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상승 우려가 나날이 확산하고 있다. 공급 병목 현상은 좀처럼 해소되지 않는 가운데, 에너지와 원자재 가격이 상승하고 있다. 수많은 나라에서 소비자물가는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미국과 유럽 중앙은행들 정도만 제외하면 여러 나라들은 속속 기준금리를 인상하고 있다. 

연방준비제도(Fed·연준)와 유럽중앙은행(ECB)이 아직 기준금리를 올리지 않은 이유는 물가상승 추세가 곧 사그라질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최근 "어떤 국가가 인플레이션에 대한 판단을 제대로 내렸는가는 향후 몇 년이 지나야 판단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


미국·유럽과 신흥국들의 사정은 다르다. 특히 에너지와 식료품이 물가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은 국가일수록 인플레 압력을 더욱 크게 느끼고 있다. 칠레 중앙은행은 지난 13일(이하 현지시간) 기준금리를 20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인상했다. 1.25%포인트(p) 상승으로 기준금리는 2.57%가 됐다. 

가격 상승은 이미 3월부터 본격화하기 시작했다. 중앙은행들의 예상보다 훨씬 가격이 높아졌다. 세계경제 생산의 5분의4를 차지하는 주요 20개국의 연율 인플레이션은 8월까지 10년 만에 최대치로 올랐다. 

위드코로나가 본격적으로 시행되면서 수요는 크게 늘고 있다. 그러나 생산은 여전히 수요를 맞추지 못하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많은 기업들이 생산 설비를 늘리지 않았다. 공장들은 바이러스 확산을 막기 위해 가동을 멈췄으며, 물류 시스템도 제대로 굴러가지 못했다. 

미국 워싱턴DC에서 개최된 제4차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의에서 각국 중앙은행 총재들은 몇 개월 안으로 인플레이션을 일으키는 공급·수요의 불균형이 해결될 것이라고 보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준금리 인상은 전 세계적으로 이어지고 있다. 브라질, 러시아 등은 가장 먼저 기준금리 인상에 나섰다. 국제결제은행이 추적하고 있는 38개 중앙은행 중에서 13개가 적어도 한 번은 기준금리 인상 단행에 나섰다. 뉴질랜드, 폴란드, 루마니아 등도 기준금리 인상 대열에 참여했다. 싱가포르 역시 최근 기준금리를 올렸다. WSJ는 "미국이나 유럽과는 달리 신흥국은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고통을 더 많이 받아왔다. 때문에 이들 국가의 중앙은행은 더욱 매파적으로 쉽게 돌아서고 있다"고 지적했다.

예를 들어 남미의 페루는 10년 만에 가장 높은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기록하면서 인플레 우려가 커지고 있다. 페루 중앙은행은 8월 이후 계속 기준금리를 올리고 있다. 중앙은행에 있어 가장 큰 우려는 인플레이션 심리가 고착되는 것이다. 즉 가계나 기업이 인플레이션이 지속될 것이라고 보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노동자들은 임금 인상을 요구하게 되고 , 기업들도 비용을 제품 가격에 반영할 수밖에 없다.

임금 인상의 압력은 중앙 동부 유럽에 특히 골치가 되고 있다. 서유럽으로의 이민과 저출산으로 노동자 수가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캐피털이코노믹스의 리암 피치 이코노미스트는 "중부와 동부 유럽은 향후 몇 년간 더 높은 인플레가 지속될 가능성이 가장 높은 곳이라고 본다"고 지적했다. 

식량과 에너지 가격의 상승은 또한 사하라사막 이남 아프리카의 많은 지역에서 인플레이션을 증가시켰다. 에티오피아 중앙은행은 지난 8월 시중은행 대출금리를 13%에서 16%로 인상하고 시중은행의 현금보유비율 요건을 10%로 두 배나 높였다. 분쟁과 무역로 봉쇄, 메뚜기들의 침입으로 식량 생산이 감소하면서 아프리카 사하라 이남의 주요 밀 생산국의 인플레이션이 9월에는 전월의 26.4%에서 30%로 치솟았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네티즌 의견 0
0 / 300

실시간 인기

공유하기
닫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
페이지 상단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