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돋보기] 바다까지 쌓여가는 컨테이너...물류대란, 언제 끝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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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석준 기자
입력 2021-10-27 1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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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코로나 보복 소비에 쌓인 컨테이너...트럭 기사 부족까지 겹쳐

  • 미국, 항구 24시간 가동 중...트럭 인프라 확충 법안 마련 나서

  • 전문가 "물류대란은 적어도 내년 중반까지 지속될 가능성 높아"

“당신이 기다리는 모든 것이 이 컨테이너들 안에 있습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앞바다에 화물선들이 컨테이너를 내리지 못하고 대기 중이다. 항구에도 물류는 쌓여가지만 이를 전국에 운송할 트럭은 오지 않는다. 전문가는 코로나 여파로 시작된 이번 물류대란이 1년 이상 지속할 것으로 전망했다.
 
코로나 보복 소비에 쌓인 LA항 컨테이너...트럭 기사 부족해 '요지부동'

지난 20일 로스앤젤레스 항구에 컨테이너가 쌓여있는 모습. [사진=AP·연합뉴스]
 

27일 CNN 등 현지 매체에 따르면 미국에서 가장 큰 항구인 로스앤젤레스항에서 ‘물류대란’이 일어나고 있다.

CNN은 “지난해 중반까지 선박들은 항구에 도착해 하역하고 새 컨테이너를 다시 실어 나갔지만, 더는 아니다. 25일 기준 항구 밖에 정박해 있는 화물선은 100척이다”라고 보도했다.

현재 선박이 로스앤젤레스항에 정박하는 평균대기 시간은 약 10일인 것으로 전해졌다. 로스앤젤레스항과 인근 롱비치항은 미국 내 컨테이너 교통량 약 40%를 담당하고 있다.

이 같은 물류대란이 일어난 이유로는 코로나 여파로 발생한 '보복 소비'가 꼽힌다. 코로나 팬데믹이 시작되면서 사람을 만나야 하는 서비스 경제에 대한 소비가 줄어든 대신 비대면 등을 통한 상품 주문에 돈이 몰리기 시작했다.

캐피탈 이코노믹 그룹은 특히 장난감, 게임 및 스포츠용품(74% 증가)과 가전제품(49% 증가)의 수입이 크게 증가했다고 언급했다. 소비재 수요는 팬데믹 이전인 2020년 2월보다 지난 8월 전반적으로 22% 더 높았다.

크리스토퍼 탕 캘리포니아 대학 경영학과 교수는 “현재 많은 해상 운송 업체는 수십억 달러의 핼러윈 장식과 같은 휴가 상품과 인공 크리스마스 트리 및 크리스마스 조명 같은 수십억 달러의 크리스마스 장식을 운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영국 매체 BBC는 “미국이 경제 회복을 추진하는 것이 이번 물류대란의 원인이다”라고 꼬집었다. 민간 기업이 운영을 정상화하기 위해 재택근무용 컴퓨터, 프린터, 서버 등 사무기기와 환기 장비, 공기 필터 등 방역 물품을 수입하면서 화물 수요가 급증했다는 풀이다.
 

여기에 화물업 인력 부족 현상도 겹쳤다. CNN에 따르면 컨테이너가 LA항에 하역돼도 육상으로 운송되기까지는 일주일 이상 기다려야 한다. 진 세로카 로스엔젤레스항 사무총장은 “화물이 도착해서 육상으로 가는 것은 고속도로 10차선에서 5차선으로 바꾸는 것과 같다. 우리는 이 모든 화물을 미국 공급망으로 보내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트럭 협회(American Trucking Associations)에 따르면 현재 미국에는 약 8만명의 트럭 기사가 부족하다. 이는 코로나 팬데믹 이전보다 30% 증가한 수치다. 팬데믹 동안 나이가 든 트럭 기사들이 은퇴를 선택했지만, 트럭 운전을 가르치는 교육시설들은 일시적으로 문을 닫으면서 새로운 기사들이 수급되지 않았다. 이미 2018년 미국 내 장거리 트럭 기사 평균 연령은 55세로 집계된 바 있다.

트럭 기사들이 은퇴를 선택한 이유는 근무시간이 길어, 장시간 집을 비워야 하는 근무 형태에 대해 불만을 품었기 때문이다. 협회에 따르면 트럭 운송 회사가 기사 급여를 인상해도 적은 급여를 받고 집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내는 것을 선호하는 경향을 보였다.

이외 화물이 목적지에 도착해도 전국적으로 화물을 관리하는 창고에 직원이 부족한 상황과 약물 검사에 대해 더 엄격해진 연방 규정도 기사 공급 감소에 영향을 끼쳤다.
 
항구 24시간 가동 시작...전문가 "내년까지 대란 계속"

지난 25일 롱비치항 인근에 '트럭이 없다'는 표지판이 거리에 나와 있다. [사진=AFP·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로스앤젤레스항을 24시간 연중무휴로 운영할 것이라고 지난 14일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번 대책은 잠재적 게임 체인저다. 잠재적이라고 하는 이유는 상품이 스스로 움직일 수는 없기 때문이다”라며 운송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실제로, 바이든 대통령의 발표 이후 로스엔젤레스항은 24시간 열려 있지만 오전 3시부터 오전 8시 사이는 사실상 폐쇄와 다름없는 상태다. 해당 시간 동안 항구에 들어오는 트럭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미 의회에는 트럭 인력을 공급할 수 있는 법안이 계류된 상태다. 해당 법안에는 트럭 운송 인력 개발을 위해 수천억 달러가 투입되고, 18~20세 운전자도 각 주를 넘나들며 트럭 운전을 할 수 있다는 내용이 담겼다. 워싱턴포스트는 이번 법안을 통해 3000명에 달하는 운전자가 공급될 것으로 예상했다.

크리스 스피어 미국 트럭 운송 협회 사장은 “젊은 운전자가 노동력 부족을 해결하는 핵심이다. 현재 우리가 투자하고 있으며 내년에는 물류대란이 완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전문가들은 이번 물류대란이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로니 워커 골드만삭스 이코노미스트는 “물류 지연과 인상된 운임 여파는 적어도 내년 중반까지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당장 미국 항구들의 구조적인 수요와 공급의 불균형 문제를 해결할 방법이 없다”고 분석했다.

워싱턴포스트는 “정부가 방위군을 동원하는 것도 단기 공급망 문제를 개선하는 데 거의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 대형 트럭을 운전하고 선적 컨테이너를 안전하고 효율적으로 내리는 것은 훈련이 필요한 기술이다. 그러한 기술을 가진 방위군이 많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현재 위기는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해 간호사와 식료품 점원이 수행하는 필수 업무가 주목받은 것처럼 국가가 무명의 노동자에 얼마나 의존하는지를 보여준다. 트럭 운송은 이러한 직업만큼 우리의 국가 건강에 매우 중요하며 정책 입안자들로부터 동등한 관심을 받을 가치가 있다”고 덧붙였다.
 

[사진=아주경제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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