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오징어 게임' 정호연 "첫 연기, 불안함 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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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송희 기자
입력 2021-10-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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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징어 게임' 새벽 역을 맡은 배우 정호연 [사진=넷플릭스 제공]
 

"제가 누군지는…잘 모르시겠죠?"

배우 정호연이 지난 6월 소속사 사람엔터테인먼트 공식 유튜브 채널을 통해 자기소개를 하며 던진 말이었다. 일찍이 모델로 데뷔해 해외 활동을 이어가다가 배우로 전향해 아직 이렇다 할 작품 활동을 하지 않았으니. 겸연쩍은 그의 소개가 영 틀린 건 아니었다.

하지만 불과 몇 개월 만에 사정이 완전히 바뀌었다. 정호연의 연기 데뷔작 '오징어 게임'은 넷플릭스 순위가 집계되는 83개국 모두 TV 프로그램 1위에 이름을 올리는 등 전 세계적 유행을 이끌고 있다.

정호연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딸림벗(팔로워) 수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었고 한국 여자 배우 중 가장 많은 수를 보유하게 됐다. 몇 개월 만에 전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한국 여자 배우가 된 셈이다.

아주경제는 최근 배우 정호연과 화상 인터뷰를 가졌다. '오징어 게임'에 합류하게 된 과정부터 세계적 인기를 누리는 소감 등 다양한 이야기를 들어 볼 수 있었다.

다음은 아주경제와 정호연이 나눈 일문일답
 

'오징어 게임' 새벽 역을 맡은 배우 정호연 [사진=넷플릭스 제공]


'오징어 게임' 공개 후 엄청난 인기를 누리게 됐다
-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팔로워가 급증해서 너무 놀랐다. 아직도 얼떨떨하고 실감이 안 난다. 팔로워 수가 늘고 있다는 건 전 세계 사람들의 '오징어 게임' 사랑이 숫자로 나타나는 거로 생각한다. 관심 가져주셔서 감사하다.

모델로 차근차근 경력을 쌓고 배우로 전향했다. 배우 전문 소속사로 옮긴 게 시작점처럼 보였는데
- 미래에 관한 고민을 오래 했다. 해외에서 모델 활동을 하며 경력의 정점도 찍어보고 아래로도 떨어져 봤다.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까?' 계속해서 고민했다. 너무 무섭고 불안하더라. 이런 가운데 좋은 책, 영화를 접하면서 연기에 관한 관심이 커졌다. 한국에서 연기 수업을 듣고 꿈을 키워보고자 노력했다. 모델 소속사 계약이 끝나는 시기와 맞물려서 배우 소속사로 옮기게 됐다.

모델 경력이 연기에도 도움을 주나
- 처음에는 도움이 안 될 거로 생각했다. 실은 여유가 없었다. 모델은 과장된 몸짓, 표정을 지어 옷의 실루엣을 살리거나 소품을 돋보이게 해야 하기 때문에 생활이나 사람을 돋보이게 하는 연기와는 다르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카메라에 대한 이해가 필요한 직업이라는 면에서 닮았다는 생각이 들더라. 모델 경험이 있었기 때문에 카메라 앞에서의 부담을 조금 일찍 떨칠 수 있었던 것 같다.

황동혁 감독은 정호연의 어떤 점을 보고 '새벽'을 떠올렸다고 했나?
- '눈빛'이라고 하셨다. 감독님께서 말씀하시기를, 제 눈빛이 '야생마' 같다고 하시더라. 삶에 관한 의지나 목표를 이루겠다는 강한 의지를 눈빛에서 읽으셨다고. 특히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 신을 찍고, 감독님께서 '눈빛이 너무 좋다'고 칭찬해주셨다. 마지막에 하늘을 쳐다보는 게 마음에 드신다고(웃음).
 

'오징어 게임' 새벽 역을 맡은 배우 정호연 [사진=넷플릭스 제공]


정호연에게 '오징어 게임'은 첫 연기 데뷔작이다. 작품 규모나 상대 배우의 유명세가 부담으로 작용하지는 않았나?
- 사실 '오징어 게임'이 얼마나 큰 작품인지 몰랐다. 오디션 대본을 받고 세부사항을 파악하고 난 뒤부터 가슴이 마구 뛰더라. '오징어 게임' 이후부터 디카페인 커피만 마신다. 커피만 마시면 심장이 마구 뛰어서다. 신체적으로 느껴질 정도로 가슴이 뛰었다. 부담을 떨치기가 쉽지 않았다.

그런 부담은 어떻게 떨쳐냈나
- 어떤 사건이 있었던 건 아니었다. 황동혁 감독님, 박해수 선배님과 정말 여러 대화를 나누었고 조금씩 해소해나갔다. 한 번은 박 선배님의 조언에 따라 덜컥 황 감독님께 만나 달라고 부탁했다. 아직 스스로도 어떤 게 걱정이고 불안한지 알지 못한 때였다. 왜 감독님께 만나자고 했는지 명확히 모르겠더라. 그냥 주절주절 사는 이야기를 털어놓았다. 감독님께서 가만히 저를 보시더니, '네가 불안한 건 알겠는데 나는 새벽이 역할로 널 뽑은 거야'라고 하시더라. 그 말에 갑자기 힘이 났다. 용기를 얻었다.

처음 연기하던 장면이 기억나나?
-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 신이다. 모든 선배님과 함께 연기를 맞추는 장면이었다. 엄청나게 떨고 있는데 허성태 선배님, 박해수 선배님께서 농담을 건네며 분위기를 풀어주시더라. 400여명 앞에서 연기한다는 게 부담되기도 했는데 선배님들이 긴장도 풀고 웃을 수 있도록 만들어주셔서 즐겁게 (연기)할 수 있었다. 시행착오를 겪으며 같이 만들어간다는 생각이 들더라. 이후 주위 사람들의 시선에서 자유로워진 것 같다.

정호연은 '새벽'을 어떻게 해석하고 접근했나
- 새벽은 누구를 만나도 기죽지 않고 자신만의 템포를 가지고 있다. 외면적으로 무뚝뚝하고 반응도 없어 보이지만 내면적으로는 따뜻함을 가지고 있다. 게임에 임하며 사람들을 만나고 점차 변화하는 새벽을 그려내려고 노력했다.
 

'오징어 게임' 비하인드컷 중, 배우 허성태와 정호연 [사진=넷플릭스 제공]


새벽은 감정을 잘 드러내지 않는 인물이다. 어떻게 그를 연기로 표현하려고 했나?
- 내면에 집중하려고 했다. 반응 없는 반응을 하다 보니 어려움이 많더라. 그래서 제가 찾은 방법이 '새벽의 내면을 공부하자'는 거였다. 새벽이 안에는 분명 여러 감정이 존재하고 있다. 그것들이 쌓여서 에너지를 만든다고 생각했다. 제 안에 '새벽'이가 쌓여 있어야 하는 이유였다.

정호연 안에 '새벽'을 쌓는 과정은 어땠나
- 새터민들의 삶을 다룬 다큐멘터리를 보고 그들의 일상적인 모습을 보려고 했다. 어떤 말을 쓰는지, 어떤 표정을 짓는지 주의 깊게 살펴보기도 하고 '새벽'의 입장에서 일기를 쓰기도 했다. 새벽이 겪은 일, 새벽이 하는 말들은 그저 베낄 수 없었다. 최대한 그와 가까워지려고 노력했다.
 

'오징어 게임' 새벽 역을 맡은 배우 정호연 [사진=넷플릭스 제공]


많은 팬이 '새벽'과 '지영'(이유미 분)의 관계성에 열광했다
- '오징어 게임'이 공개되기 전엔 자주 만나서 이야기도 나눴는데, 오히려 최근에는 서로 너무 바빠져서 이야기를 나누지 못했다. 이 같은 관심이나 반응에 정말 감사하고 있다.

이유미와 호흡은 어땠나?
- 대본 연습을 마치고 (이유미와) 저녁을 먹었다. 그 친구는 연기 경험이 많은데도 제 고민을 진지하게 듣고 진정성 있게 답변해주었다. 이미 겪어봤을 텐데. 제가 느낀 감정이나 상황이 새벽과 지영에게 녹아든 것 같다. 첫 연기 상대 역으로 유미를 만나 행복했다.

'오징어 게임'과 '새벽'에 관한 관심이 나날이 높아지고 있다. 모델로는 이미 경험해봤겠지만, 연기로 '해외 진출'에 관해서도 염두에 두고 있을 것 같다
- 해외 작품을 하게 된다면 정말 영광이겠지요(웃음). 사실 '오징어 게임'이 끝난 뒤 연기 공부를 하려고 했다. 이미 트레이닝을 받고 있는데 그중 하나가 '영어 연기'다. 해외 작품에 참여할 기회가 있다면 꼭 해보고 싶다. 어떤 작품이든 최선을 다해 한 발 한 발 다가가도록 하겠다. 오래오래 (관객을) 뵙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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