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제공]

은행들이 금융소비자보호법 시행 이후 대출을 받았다가 '청약철회권'을 활용해 대출을 다시 취소하는 사례가 늘어나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은행들은 감독규정에 따라 원칙적으로 청약철회권을 남용한 금융소비자에게 페널티를 부과할 수 있지만, 이러한 조항이 선택사항에 불과해 '고양이 목에 방울달기' 격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3월 금융소비자보호법 시행에 따라 금융회사를 통해 금융상품에 가입한 고객들은 청약철회권을 사용할 수 있게 됐다. 청약철회권은 금융소비자가 일정 기간 내에 위약금 없이 계약을 금융상품 계약을 파기할 수 있는 권리로, 대출의 경우 2주(14일) 내에 청약을 철회할 수 있다. 금융소비자가 일정 이자를 비롯한 부대비용을 반환하면 은행들은 중도상환수수료를 받지 않고 3영업일 이내 이를 수리해야 한다.

문제는 공모주 청약 등 빚투를 위해 대출을 받은 뒤 청약철회권을 악용해 중도상환수수료를 내지 않고 대출을 갚아버리는 사례가 늘고 있다는 점이다.

윤두현 국민의힘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금소법 시행 후 신설된 소비자 권리 사용 현황’에 따르면 지난 3월부터 8월까지 국내 은행 19곳에서 소비자들이 행사한 청약철회권은 총7만8831건(약 1조27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 중 6개월간 대출을 받았다 취소한 사례가 7만1493건에 달했다. 금융소비자들이 공모주 청약, 주택 매매를 위해 거액의 급전이 필요할 때 청약철회권을 이용한 뒤, 중도상환수수료 부담 없이 대출을 갚고 있는 셈이다.

청약철회권을 행사할 경우 대출 기록도 삭제되고 신용점수에 영향도 없다 보니 금융소비자에게는 긍정적이다. 하지만 은행 입장에서는 처리해야 할 업무가 늘어날 뿐 아니라 중도상환수수료 수익이 줄어 손해다. 청약철회권이 급전 창구로 악용되다 보니, 대출이 필요한 금융소비자들이 제때 돈을 빌리지 못하는 경우도 발생한다는 게 업계 전언이다.

은행들은 현재 금융소비자보호법 감독규정에서 '동일한 금융상품직접판매업자에게 1개월 내 2번 이상의 청약의 철회의사를 표시한 경우에는 금융소비자에게 불이익을 부과할 수 있도록 허용'함에 따라 원칙적으로는 악용을 저지할 수 있다. 실제로 일부 시중은행은 1개월 내 2번 이상의 청약 철회 의사를 표시한 금융소비자에게 6개월간 대출을 금지하는 내부 규정까지 만들어 놓기도 했다.

그러나 주요 은행 중 청약철회권 남용을 이유로 금융소비자에게 실제로 페널티를 부과하고 있는 곳은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해당 감독규정은 은행들의 의무사항이 아닌 선택사항이다 보니, 금융소비자에게 페널티를 부과하는 것이 자칫 금소법을 위반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청약철회권 남용 문제는 금소법 시행 전부터 은행권이 우려했던 사안”이라며 “감독규정에서 관련 내용을 정해놨지만, 선택사항이다보니 자칫 금융소비자보호 기조에 역행하는 금융사로 낙인찍힐까 두려워 이를 적용할 수는 없는 노릇”이라고 말했다.

금융당국도 대출과 관련해 청약철회권이 남용되고 있는 상황을 인지하고 있지만, 아직은 뾰족한 수가 없다는 입장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금소법 시행에 따라 청약철회권이 늘어나고 있는 현 상황을 남용 또는 악용으로 진단하기는 시기상조”라며 “과거 금액 제한 방식으로 대출 청약철회권이 존재했지만 금소법 시행에 따라 횟수, 금액 제한이 사라지고 고유 사용범위가 늘어났으니, (청약철회권 행사가) 늘어나는 게 당연하다. 아직까지는 청약철회권 남용 방지 방안을 마련할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네티즌 의견 0
0 / 300

실시간 인기

공유하기
닫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
페이지 상단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