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써우거우, 텐센트와 합병 왕샤오촨 CEO 퇴임
  • 지식인 가정서 태어나 칭화대 공학 석사 '수재'
  • 뛰어난 능력으로 '손오공 CEO'라 불려
  • 퇴임 후에는 의학 업계서 기업 창업할 듯

왕샤오촨 써우거우 CEO. [사진=바이두 갈무리]

중국 대표 검색엔진 써우거우(搜狗)의 왕샤오촨(王小川) 최고경영자(CEO)가 지난 15일 CEO직에서 물러났다. 2000년 입사해 2010년 8월 10일 CEO에 취임한 지 4083일 만이다.

그가 CEO직을 내려놓은 건 최근 써우거우가 중국 대표 IT 공룡 텐센트에 인수되면서다. 써우거우의 모회사 써우후가 자사의 써우거우 지분 33.8%를 11억8000만 달러에 매각하기로 했고, 중국 시장감독관리총국이 지난 7월 이를 조건 없이 승인했다.

이에 따라 써우거우는 지난달 22일 모든 운영 서비스를 텐센트와 통합했고, 28일 양사의 합병이 최종 마무리됐다.

왕 CEO는 내부 이메일을 통해 공식 작별 인사를 밝혔다. 그는 “텐센트와 합의에 따라 CEO 자리에서 물러나게 됐다”며 “지난 21년간 써우후와 써우거우에서 동료들과 함께 일하며 많은 이야기를 써 내려갔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그는 “기쁨과 영광, 후회, 우여곡절이 담긴 21년을 가슴 깊이 새기고, 성공적인 이별을 통해 새로운 인생의 여정을 그려나가겠다”고 했다.

중국 매체 36커는 그의 사임 소식을 알리며 써우거우와 함께한 그의 여정을 재조명했다.

◆ ‘손오공’으로 불리는 CEO

왕 CEO는 1978년 충칭의 한 ‘지식인 가정’에서 태어났다. 그의 어머니는 베이징 대학 출신으로 유독 엄격하게 그를 교육했다고 한다. 어머니의 이런 교육 덕분에 그는 학창 시절 전국 수학 경진대회, 국제올림픽정보경진대회 등에서 우승을 휩쓸었는데, 이 수상 경력을 바탕으로 중국 명문 칭화대학교 컴퓨터학과에 무난히 입학할 수 있었다.

그가 써우거우와 인연을 맺은 건 칭화대 대학 시절이다. 그는 대학 3학년 재학 당시 검색 플랫폼 업체 차이나런(China ren)에서 파트타이머로 일하며 ‘손오공 검색’이라는 검색 플랫폼 개발에 참여했다.

이후 차이나런은 빠르게 성장했고, 2000년 인터넷 포털 사이트 써우후에 인수됐다. 이때 장차오양(張朝陽) 써우후 회장 겸 CEO가 그를 눈여겨봤다. 대학원 진학을 준비하고 있는 왕샤오촨에게 “얼마가 되든 대학원을 졸업할 때까지 기다리겠다”며 “원하는 만큼의 월급을 주겠다”고 약속할 정도였다.

실제 장 회장은 그가 3년 후 대학원을 졸업하자마자 찾아와 써우후의 최고기술경영자(CTO)를 맡아 주길 부탁했다고 한다. 당시 왕샤오촨 나이는 고작 27살이었다.

써우후에 입사하자마자 왕은 ‘손오공’으로 불렸다. 그가 처음 개발한 플랫폼이 손오공 검색이라 그런 것도 있지만, 더 큰 이유는 그가 손오공만큼 엄청난 능력의 소유자이기 때문이었다.

그는 써우후에 정식 입사한 지 1년 만인 2004년 칭화대 대학생 12명과 함께 검색 엔진 써우거우를 개발했다. 또 입사 3년 만인 2006년에는 써우거우 문자입력기를 탄생시켰다. 써우거우 문자입력기는 수년간 시장 점유율을 80% 이상 장악하면서 써우거우를 빠르게 성장시킨 ‘효자 사업’이다.

써우거우는 문자입력기 탄생 후 웹브라우저, 검색엔진 사업이 동반 성장하면서 지난 2010년 출범 후 업계 2인자 자리에 올라섰다.

◆왕샤오촨을 위기에서 구한 '두 馬'.. 마윈·마화텅

물론 왕 CEO에게도 위기는 있었다. 사실 그는 천재·손오공이란 별명이 붙을 정도로 능력이 뛰어났지만, 이상적인 CEO는 아니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자의적인 판단으로 의사를 결정해 이를 혼자서 밀어붙이는 힘이 부족하다는 이유에서다.

그런데 그가 어려움을 마주할 때마다 그를 도운 이들이 있다. 중국을 대표하는 두 CEO, 마윈 알리바바 창업자와 마화텅 텐센트 창업자이다.

마윈과의 인연은 2010년 시작됐다. 당시 구글이 중국 시장에서 서비스를 중단하자, 왕 CEO는 검색 엔진 시장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왔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장 회장은 검색 엔진보다는 동영상 플랫폼에 비중을 둬야 한다는 뜻을 굽히지 않았다. 이 가운데 저우훙이(周鸿祎) 치후360 회장이 장 회장을 찾아 써우거우를 인수하겠다는 거래를 제안했고, 장 회장은 흔들렸다.

그러나 왕 CEO는 저우훙이의 제안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의 눈에는 저우 회장이 자신의 이익만을 챙기려 하는 ‘날강도’로 보였다는 후문이다. 왕 CEO는 이 위기를 돌파해야 했지만, 장 회장을 설득할 만한 추진력과 힘이 부족했다. 결국 그가 떠올린 건 마윈 당시 알리바바 회장이었다. 그는 마윈을 찾아 써우거우에 투자를 부탁했다. 마윈은 그가 떠난 후 장 회장에 투자 의사를 밝혔고, 마윈의 지원 아래 그해 8월 써우거우는 써우후와 분리 독립에 성공했다.

이후 2년 뒤 마윈이 써우거우에 대한 지분을 매각하며 왕 CEO와 인연이 끝났지만 왕 CEO는 수차례 “마윈의 과감한 개입이 없었더라면, 써우거우의 역사는 없었을 것”이라고 그에 대한 감사를 표했다.

재미있는 점은 마화텅 회장과의 인연 역시 저우훙이 회장에 의해 만들어졌다는 점이다. 2013년 저우 회장은 다시 한번 써우거우 인수를 시도했다. 그때 치후360은 100억 달러 가치의 기업으로 성장한 반면 써우후는 쇠락의 길을 걸었을 때였다. 장 회장은 하는 수 없이 써우거우를 매각하기로 결정했다.

이때, 왕 CEO는 다시 한번 이 결정을 뒤집었다. 이번에는 마화텅 회장을 찾았다. 그는 마 회장을 설득해 4억4800만 달러의 자금을 받고 써우거우의 문자입력기 지분을 매각했다.

결국 써우거우는 텐센트라는 거물의 지원에 힘입어 2017년 11월 9일 미국 증시에 상장했고, 웨이신, 즈후 등 자체 검색 엔진을 확보할 수 있었다. 또 이 인연을 계기로 현재 텐센트와 원만하게 인수합병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써우거우와 '이혼'한 왕샤오촨… 향후 행보는

이제 모든 이목은 왕샤오촨의 앞으로 행보에 쏠린다. 사실 써우거우는 그의 전부와 같았다. 불혹이 넘은 나이에도 미혼인 그는 결혼 계획을 묻는 질문에 늘 “써우거우가 나의 와이프”라고 답했다. 그만큼 써우거우에 대한 애정이 남달랐단 얘기다.

중국 제일재경은 “와이프와 이별한 왕샤오촨의 향후 행보”는 생명과학이나 의학 업계가 될 것이라고 점쳤다. 왕샤오촨이 앞서 “생명과학과 의학 발전에 힘을 보태, 대중이 건강해질 수 있는 데 기여할 수 있다면 앞으로 나날들에 더 의미가 있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기 때문이다.

제일재경은 “왕샤오촨은 최근 수개월 동안 인공지능(AI)과 중의약을 결합한 창업 프로젝트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며 “이미 많은 투자 기관들이 이 프로젝트의 미래와 왕샤오촨에 투자를 결정했다”고 전했다. 이어 “왕샤오촨은 현재 좋은 투자자를 선별하며 행복한 고민에 빠져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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