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기고] 미래 모빌리티 시장, ‘프리미엄 브랜드’ 선점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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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
입력 2021-10-11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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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 시대가 본격적으로 열리기 시작했다. 지난 130여년의 내연기관차 시대가 저물고 있는 것이다. 내연기관차, 전기차 등 여러 차종이 중첩되는 기간도 약 40년에서 20년, 최근에는 15년 정도로 줄었다.

그만큼 전기차의 단점이 급격히 사라지면서 이를 바탕으로 자율주행 등 다양한 비즈니스 모델이 줄을 잇는 것이다. 앞으로 이 속도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면서 일선 소비자의 신차 구매패턴도 전기차 등으로 빨리 옮겨갈 것으로 판단된다.

최근 전기차로의 움직임이 워낙 빨라지면서 고민거리도 늘고 있다. 기존 내연기관차에서 명성을 얻었던 프리미엄 브랜드의 유지가 흔들리고 있는 것이다.

현재의 프리미엄 브랜드는 내연기관에서 느끼는 진동과 소음, 운전 특성 등이 모두 모여서 이뤄진 브랜드다. 그러나 엔진이나 변속기 등이 없고 무소음의 모터와 배터리로 무장한 전기차는 운행 특성부터 남다르다.

고성능이 아니어도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에 이르는 시간을 지칭하는 ‘제로백’이 워낙 빠르고 기동성이 있다 보니 전기차 시대에도 프리미엄 브랜드가 유지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든다. 도리어 새로운 차종 도입으로 기존 프리미엄 브랜드의 유지력이 고민이 되면서 새롭게 진출하는 브랜드가 명품이 되는 시대가 아닌가 판단된다. 즉, ‘개천에서 용 날 수 있는 기회’가 많이 늘어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테슬라는 자동차 제작사가 아니고, 짧은 역사임에도 불구하고 이미 전기차 명품 브랜드 반열에 올랐다. 그만큼 다른 신생 기업이나 대중 브랜드 기업 입장에서는 지금 전기차로의 급변이 프리미엄 브랜드로 올라갈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된다고 할 수 있다.

최근 현대차그룹의 프리미엄 브랜드인 제네시스가 2025년 모든 모델을 전기차 등 무공해 차로 모두 바꾸겠다고 선언한 이유도 애매모호하게 내연기관차 브랜드에서 전기차로 옮기기보다는 새롭게 미래 무공해 차의 프리미엄 브랜드로 자리매김하겠다는 의지로 볼 수 있다.

실제로 글로벌 시장에서 프리미엄 브랜드로 올라서기 위해서는 유구한 역사의 스토리텔링과 프리미엄에 맞는 브랜드 마케팅 전략이 녹아 있어야 하고, 차별화된 품질은 기본이라 할 수 있었다. 그러나 전기차는 이제 시작인 만큼 과거의 역사가 없어도 충분히 통할 수 있는 기회가 만들어진다.

고성능 브랜드도 전기차 시대를 맞아 고민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BMW의 M브랜드와 벤츠의 AMG 등 세계적으로 알려진 고성능 브랜드는 소비자 니즈와 충성 고객을 늘리며, 차별화된 기술을 선보이는 중요한 역할을 수행했다.

하지만 전기차 시대에는 완전히 다른 특징으로 인해 내연기관차와는 고성능의 기준이 달라질 수 있다. 제로백이 특히 빠른 전기차의 특성을 더욱 끌어올리고 특화된 고성능 기능을 더하는 등, 전기차가 고성능 브랜드로 전환하는 것은 중요한 과제라 할 수 있다.

최근 대표적인 움직임을 나타내는 브랜드가 포르쉐 타이칸이다. 고성능 스포츠카의 대명사이지만 이것도 내연기관차에서 구축된 이미지인 만큼 전기차로의 전환은 쉽지 않았다.

타이칸 모델은 바로 전기차로의 고성능 브랜드 전환에 대한 샘플로 작용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성공적으로 유전자를 심어서 포르쉐만의 색깔을 넣은 모델로 전 세계에서 이슈화됐다. 이를 벤치마킹하기 위한 다른 기업들의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최근 고성능 브랜드인 N브랜드를 전기차로 차입해 고성능으로 바꾸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크로아티아 리막이라는 기업의 고성능 전기차 기술을 바탕으로 아이오닉5 N 등 특화된 고성능 브랜드를 만드는 작업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또한 세계 최고의 기술력을 가진 수소전기차를 바탕으로 최근 개최된 ‘하이드로젠 웨이브’ 행사에서 ‘비전 FK’라는 명칭으로 고성능 수소전기차 모델을 선보이기도 했다. 모빌리티에 대한 고성능 브랜드를 통해 기술력의 정점을 알리고 앞으로 다양한 소비자층과 충성고객을 구축하겠다는 의지로 보인다.

최근 전기차나 수소전기차 등 미래 모빌리티로의 전환 속도가 빠르게 진전되고 있다. 너무 빠른 진행으로 인해 모든 자동차 생태계가 경착륙할 수 있다는 우려와 함께 미래의 브랜드 이미지와 품질 제고를 위한 노력이 더욱 필요한 시기다. 또한 프리미엄과 고성능, 친환경 등 다양한 모델 교차와 미래를 지향하는 기업의 이미지까지 구축하는 고민도 늘고 있다.

아직은 글로벌 시장에서 불모지로 여겨지는 미래 모빌리티 시장에서 다양성과 기술력으로 미래 고객을 유치할 수 있는 최고의 브랜드를 내놓는 국내 제작사가 탄생하기를 바란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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