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시철의 AI 인문학] ⑤ 디지털과 메타버스 세상을 국기에 새긴 나라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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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시철 휴센텍 대표이사
입력 2021-10-1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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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각형의 흰 바탕에 폭 부분 5분지 2를 중심 삼아 태극을 그려 청색과 홍색을 칠하고 네 귀퉁이에 4괘가 바라보도록 만든 새 국기를 임시 숙소 옥상에 휘날림으로써 국왕의 명을 다 받들었노라.”

박영효(1861~1939)의 일기 사화기략(使和記略)에 기록된 태극기의 탄생 과정에 관한 기록이다. 1882년, 박영효가 고종의 명을 받아 특명전권대신(特命全權大臣) 겸 수신사(修信使)로 일본으로 가던 중 선상에서 태극 문양과 그 둘레에 8괘 대신 건곤감리(乾坤坎離) 4괘만을 그려 넣은 '태극·4괘 도안'의 기를 만들어 사용했던 것이다. 그런데, 태극기에는 놀라운 비밀이 있다. 그것은 4괘가 디지털 코드란 것이다. 그 이유는 라이프니츠의 디지털 창세기에서 알 수 있다.

“Imago creationism. (창조의 이미지다.)”
“Omnibus ex nihilo ducendis sufficit unum. (모든 것이 1만 있으면 만들어진다.)”

독일의 철학자이자 수학자 고트프리트 빌헬름 라이프니츠(Gottfried Wilhelm Leibniz, 1646~1716)가 이진법(二進法, binary)을 체계화한 후 메달에 새긴 라틴어 문구이다. 그는 세상의 모든 것이 0과 1의 조합으로 표현될 수 있다고 했다. 1은 천지창조의 숫자이며, 하느님을 의미한다고 했다. 그때 그는 알았을까. 그가 만든 이진법이 훗날 인공지능과 디지털 세계의 근원이 되었음을.

라이프니츠의 이진법에 영감을 준 것은 고대 중국에서 사용한 팔괘도(八卦圖)다. 계산기 원리 개발에 몰두하고 있던 라이프니츠는 친구 요아힘 부베(Joachim Bouvet)로부터 서신을 받았다. 부베의 편지에는 팔괘도가 동봉되어 있었다. 팔괘는 신묘한 셈법을 표현하고 있었다. 팔괘를 보고 라이프니츠는 두 개의 숫자만을 이용하는 수 체계인 이진법을 알아낸 것이다. 팔괘의 원리는 8가지인데 ‘━’(양)을 1, '­­--'(음)을 0이라고 보고 팔괘를 숫자로 표현하면, 111, 011, 101, 001, 110, 010, 100, 000과 같이 되어, 십진법의 0부터 7까지의 수가 된다. 컴퓨터는 논리의 구성이 “예, 아니오”의 두 가지밖에 없고, 기계에 사용되는 디지털 신호는 기본적으로 이진법 수들의 나열이기 때문에 오늘날 이진법이 디지털 세계를 창조하게 된 것이다.

이로써 우리 국기에 사용된 4괘가 바로 디지털 코드였음이 증명된다. 태극기에는 더 소름 돋는 비밀이 하나 더 있다. 건곤감리를 10진법의 수로 바꾸면 7025가 된다. 여기서 우리가 살고 있는 땅을 의미하는 곤에 해당하는 숫자 0을 제외하면 725가 되며, 이를 날짜로 바꾸면 7월 25일이 된다. 놀랍게도 이날은 918년 고려가 건국된 날이다. 고려는 영어로 ‘Korea’, 오늘날 코리아의 국기에 코리아의 건국일이 표시된 것이다.

또한, 건곤감리는 하늘과 땅, 물과 불을 상징한다. 이는 만물의 네 가지 근원이다. 그리스 철학자들은 이 4원이 서로 사랑과 다툼으로 결합과 분리를 거듭하여 만물이 생성된다고 믿었다. 이 4원을 양과 음의 원리로 조화롭게 하는 것이 우리 국기의 중심에 있는 태극이다. 여기서 알 수 있는 태극기의 또 다른 비밀 하나. 태극기에는 디지털로 만물을 조화롭게 만드는 디지털 세상이 암시되어 있다. 바로 메타버스의 세계이다. 이 정도면 태극기 코드가 다빈치 코드보다 더 흥미롭지 않을까. 물론, 위 태극기 코드에는 인문학적 상상력이 많이 가미되어 있다. 하지만, 오늘날 코리아가 디지털 강국이 된 것이 결코 우연이 아니지 않을까.
인공지능으로 교회의 권위를 세운 중세시대
“웅장한 모습에 내 혼이 진정되었고, 세세한 모습을 차분히 음미할 수 있었다.” 1771년 학업을 위해 스트라스부르를 찾은 21살의 괴테는 이렇게 시를 읊조렸다. “그러나 하나하나를 구분해 설명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스트라스부르 성당에 있는 천문시계[사진=게티이미지뱅크 제공]

그때 괴테가 본 것은 스트라스부르의 천문시계였다. 중세 말, 현대의 여명기에 기독교와 연관된 많은 자동인형이 나왔는데 그중 대표작은 1574년에 완성, 프랑스 노트르담 대성당의 일부가 된 스트라스부르 천문시계다. 이 시계는 이자크 하브레히트(Issac Habrecht, 1544~1620)가 만든 것. 르네상스 시기 걸작품 중에 하나로 손꼽힌다.

대성당 내부 3층 높이 석조 구조물 안에 설치된 커다란 천문시계는 정각이 되면 종이 울리고 인형들이 움직이며 기계장치로 두 개의 무대에서 구원의 드라마를 재연한다. 첫 번째 무대는 한 손에는 낫을 들고 다른 손에는 인간의 뼈를 든 죽음의 인형이 15분 간격으로 종을 친다. 종소리에 맞춰 귀엽고 순진한 통통한 소년, 청년, 군복을 입은 남자, 가운을 입은 노인이 그 앞을 지난다. 인간의 삶의 여정이 덧없고 무상함을 1시간에 압축해서 보여준다.

무대에 설치된 자동인형들은 예수와 12사도다. 예수는 그 앞을 지나는 사도 한분 한분을 축복한다. 12번째 사도가 지나가고 나면 예수는 시간을 알리던 죽음의 신을 몰아내고는 손을 들어 관객들을 축복한다. 이때 관객들이 할 일은 감사의 기도 말을 웅얼거리는 일. 이렇게 스트라스부르 성당의 천문 시계는 기계학과 천문학, 신학과 음악이 융합된 축복의 무대를 연출해왔다.

이 천문시계는 17세기에 맞이할 기계론 철학의 마중물이었다. 기계론에서 말하는 우리의 세계라는 것은 신이 만든 거대한 기계이다. 기계론적 사고는 신비주의적, 주술적 사고에서 벗어나 근대과학으로 넘어가는 과정에 필요했던 전환적 사고였다. 스트라스부르의 시계는 이런 기계적 세계를 표현하고자 했으며, 기계가 인간에게 축복을 내리는 언캐니(Uncanny)한 상황이 연출되긴 했지만, 현실과 가상이 중첩된 디지털 세상을 암시한 것이었다. 결국, 교회의 권위를 위해 만든 기계가 신의 세계에서 이성의 세계로 넘어가는 계기를 만든 것이다.
 
다빈치가 발명한 휴머노이드
“철커덩.” 중세 기사의 갑옷이 저절로 일어났다.
“축하해, 대단해, 끝내준다.” 여기저기서 칭찬과 환호가 들려왔다.

로봇 뒤에서 연결된 줄을 당기던 마크 로셰임(Mark Rosheim)의 얼굴에는 환한 미소가 번졌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의 로봇공학자 로셰임이 500년 전에 다빈치가 만들었던 로봇을 그대로 재현한 순간이었다.

인간형 로봇이라 부르는 휴머노이드(Humanoid)를 처음으로 고안한 사람은 놀랍게도 레오나르도 다빈치(Leonardo Da Vinci, 1452~1519)다. 1495년, 다빈치는 인간의 근육과 뼈가 상호작용하는 원리를 기계의 작동 원리에 적용, 인류 최초의 안드로이드(인조인간)를 만들었다. 이는 1957년 다빈치 연구가들에 의해 발견되었고, 2002년 실제 작동하는 로봇으로 재탄생, 세상에 널리 알려지면서 그가 안드로이드의 아버지였음을 입증한 것이었다. 그 후, 2007년 이탈리아의 산업 디자이너 마리오 타데이(Mario Taddei)는 이 로봇과 관련된 몇 가지 그림을 더 찾아내서 연구한 결과, 다빈치 로봇의 용도가 공격하거나 극장 공연용이 아닌 방어용이었다고 한다.

타데이에 의하면, 이 로봇을 움직이는 메커니즘에는 프로그램 가능한 코덱스 아틀란티쿠스 (Codex Atlanticus)의 여러 장치가 사용되어 독립적인 움직임이 가능했을 것이라고 한다. 복원한 로봇을 보면, 크랭크, 도르래와 밧줄을 통해 팔과 목을 움직이고 턱과 얼굴에 있는 바이저를 올렸다 내렸다 할 수도 있었고, 이동도 가능했으며, 앉았다 일어났다도 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추정된다. 다빈치 연구가들에 의해 내려오는 이야기에 의하면, 이 로봇은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는 능력도 갖추고 있었다고 한다.

다빈치의 로봇은 인간의 형상을 하고 있으며, 독립적인 움직임이 가능했다는 점에서 안드로이드의 효시라 인정받았다. 로셰임은 나사의 로봇 설계에 다빈치의 설계도를 적용할 수 있었을 정도로 정교하게 설계되었다고 한다. 인류의 오랜 꿈이던 인조인간이 다빈치에 의해 처음으로 시도되었던 것이다.
 
휴머노이드의 작동 원리를 정립한 유대교 랍비
한 발로 40㎝ 정도의 점프는 기본. 백플립도 하고 무거운 짐도 쉽게 나른다. 움직임만 봐서는 사람과 차이가 없어 보인다. 바로, 보스턴 다이내믹스(Boston Dynamics)사의 휴머노이드 아틀라스(Atlas)의 데모 동영상이다.
 

점프하는 아틀라스. [사진=보스턴 다이내믹스 제공]

이 데모 영상과 같은 장면이 옛날이야기에도 나왔다. 바로, 골렘(Golem)이다. 이야기 속에 최초로 나오는 인공지능 인간, 프라하의 골렘(The Golem of Prague)은 16세기 유대 랍비 유다 뢰브 벤 베자렐(Judah Loew ben Bezalel, 1520~1609)이 만든 유대 신화이다. 이 세상의 모든 곳에서 긁어모은 흙먼지 덩어리로 만든 로봇이 골렘이다. 유대 랍비가 히브리어로 진실을 뜻하는 ‘이메스(Emeth)’라고 적은 종이 한 장을 혀 밑에 끼워 넣으면, 골렘은 생기가 생겨 랍비의 주문에 절대복종하며 움직인다. 이는 하느님이 흙으로 빚은 아담에게 생명의 숨결을 불어 넣어 사람을 만든 창세기 신화와 같다. 제2의 ‘아담’인 셈이다.
 

프라하의 기념품 상점에서 볼 수 있는 골렘 인형. [사진=위키피디아 제공]

골렘은 말을 하지는 못하지만 랍비가 내리는 이야기나 명령을 이해하기 때문에 충실한 하인으로 부릴 수 있다. 보통 골렘은 마법사나 랍비에 의해 생명을 받았기에 봉인에 쓰인 간단한 명령밖에 수행하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위에서 소개한 아틀라스 로봇과 일치한다. 이렇게 해서 움직이게 된 골렘은 먹지도 마시지도, 잠을 자지도 않으며 유대인 거주지와 유대인들을 보호했다고 한다. 그랬던 랍비가 주문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해 골렘이 이성을 가지게 되면 그는 온 시내를 파괴하는 폭도로 변했다고 한다. 앞으로 인공지능이 디스토피아를 만들 수도 있음을 예언한 것이다.

이에 황제가 랍비를 불러 유대인 탄압을 중단할 테니 골렘을 없애라고 부탁한다. 랍비는 골렘의 혀 밑에서 끼운 종이에서 첫 글자인 E를 지워 죽음을 의미하는 ‘메스(meth)’라는 글자를 만들어 골렘을 정지시켰지만, 황제의 눈을 피하기 위해 골렘의 몸을 스타로노바 교회(Staronova Synagoga) 다락방에 숨겨놓았다. 이는 로봇의 스위치를 끈 것과 일치한다.

이처럼, 인간의 명령에 복종하는 인공지능, 종이 스위치로 켜고 끄는 인공지능 로봇에 대한 상상이 16세기부터 시작이 된 것이다. 더욱 놀라운 것은 이 인공지능이 자의식을 가지면 매우 위험한 존재가 된다는 막연한 두려움도 표현이 되었다는 것이다. 싱귤래리티(특이점) 이후 인간의 지능을 능가하고 의식을 지닐 수도 있다는 인공지능에 대한 공포는 우리의 생득관념 속에 이미 존재하고 있었던 것일까? 주술적 사고와 과학적 성취가 묘하게 한 곳에서 만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강시철 휴센텍 대표. [사진=강시철 휴센텍 대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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