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변요한 "보이스피싱 피해자 아픔 생각하며 온몸 내던졌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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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송희 기자
입력 2021-09-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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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낯선 목소리 하나로 모든걸 잃게 된 서준 역

  • '곽프로' 김무열 덕에 완벽한 분노 끌어내

  • '자산어보' 이어 관객과 만남 가슴 설레

  • 운명적 작품 찾아 필모그래피 쌓아갈것

'보이스' 서준 역을 맡은 배우 변요한. [사진=CJ ENM 제공]


"다른 작품도 그렇지만 '보이스'는 더욱더 책임감을 느낄 수밖에 없었어요. 보이스 피싱을 소재로 하고 주변에 실제 피해자들도 있는 범죄이기 때문이죠. 작품을 찍을 때부터 크게 와 닿는 게 많았어요. 관객들에게 확실하게 전달하고 싶었고 가해자에게도 경각심을 주고 싶었어요. 정말 열심히 찍었어요."

대검찰청 발표에 따르면 2020년 보이스피싱 피해 금액 및 피해 건수는 각각 7000억원과 3만9713건으로 드러났다. 이 중 피해 금액의 환급률은 절반 미만으로, 많은 피해자가 피해 금액을 구제 받지 못했다. 최근 코로나19와 관련한 재난지원금, 소상공인 대출 등에 대한 다양한 방식의 비대면 피싱 사건이 기승을 부리며 보이스피싱은 우리의 삶에 더욱 깊숙이 뿌리내리고 있다.

영화 '보이스'는 연출을 맡은 김곡·김선 감독과 주연 배우 모두 무거운 마음으로 책임감 있게 접근하려고 노력한 작품이다. 실제 우리 삶을 침범하고 송두리째 흔들 만한 피해를 주는 '보이스피싱' 범죄를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보이스피싱으로 피해를 본 서준 역을 맡은 배우 변요한의 책임감이 남다를 수밖에 없었다.

"응원하고 또 응원받고 싶다는 생각으로 연기했어요. 피해자들이 영화를 보고 통쾌함을 느낄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정말 온 몸을 던졌죠. 액션이라는 몸의 감정으로 절박하게 임했지만, 피해자들의 아픔만 하겠어요? 가해자를 잡기 위해 더욱 수고하는 이들을 떠올리면서 연기했어요."

'보이스' 서준 역을 맡은 배우 변요한. [사진=CJ ENM 제공]


영화는 보이스피싱 조직의 덫에 걸려 모든 것을 잃게 된 '서준'(변요한 분)이 빼앗긴 돈을 되찾기 위해 중국에 있는 본거지에 잠입, 보이스피싱 설계자 '곽프로'(김무열)를 만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솔직히 시나리오를 읽고 '이게 (구현) 가능할까?' 생각했었어요. 보이스피싱 범죄는 계속 진화하고 있으니까요. 완성본을 보면서 집중하기 힘들었어요. 제 연기는 기억이 안 나고 김무열부터 이주영까지 우리 작품을 함께 만들었던 이들의 치열함이 잘 담겼다는 것만 느낄 수 있었죠."

극 중 변요한은 보이스피싱 본거지에 잠입한 피해자 '서준'을 연기했다. 전화 너머 낯선 목소리 하나로 승진을 앞둔 부산 공사 현장의 작업반장에서 보이스피싱 총력전의 피해자가 된 그는 누군가 계획적으로 자신들을 노렸음을 직감하고 피땀으로 모은 아파트 중도금은 물론, 피해자들의 목숨과도 같은 돈 30억원을 되찾기 위해 보이스피싱 본거지에 잠입하는 인물이다.

"제가 어떻게 감히 피해자 마음을 헤아릴 수 있겠어요. 피해 사례를 찾아보기보다는 시나리오 속 인물의 감정에 충실하려고 했어요. 제작사 대표님과 감독님이 사전에 철저히 조사하고 준비한 시나리오기 때문이죠. 2022년 보이스피싱 진화 방법까지 세밀하게 파악했거든요. 시나리오에 충실하게 임하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었어요."

김선·김곡 감독이 "보이스피싱 범죄는 굉장히 복잡하고 광범위해서 109분의 영화에 모두 담아낸다는 게 불가능했다"고 말할 정도로 현실의 범죄는 너무나 방대하다. '보이스'는 최대한 사실적이고 세세하게 보이스피싱의 모든 걸 담아내기 위해 노력했다. 체계화된 현금 인출책들의 움직임 등 보이스피싱의 A부터 Z까지 영화 속에 낱낱이 드러내며 대한민국 보이스피싱 범죄에 경종을 울리고자 했다.

"5개월 동안 촬영을 진행하며 감독님들은 물론 제작진, 배우들까지 모두 똘똘 뭉쳐서 찍었어요. 작품 방향에 관해 모두 같은 입장이었기 때문이에요. 배우들과 제작진 모두 '어떤 디렉션이 와도 수용하겠다'라는 마음가짐이었어요."

'보이스' 서준 역을 맡은 배우 변요한[사진=CJ ENM 제공]


변요한은 서준 역을 위해 그야말로 몸을 내던졌다. 보이스피싱 피해자 서준은 극 중에서 가장 많은 액션 장면을 소화해야 했다. 떼로 몰려드는 적들과의 격투는 물론 건물 옥상에서 뛰어내리고 엘리베이터 안을 타고 오르는 거친 추격 장면까지 변요한은 대부분의 액션을 직접 소화했다.

"'보이스' 속 액션은 유도를 기반으로 만들어졌어요. 무술 감독님께서 촬영 전부터 끝날 때까지 기초 훈련을 받게 했죠. 기초 훈련을 오래 받아야만 가능했던 액션 같아요. 몸이 가벼운 편이라서 묵직한 느낌을 내고자 체중도 늘리고 무거운 전투화를 신고 액션을 하며 둔탁하면서도 힘이 센 액션을 만들려고 했죠."

변요한은 서준 캐릭터 해석에 오류가 있었다고 인정하며 액션 영화 속 멋진 캐릭터가 아닌, 처절하고 절박한 인물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고 설명했다.

"이준익 감독님의 사극 영화 '자산어보' 촬영을 마치고 '보이스'에 합류했어요. 촬영 전까지만 해도 기존 액션 영화에서 볼 수 있는 멀끔한 인물을 상상했었는데, 시나리오를 읽고 생각을 바꾸었어요. 시간이 지날수록 꾸미지 않고 임해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머리 모양부터 수염이나 체중 등 외형에 관해 고민을 거쳤고 시나리오와 액션에 걸맞은 모습으로 바꾸어 나갔어요. 꾸밈없이 시나리오 속 서준에 어울리도록 만들고자 했죠."

변요한은 상대 배우들 덕에 서준에게 더욱 몰입할 수 있었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특히 보이스피싱 본거지 기획실 총책 '곽프로' 역을 맡은 김무열의 열연으로 '분노'를 완벽하게 끌어낼 수 있었다고.

"(김)무열 형과는 대화가 참 잘 통했어요. 거침없이 아이디어를 내더라도 잘 받아주고 품어주었죠. 인간적으로 정말 좋은 사람이에요. 그런 사람이 '곽프로'를 완벽하게 연기할 줄은··· 하하하. 정말 '곽프로'로 보이더라고요. 섬뜩하고 소름 끼치는 순간이 많았고, 예상치 못한 연기를 보여주어서 놀랄 때가 많았어요. 역시 연기는 혼자 하는 게 아니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곽프로' 덕에 저도 '서준'으로 있을 수 있었어요."
 

'보이스' 서준 역을 맡은 배우 변요한[사진=CJ ENM 제공]


코로나 여파로 극장가가 어려움에 부닥쳤지만 변요한은 '자산어보'와 '보이스' 두 편의 작품으로 관객과 만났다.

"코로나 시국에 두 편이나 개봉하게 되었네요. 제게는 의미가 있는 일이에요. 늘 그렇지만 준비했던 작품이 관객과 만나는 건 설레는 일이지요."

영화 '당신, 거기 있어 줄래요'와 '하루'를 지나 최근 '자산어보'와 '보이스' 그리고 차기작인 '한산: 용의 출현'과 '그녀가 죽었다'에 이르기까지 차근차근 성실하게 필모그래피(작품 목록)를 쌓아가는 중이다.

"저는 작품이나 캐릭터를 '운명적'으로 만난다고 생각해요. 어떤 목표나 계산을 하고 실행하는 편은 아니에요. 운명적인 작품을 찾고 있죠. 하하하. 올해는 '보이스' 개봉을 마치고 드라마 촬영을 시작해요. 잘해 내고 싶고 또 건강하게 지내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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