 업체 매출액은 655만원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매출 감소는 폐업 수순으로 이어진다. 지난 8월 한국경제연구원이 자영업자실태조사를 실시한 결과, 자영업자 500명 중 39.4%가 폐업을 고려하는 중이라고 답했다. 폐업 고려 이유로는 매출액 감소가 45%로 가장 많았다.

업계에서는 배달앱 내 별점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음식가맹점을 운영 중인 자영업자 황모씨(29)는 “악성 후기를 겪은 경험이 많다. 음식과 상관없이 배달 대행업체 실수도 뒤집어쓰는 구조라 억울하지만, 무조건 미안하다고 하면서 환불 처리해준다. 별점으로 먹고살기 때문이다”라고 호소했다.

이어 “별점 때문에 서로 자기 살을 깎아 먹으면서 경쟁한다. 현재의 별점 시스템이 개선돼야 선의의 경쟁을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전국가맹점주협의회는 지난 6월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경제민주화실현전국네트워크 등과 함께 기자회견을 열고 “배달앱에서 매장 평가의 절대적 기준은 리뷰와 별점인데, 이를 악용하는 블랙컨슈머에게 점주들이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협의회는 “점주들은 부당한 환불, 과도한 서비스 등의 요구도 웬만하면 들어 줘야 해 블랙컨슈머가 배달앱을 놀이터 삼아 활개 치는 악순환이 벌어지고 있다. 배달앱 운영 사업자는 허위·악성 리뷰나 '별점 테러'로 매출에 큰 타격을 주는 블랙컨슈머로부터 점주를 보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별점·리뷰 제도 개편 나선 배달앱 운영사들

지난 6월 22일 전국가맹점주협의회가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경제민주화실현전국네트워크와 함께 쿠팡이츠 등 배달앱 리뷰·별점 제도 규탄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별점 제도 관련 논란이 발생하자 각 배달앱 운영사도 대응에 나섰다. 쿠팡이츠는 기존에 운영하던 입점업체 보호 전담조직을 ‘스토어운영 지원팀’으로 확대 개편했다.

쿠팡이츠는 지원 인력을 늘리고 블랙컨슈머가 만든 ‘별점 테러’라 비방성 리뷰 등으로부터 점주를 보호하기 위한 업무를 세분화했다. 앱에는 점주가 직접 댓글을 달아 해명할 수 있는 기능을 도입하고 악성 리뷰 노출 차단을 위한 신고 절차를 간소화했다.

위메프오는 블랙컨슈머로부터 점주를 보호하는 ‘안심 장사 프로젝트’를 도입했다. 주 내용은 이물질‧오배달 신고, ‘만나서 결제’ 선택 후 연락 두절 등이 발생한 경우 사실관계 확인을 통해 악의적 목적으로 판단되면 해당 소비자는 위메프오를 이용할 수 없다.

또한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악의적 비방이나 욕설이 담긴 별점 리뷰를 삭제하고 점주가 직접 신고할 수 있는 제도를 마련했다.

업계 1위인 배달의민족은 점주가 악성 리뷰에 대해 항의하면 해당 리뷰를 1개월간 비공개 처리하고, 만약 해당 리뷰 작성자가 동의하면 삭제 처리한다. 요기요는 리뷰에 욕설‧비방 또는 주문과 관련 없는 내용을 담고 있으면 삭제하며 반복적이고 악의적으로 보상을 요청하는 블랙컨슈머에 대해서는 서비스 이용을 제한하고 있다.

네이버는 아예 별점 제도를 없앤다. 네이버는 지난 10월 28일 기존 별점 리뷰가 내년 1분기 중 노출이 중단되고, 점주는 직접 플레이스 영역에서 평균 별점 노출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고 밝혔다.

대신 오프라인 중소상공인(SME) 대상 새 리뷰 시스템 '키워드 리뷰'를 선보였다. 키워드 리뷰는 사용자가 키워드를 중심으로 정성적인 정보가 직관적으로 담긴 리뷰를 남길 수 있는 시스템이다.
 
올림픽처럼 별점 매기고 재주문율 도입해야...대안 제시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일각에서는 별점 제도에 올림픽에서 사용하는 평가 방식을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올림픽에서 다이빙, 피겨스케이팅 등 심판이 직접 출전 선수의 점수를 매기는 종목에서는 특정 선수에 대한 편파 판정을 막기 위해 최고점과 최저점을 배제해 점수를 산출한다.

이를 별점 제도에 적용해 상‧하위 일정 범위에 해당하는 별점을 제외해 더 객관적인 평가를 표현할 수 있다. 김시월 건국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개인적인 편견 등 여러 가지 요소를 고려해서 공정한 평가를 위해 상·하위 점수를 제외한 나머지를 평균으로 하는 방법 등이 타당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전국가맹점주협의회는 배달앱 운영사에 별점 대신 재주문율과 단골 점유율 등을 종합한 객관적인 매장 평가 기준 마련을 요구했다. 앞서 황씨는 “재주문율만 표시되는 제도가 훨씬 더 좋다고 생각한다. 재주문율은 단골이 있다는 경우니 더 믿을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 있게 말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음식점은 소비자의 악의적 리뷰 한 개로 큰 피해를 받을 우려가 있다. 소비자가 작성한 배달앱 리뷰의 사실관계가 확인될 때까지 임시로 리뷰를 블라인드(비공개)할 수 있는 절차를 약관에 반영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현재 국회에는 '허위정보·악성댓글·별점테러 피해방지법(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법 개정안)'이 발의된 상태다.

이용빈 의원이 대표 발의한 해당 법안에는 플랫폼 이용자나 이용사업자에게 경제적 피해를 직접적으로 유발하는 거짓·과장·기만 정보 등에 대해 정보유통을 매개하는 정보통신서비스제공자(플랫폼사업자)가 사회적 영향력에 걸맞은 관리적 조치를 하도록 의무를 부과하는 내용이 담겼다.

김 교수는 “리뷰를 쓰는 사람과 쓰지 않는 사람의 성향이 다르고, 리뷰를 보고 소비 여부를 판단하는 데도 각자 성향에 따라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플랫폼 사업자가 특정 단어 사용을 금지하고 철저히 모니터링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진=아주경제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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