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물음표 뜬 국민연금 재정계산서, 새정부서 바로잡자


 

[김용하 교수]



제4차 국민연금 재정추계 결과(2018년) 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2057년에 적립기금이 고갈된다. 2020년 국민연금 결산자료에 따르면, 연금급여 등 지출액이 26조4539억원이고 연금보험료와 기금운용 수익으로 구성되는 수입액은 72조4037억원으로 재정수지는 45조9498억원이나 된다. 더욱이 2021년 7월말 현재 쌓여 있는 적립기금 919조원에 어떤 일이 발생하여 36년 후에는 완전히 없어진다는 것인가?

2018년 재정추계에 따르면, 국민연금 적립기금은 앞으로도 계속적으로 늘어나 2041년경에 1778조원 규모까지 커지게 된다. 그렇지만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2021∼2025년 국민연금 중기 재정운용 계획에 보여주듯이 연금보험료 수압 증가율은 1.9%이지만 연금급여 등 사업비 증가율은 8.4%로 지출증가율이 수입증가율보다 크게 높다. 이런 추세로 2030년경이 되면 급여지출이 보험료수입을 앞서게 되고, 2041년을 정점으로 총지출이 총수입을 초과해서 적립기금 잠식이 시작되고 마침내 2057년경에는 적립기금이 고갈되게 된다.

적립기금 고갈은 국민연금 제도를 처음 입안할 당시인 1986년에 이미 예정되었던 것이다. 그 당시 입안자들은 합계출산율이 3.0명이었던 베이비 붐 세대의 연금지급이 집중되는 2050년 이전까지만 적립기금이 유지되어 준다면 그 이후에는 적립기금이 없이도 현재 유럽의 공적연금과 유사하게 부과방식으로 운영 가능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렇지만 1986년의 국민연금 구상은 1988년 당시 70.7세에 불과했던 평균수명이 82.4세로 늘어나면서 무너지기 시작했다. 연금제도에서 평균수명 11.7세의 연장은 60세부터 연금을 수급한다고 가정할 때 평균적으로 10.7년간 수급할 것이 22.4년간 수급하는 것이 되기 때문에 연금 수익비가 2배나 높아지는 효과를 가진다. 물론 그 당시에도 평균수명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겠지만 이 정도로 그리고 이렇게 빠르게 늘어날 것으로는 예상하지 못했던 것이다. 그래서 1998년말, 2007년말 2차례에 걸친 연금개혁으로 연금급여 수준을 평균소득자 기준으로 40년 가입 70%의 연금급여율을 1차 개혁시에 60%로, 2차 개혁시에 50%로, 그리고 2028년까지 연차적으로 40%로 낮추도록 국민연금법을 개정하여 적립기금이 2060년까지 버틸 수 있도록 했다.

그러나 4차 재정추계 시에는 평균수명(여성기준)이 85.7세에서 2067년에는 91.7세로 6세가 더 늘어나는 것으로 예측되는 등으로 인하여 적립기금 고갈 시기는 2060년에서 2057년으로 앞당겨졌다. 문제는 평균수명만 늘어난 것이 아니라 합계출산율이 급격히 떨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출생아수의 감소는 평균수명이 늘어난 것과는 다른 차원의 과제를 연금제도에 던져준다. 적립기금이 고갈되면 국민연금은 연금지급에 필요한 재원을 그 당시 근로세대로부터 연금보험료를 징수해서 조달해야 하는데 그 당시 근로인구가 감소되면 연금보험료율이 급격히 상승할 수밖에 없게 된다. 4차 재정추계에서 적립기금이 고갈되면 2060년의 국민연금보험료율은 현재 소득대비 9% 수준에서 26.8%로 거의 3배 수준으로 급격히 인상해야 연금을 지급할 수 있게 된다. 그것도 합계출산율이 현재와 같이 0.80명대로는 하락할 것으로 가정하지 않은 것이고, 현재의 극심한 초저출산 구조가 계속된다면 연금보험료율은 30% 수준으로 높여야 할 것으로 전망된다.

연금보험료율 30% 선은 2060년대 근로세대의 입장에서는 도저히 수용할 수 없는 수준이라 할 수 있다. 국민연금은 현재 부담하는 것에 비해서 수급하는 것이 1.88배에 가까운 매우 유리한 연금상품, 즉, 연금보험료율을 현행 소득의 9%보다 훨씬 높은 17%를 불입해야 받을 수 있는 연금을 보장받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이는 반대로 연금보험료율이 17% 선을 넘어서면 수익비가 1.0배 이하로 하락해서 오히려 손해를 보게 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따라서 연금급여율이 현재와 동일한 전제하에서는 연금보험료율이 30% 수준으로 인상되면 평균소득자 기준으로 부담한 연금보험료의 원리합계액보다 훨씬 더 적은 연금을 수급하게 된다는 점에서 미래세대에게 연금제도는 매우 불리한 제도로 급반전하게 된다. 2057년에 이르러 급상승한 30%의 연금보험료율 인상을 그 당시 근로세대가 거부하게 되면 2057년에 연금수급을 시작하기로 예정되어 있던 MZ세대의 중심인 1992년생부터는 연금급여를 1/3 수준으로 줄여서 받아야 할 판이 된다. 물론 그 이전에 연금을 수급하기 시작했던 세대 역시 동일한 상황에 직면하게 된다.

2019년 통계청의 인구전망에 따르면 2067년이 되면 근로인구 1명이 노년인구 1명을 부양해야 하는 시대가 된다. 이는 현재 노령인구 대국인 일본에서도 발생하지 않은, 평균수명이 세계 최고 수준에 이르고 합계출산율이 세계 최저 수준으로 떨어지는 한국에서만 인류 역사상 초유로 발생하는 상황이다. 금년말 통계청에서 새로운 인구전망을 발표할 예정이지만 2019년 전망보다 인구구조는 더 악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2023년 발표 예정으로 추계가 준비되고 있는 5차 국민연금 재정재계산 결과도 4차보다 개선될 여지는 거의 없어 보인다. 유일한 희망이라면 2019년 2020년의 주식시장 활황으로 깜짝 높아진 기금운용수익률이 향후에도 계속 이어지는 것이지만, 주식으로 보유된 연금자산은 급격한 주가 하락이 발생하면 공들여 쌓아두었던 원금 자산 자체가 감소되어 버린다는 점에서 과도한 기대는 금물이다.

2057년 적립기금 고갈문제에 대한 해답을 찾기 위해서는 국민연금을 입안할 당시의 가정이나 전제가 오류가 없었는지를 현시점에서 반추할 필요가 있다. 2050년까지만 적립기금이 유지되고 그 이후에는 적립기금 없이도 국민연금을 운영할 수 있다는 전제가 그 당시에는 큰 문제가 없었지만 저출산·고령화로 노년부양비가 100%를 초과하는 현시점에서는 잘못된 전제였다 할 수 있다. 적립기금이 고갈되는 순간 소득의 30%를 납입해야 하는 연금보험료율은 미래세대가 수용 불가능하다면 적립기금이 고갈되지 않도록 하는 방법 이외에는 없다. 혹자는 정부가 재정지원으로 적자를 메꾸면 된다 하지만, 정부 재정도 궁극적으로 근로세대가 부담해야 할 세금으로 조달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아랫돌 빼서 윗돌 괴는 것과 다르지 않다.

적립기금이 고갈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기금고갈의 근본원인이라고 할 수 있는 저부담·고급여구조를 가능한 한 조기에 균형화시켜야 한다. 단순하게 보면, 수급하는 연금액을 줄이거나 부담하는 연금보험료율을 올려야 한다. 그런데 현재 국민연금 급여수준은 2차례의 연금개혁과정에 이미 상당히 삭감되어 주요 선진국과 비교할 때 높다고 할 수 없다. 남은 정책수단은 연금보험료율을 균형보험료율 17%에 가깝도록 인상시키는 수밖에 없다. 적립기금이 고갈되면 30% 선으로 보험료율을 인상해야 하는, 그렇지 않으면 연금급여를 1/3로 삭감하는 상황을 막기 위해서는 연금보험료율을 17% 선까지 인상하는 것은 불가피한 선택이다. 인구고령화를 우리보다 앞서 직면했던 서유럽 및 북유럽 그리고 이웃 나라 일본도 국민연금 보험료율을 20% 내외로 인상했듯이 우리도 싫지만 가야 할 길이다. 또한 평균수명의 추가적인 연장에 대응하여 장기적으로 연금수급개시연령도 2033년에 65세까지 올리도록 되어 있는 것을 68세로 단계적으로 높여 나가야 한다.

연금보험료율은 제1차 베이비 붐 세대인 1955년∼1963년생은 이미 거의 은퇴하고 있지만, 한 연령층 출생아수가 100만명 내외가 되었던 1964년∼1974년생이 은퇴하기 이전에 인상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는 국민연금을 초기부터 가입한 베이비 붐 세대의 연금수익비가 3.0배 수준으로 미래세대보다 높기도 하지만, 이들 세대가 1% 보험료율을 더 부담하는 것은 현재와 같이 30만명이 출생하는 세대가 1% 보험료율을 부담하는 것보다 재정효과가 3배가 되기 때문이다. 즉, 연금보험료율을 가능한 한 조기에 인상하는 것은 적립기금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기 위해서도, 세대간 불공평한 이전을 조금이라도 더 완화하기 위해서도 필요하다.

문재인 정부는 2018년의 국민연금 재정진단에서 경고음이 울렸음에도 불구하고 골든타임 4년을 허송했다. 연금개혁이 늦어지면 늦어질수록 MZ세대가 부담해야 할 고통은 더 커질 수 있다는 점에서 2022년의 신정부는 연금개혁을 강력히 추진해야 한다. 현 세대 입장에서는 고통이 될 수밖에 없는 개혁이지만 미래 세대가 안정적으로 연금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은 현 세대가 반드시 해야 할 막중한 책무 중의 하나이다.

 
 
 
김용하 필자 주요 이력 
 
△성균관대 경제학 박사 △전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원장 △전 한국경제연구학회 회장 △전 한국재정정책학회 회장 △현 순천향대 IT금융경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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