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자산과 NFT, 어떻게 다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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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우 기자
입력 2021-10-13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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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술적으로 '대체가능토큰'과 '대체불가능토큰'으로 구분

  • 가상자산은 시장 환경에 따라 가치 변동, NFT는 희소성·지적재산권 등 반영

  • 세계적으로 NFT는 가상자산 범주에서 제외…소비자 보호 위한 정책은 필요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 등으로 대표되는 가상자산(암호화폐)은 각국의 법정화폐와 교환할 수 있는 가치를 지니고 있다. 이들은 유가증권처럼 법정화폐와 교환하거나, 책정된 가치에 따라 다른 가상자산과 교환할 수 있다. 이처럼 가상자산의 경제적 가치가 커지면서 이를 관리하거나 규제할 제도 역시 마련되고 있다. 정부는 특금법 개정을 통해 내년 1월부터 가상자산으로 일정수준 이상의 수익을 낼 경우 과세할 계획이다. 홍남기 경제부총리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6일 국정감사에서 "가상자산 과세를 유예하는 것은 법적 안정성이나 정책 신뢰성 차원에서 하기 어렵다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NFT(대체불가능토큰)에 대해서는 상반된 답변을 내놨다. 홍남기 부총리는 "NFT는 가상자산에 포함되는지 아닌지 논란이 있으며, 이를 포함해달라는 요구가 있어 검토 중이다. 현재는 가상자산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즉 현재까지는 가상자산처럼 과세 대상에 포함하지 않는다는 의미다. 7일 열린 기재위 국감에서 정은보 금융감독원장 역시 같은 의견을 내놨다. NFT는 현재 국내에서 가상자산 범주에 포함하지 않으며, 국제적으로 논의가 이뤄지고 있는 만큼, 국제 동향을 살피고 관련 부처와 지속 논의해 필요한 제도를 만들겠다는 입장이다.

그렇다면 NFT는 어떤 점 때문에 가상자산으로 분류하기 어렵다고 이야기할까?

◆가상자산과 NFT, 현금과 부동산의 차이와 유사해

우선 가상자산의 법적 정의를 보면 '경제적 가치를 지닌 것으로 전자적으로 거래 또는 이전될 수 있는 전자적 증표(혹은 이에 대한 권리)'를 말한다. 다만, 기프티콘처럼 용도가 제한되거나, 게임아이템, 선불지급수단, 전자주식 등은 해당하지 않는다. NFT 역시 경제적 가치를 지니고 있으며, 전자적으로 거래 및 이전될 수 있고, 가상자산과 마찬가지로 블록체인을 통해 기록된다. 하지만 기존 가상자산과는 속성이 달라, 분류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 비교하자면 현금과 부동산의 차이다.
 
우리나라에서 만원권 지폐 다섯장과 오만원권 지폐 한장은 동일한 가치를 지닌다. 다른 국가의 화폐와 교환비는 환율에 따라 조금씩 다르지만, 한 국가 내에서 사용하는 법정화폐의 가치는 언제나 동일하다. 반면, 아파트 같은 부동산의 경우 한 동에 여러 세대가 있지만, 위치, 층수, 채광, 층간소음, 관리 상태 등에 따라 가격이 달라진다. 전반적인 '시세'는 존재할 수 있지만, 앞서 언급한 요인으로 인해 실제 거래 시 가격 차이가 난다.

대체가능토큰인 가상자산은 5BTC(비트코인)은 정확하게 1BTC의 다섯배에 해당하는 가치가 있다. 즉 내가 가진 1BTC와 타인이 가진 1BTC는 서로 동일한 조건으로 완전히 대체할 수 있다는 의미다. 이와 달리 대체불가능토큰인 NFT는 각각의 고유한 속성과 희소성을 갖추고 있다. 동일한 작가가 발행한 디지털 아트 NFT라도 발행 순서나 디자인 등에 따라 가격이 달라지며, 이에 따른 희소성 역시 차이가 있기 때문에 서로 동일한 조건에서 교환하기 어렵다.

가격 변동 요인 역시 다르다. 가상자산은 매수나 매도량에 따라 가격이 달라지거나 채굴을 통한 공급 환경 등 시장에 영향을 받는다. 이와 달리 NFT는 발행하는 주체의 상징성이나 NFT의 희소성 혹은 지적재산권(IP)의 가치에 따라 가격이 달라진다. 일례로 인터넷의 아버지라 불리는 팀 버너스 리는 월드 와이드 웹의 최초 소스코드를 NFT로 발행했고, 경매를 통해 540만 달러(약 64억7354만원)에 판매했다. 매수자가 순간적으로 몰려 가격이 폭등하는 '코인 상장'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다.

NFT는 디지털 자산에 대한 증명뿐만 아니라 실제 존재하는 물건에 대한 디지털 증서 역할을 하기 때문에 기존 가상자산과 다르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일례로 국내에서는 훈민정음 해례본에 대한 NFT를 발행해 판매한 바 있다. 이를 구매한 사용자에게 국보에 대한 지분이나 권리를 직접적으로 제공하지는 않지만, 디지털 세상에서는 공인된 '한정판'을 소지하는 것과 같다. 특히 NFT를 발행한 간송미술관은 이번 NFT 발행을 통해 훈민정음 해례본을 디지털 공간에 영구 보존한다는 계획이다.

해외 사례에서도 가상자산과 NFT를 서로 다른 것으로 분류하는 모습이다. 지난 6월 23일, 중국 앤트 그룹은 자사의 간편결제 서비스 '알리페이' 앱을 꾸밀 수 있는 스킨을 NFT로 발행하면서 NFT와 가상자산의 차이를 설명하는 성명을 냈다. 중국 정부는 가상자산과 채굴에 대해 통제하고 있기 때문이다. 앤트그룹의 블록체인 자회사 앤트체인은 성명을 통해 "NFT는 서로 교환할 수 없고, 나눌 수 없으며, 이러한 점이 가상자산과 근본적으로 다르다"고 밝혔다. 또 윈스턴 마(Winston Ma) 뉴욕대학교 로스쿨 겸임교수는 역시 NFT의 본질에 대해 "NFT가 가상자산인지, 가상자산에 대한 인증서인지, 증권인지 등에 대해 주요 디지털 경제 입법부는 아직 정의를 내리지 않았다"고 말했다.

다만 NFT에 대한 투자가 빠르게 늘어나는 상황에서, 투자자 보호 등을 위한 제도는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가령 NFT를 발행한 작가가 향후 동일한 작품으로 추가적인 NFT를 발행할 경우, 이전에 발행된 NFT의 가격 역시 떨어질 수 있다. 최근에는 디지털 아트를 NFT로 발행하고, 이를 통해 모은 돈으로 게임을 만들겠다던 개발자가 잠적한 사례도 있다. 특히 게임 개발은 부수적인 약속이고 투자자들은 디지털 아트를 받았기 때문에 피해 구제가 어려울 수 있다는 분석이다.

탈세 등의 목적으로 악용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현재 과세 대상이 아닌 점을 노려 비싼 값으로 발행한 NFT를 구매하면서 불법 증여나 상속이 이뤄질 가능성 때문이다. 반면 NFT 거래에는 대부분 가상자산이 이용되며, 이를 원화로 거래하기 위해서 실명확인계좌가 필요하기 때문에 가상자산 흐름을 추적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는 입장도 있다.

NFT는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하는 대표 사례다. 탈 중앙화와 투명성 등 블록체인의 주요 특징을 통해 복제가 쉬운 디지털 파일에 유일무이한 가치를 부여하는 것은 물론, 풍화될 수 있는 현실세계의 작품을 디지털 세계에 영구적으로 보존한다는 상징적 의미도 있다. 물론 지나친 관심으로 거품이 끼었다는 의견도 있다. 때문에 투자자를 보호하고, NFT가 오남용되지 않도록 하면서 시장 성장을 억제하지 않는 정책이 마련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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