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겨울 기온이 평년 수준이거나 평년보다 더 추워진다면 영국과 유럽 시장의 천연가스(LNG) 공급 상황은 큰 부담으로 작용할 것입니다. 가스 가격이 어느 수준이 될진 모르겠지만, 이들 지역 산업계에 도전적인 상황이 될 만큼 매우 강한 시장을 형성할 것은 분명합니다."

27일(현지시간) 앤더스 오페달 에퀴노어 최고경영자(CEO)는 올 3분기 실적 발표 자리에서 영국과 유럽 지역의 인플레이션 상황이 올겨울 추위에 달렸다고 경고했다.

그는 이어 "러시아(가스프롬)의 가스 공급량에 변화가 없을 경우, 올겨울 내내 가스 가격은 높은 상태로 이어질 것"이라면서 "올겨울이 평년보다 따뜻할 경우에야 내년 봄 즈음 유럽·영국 지역의 천연가스 수요와 공급이 균형을 맞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노르웨이 국영 에너지 기업인 에퀴노어는 러시아 국영 가스프롬의 뒤를 이어 유럽·영국 지역에 두 번째로 많은 천연가스를 공급하고 있다.
 

앤더스 오페달 에퀴노어 최고경영자(CEO). [사진=에퀴노어 제공]


◇유로존·독일 물가 10월 정점 찍을 듯...'설상가상' 에너지 위기 

올겨울 '에너지 위기' 가능성이 제기되며 인플레이션 상황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공포에 떨고 있다. 특히, 28~29일 이틀간 연이어 주요 물가지표와 중앙은행의 통화정책 등의 발표가 이어지는 만큼, 시장의 불안감은 극에 달하고 있다.

유럽중앙은행(ECB)은 28일 10월 월례 통화정책회의를 개최하며, 같은 날에는 독일의 10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예비치가 발표된다. 다음 날인 29일에는 유로존(유로화를 통화로 사용하는 19개국) 10월 CPI 예비치가 공개된다. 특히, 이날 공개될 독일과 유로존의 10월 CPI는 전월에 이어 2개월 연속 최고 수준을 경신할 것이 확실시되고 있다.

유로존 CPI는 앞서 9월에도 3.4%로 치솟으며 2008년 9월(3.6%) 이후 13년 만에 최고 수준을 기록했지만, 시장은 10월 3.7% 상승을 전망하며 최고치를 경신할 것으로 점치고 있다. 독일 CPI 역시 30년 만에 최고 수준이었던 9월 4.1%에 이어 10월 4.4%까지 치솟으며 인플레이션 '정점'을 찍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들 지역의 인플레이션 우려를 폭발시킨 요인은 단연 에너지 비용이다. 코로나19 사태 여파로 상품 수요가 급증하고 국제 공급망 혼란으로 공급이 위축된 가운데, 올 하반기 국제유가와 천연가스 가격까지 급등하자 위기감이 최고조에 달한 것이다.

특히, 올해 기후이상 현상으로 유럽 지역의 태양광과 풍력발전이 부진해진 것도 큰 타격으로 작용했다. 대체 전력원인 천연가스 수요가 급등한 상태에서 가스 재고가 바닥을 보이자, 유럽 최대 공급원인 러시아는 '에너지 무기화'를 시사하며 경제·안보를 위협하고 있다.

독일경제연구소(DIW)와 ING 등 유럽 지역 경제 연구기관은 이렇게 '물가 악재'가 이어지는 상황이 임금 상승 등의 연쇄 작용을 일으킬 가능성도 지적하고 있다. 유럽의 인플레이션 리스크가 장기화를 넘어 영구적으로 고착하며 경제 성장세를 위협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조기 긴축' 겁내는 ECB...물가 위협, 2025년까지 이어질 수도

하지만, 크리스틴 라가르드 ECB 총재는 현재의 인플레이션 상황이 '단순히 일시적인 현상(just temporary)'이라는 단호한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특히, ECB는 최근 유로존의 물가 상승세가 내년 1분기에는 ECB의 목표치인 2% 아래로 복귀하고 2023년에는 평균 1.5%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물가 불확실성이 높아지며 전망이 불투명해졌지만, 코로나19 정상화에 따른 경제 재개와 경기 회복세가 높은 물가 상승세를 충분히 상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ECB가 보다 매파적인 방식을 취해 인플레이션 상황에 더 적극적으로 대처해야 한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중장기적으로 인플레이션 상황이 안정될 것이란 데는 큰 이견이 없지만, 최근의 물가 상승세가 최고 수준으로 치솟은 만큼 마냥 손놓고 있을 순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현재 ECB의 최대 목표가 과거의 실수를 반복하지 않는 것이기에 당초의 정책 계획을 유지할 것이란 회의적인 전망이 주를 이루고 있다.

앞서 ECB는 지난 2008년 국제 금융위기와 2011년 남유럽 국가 부도 위기 대처 과정에서 통화정책 전환 시기를 잘못 판단해 너무 빨리 기준금리를 인상하면서 장기간 경제 성장세를 저해했기 때문이다.

홀거 슈미딩 베렌베르크방크 수석 경제학자는 "ECB의 정책 입안자들은 과거의 실수를 반복하지 않는 데 집착하고 있다"면서 "이는 ECB의 대응을 느리게 만드는 요소로, 이는 2024~2025년까지 일정 수준의 인플레이션 오버슈트(목표치 초과)로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유럽중앙은행(ECB) 총재(오른쪽). 오른쪽은 ECB 내 대표적인 매파 인사였지만, 최근 사임을 표명한 옌스 바이트만 독일 분데스방크 총재. [사진=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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