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사회복지안 '절반의 승리'라도 챙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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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은숙 국제경제팀 팀장
입력 2021-10-29 1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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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규모 절반으로 줄여 파격 제안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새로운 사회안전망 예산을 제안했다. 일단 규모가 기존에서 절반이 줄었다. 공화당은 물론 민주당 내에서도 반대가 나오면서 정책이 속도를 내지 못하자 파격안을 내놓은 것이다. 기존의 정책을 고집하다가는 중간선거 이전에 제대로 정책을 추진할 수 없을 수도 있다는 우려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인플레이션 압력이 커지면서 반대파들을 설득할 수 있는 명분도 약해지고 있는 차였다. 사회안전망 예산에서는 무상교육을 비롯해 의료 예산은 상당 부분 줄어들었다. 그러나 기후변화 예산은 그대로 살리면서 친환경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드러냈다.

◆절반 줄이면서 승부수···"역사적인 경제틀 마련"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28일(이하 현지시간) 유럽 순방길에 오르기 전 사회안전망 강화 법안을 발표하면서 의회에 조속한 처리를 요구했다. 제안에 따르면 기존 3조5000억 달러(약 4096조원)에 달하는 사회안전망 예산은 절반 수준인 1조7500억 달러로 삭감된다. 유급 가족휴가 등 일부 항목은 완전히 삭제됐다. 의료 예산도 상당히 크게 줄었다. 노인 의료 확대와 관련해선 보청기 보조는 포함됐지만, 치과와 안과 지원은 빠지는 식으로 혜택을 곳곳에서 줄였다. 

인프라·사회복지 예산은 바이든 정부의 핵심 어젠다를 담아낸 법안이다. 그러나 의회의 반대로 수개월간 지지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미국 재건을 내세우며 호기롭게 출발한 바이든 호는 항구도 아직 벗어나지 못하는 모양새다. 바이든이 지난 대선에서 선거 공약으로 ‘더 나은 국가 재건(Building Back Better)’ 프로젝트를 내세웠다. 프로젝트는 인프라 확충과 사회복지 강화 두 부문으로 크게 나눠진다.

인프라 확충에 1조 달러의 예산을 투자하는 데는 초당적 합의가 성사됐다. 상원에서 민주당은 물론 공화당 의원 10명도 찬성했다. 그러나 사회복지 예산은 의회에서 논란이 됐다. 버니 샌더스 상원예산위원장이 제출한 3조5000억 달러의 사회복지 예산안은 공화당은 물론 민주당에서도 반발이 나왔다. 사회복지법안을 두고 찬반이 갈라지자 패키지로 묶인 인프라 예산안도 통과가 연기되었다. 펠로시 의장은 인프라 예산안의 하원 표결을 일단 이달 말로 미룬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과감한 제안을 내놓으면서 의회를 압박하고 나섰다. 바이든 대통령은 연설에서 "몇 달간의 힘든 협상을 거쳐 역사적 경제틀을 마련했다"면서 "나를 포함해 원하는 걸 모두 가질 수 있는 이들은 없다. 그게 타협이다"라면서 의회를 재촉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바이든 대통령이 민주당 의원들을 만난 자리에서 법안 통과에 따라 중간선거의 승패가 달라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고 전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사진=AP·연합뉴스 ]


◆기후변화만큼은 사수

사회 복지 분야에서는 많은 부분이 사라졌지만, 기후변화에 배당된 예산은 줄어들지 않았다. 기후변화 예산은 미국의 기후위기 대처에 필요한 재원으로 무려 5550억 달러가 배정됐다.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에 대한 지원을 비롯해 전기차 구매자 감세, 전기 버스·트럭 신규 도입, 산불·홍수 재난 지원금, 기후변화 인력 30만명 채용 등을 포함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도 이날 기자회견에서 기후변화 관련 투자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기후변화 대처 예산은) 이 나라를 뒤바꿀 것이다"라고 밝혔다. 이어 "이 법안으로 3년 안에 미국 내 전기차가 2배로 늘어나며 충전소도 새로 50만개가 들어설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이번 법안은 기후변화에 있어서는 중국을 비롯한 전 세계 주요국과의 경쟁에서 미국이 승리하도록 만들어 줄 것이다"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COP26) 참석차 유럽행에 나섰다. 이번 순방은 기후변화에 방점이 찍혀 있다. 미국은 바이든 대통령 취임 이후 국제적으로 의제를 이끌어가는 주도국으로의 자리를 더욱 굳히고자 하고 있다. 만약 국내에서의 현안 처리가 해결되지 않을 경우 바이든 대통령의 발언은 힘을 얻기 어렵다.

문제는 민주당의 단결이다. 당내 의회 진보모임(CPC) 프라밀라 자야팔 하원의원은 펠로시 의장과 회동 직후 기자들과 만나 다음달까지 법안 처리를 미룬다고 하더라도 인프라와 사회안전망 법안을 동시에 처리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때문에 양 법안 중 어느 하나라도 합의에 이르지 못할 경우 이달 말 법안 통과도 힘들어질 수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30∼31일엔 G20 정상회의에 참석한다. 이후 11월 1일엔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 참석을 위해 영국 글래스고를 방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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