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임의 디지털 런웨이. [사진=한섬 제공]


코로나19가 덮친 패션가에 랜선 시대가 꽃을 활짝 피우고 있다. 쇼핑의 중심이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옮겨가면서 패션 기업들이 앞다퉈 디지털 소통 강화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온라인몰을 확대 개편하거나 라이브커머스를 활용하는 것은 이제 기본이다. 메타버스(3차원 가상세계) 입점부터 가상현실(VR)·증강현실(AR) 운영, 디지털 런웨이 개최까지 그 방법도 훨씬 다양해졌다.
 
◆구호·타임 올해 첫 디지털 런웨이
2일 패션 업계에 따르면 삼성물산 패션부문의 여성복 브랜드 구호와 현대백화점그룹의 패션기업 한섬의 타임이 올해 나란히 '가을겨울 시즌' 상품을 디지털 런웨이로 선보였다. 구호와 타임이 디지털 런웨이를 시도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구호는 자칫 지루할 수 있는 디지털 런웨이를 웅장한 음악과 함께 콘서트 형식으로 꾸며냈다. 지휘자 민정기의 디렉팅 아래 바로크 전문 연주단체 카메라타 안티콰 서울(Camerata Antiqua Seoul)이 연주하는 프랑스 바로크 대표 작곡가 장 필립 라모(Jean-Philippe Rameau)의 음악 5곡을 배경으로 이번 시즌 대표 룩 20가지를 착장한 모델들의 워킹을 담았다.

임수현 구호 디자인 디렉터는 "비대면 디지털 시대의 흐름에 맞춰 고객들에게 새로운 문화적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패션쇼와 콘서트를 결합한 디지털 런웨이 영상을 기획했다"며 "앞으로도 구호의 아이덴티티를 차별화된 방식으로 전달하면서 고객들과의 소통을 강화하는 콘텐츠를 지속해서 보여줄 계획"이라고 했다.

타임도 기존 런웨이와는 색다르게 화려한 영상미와 음악을 통해 브랜드 정체성을 보여줬다. 특히 영상 제작에 방탄소년단(BTS)과 엑소(EXO) 등 국내 대표 뮤지션들의 뮤직비디오를 만든 쟈니 브로스(ZANYBROS) 촬영팀을 섭외하는 등 공을 들였다.

한섬 관계자는 "디지털 런웨이는 패션 업계가 코로나19 확산에 대응하는 새로운 소통 방식"이라며 "디지털 소통을 강화하기 위해 영상 론칭 기념 라이브 방송과 함께 고객들과 댓글로 소통하는 시간도 마련했다"고 전했다.
 
◆디지털런웨이와 라이브커머스의 결합
디지털 패션쇼는 생방송으로 물건을 파는 '라이브커머스'로도 이뤄지고 있다. CJ온스타일은 전날 약 1시간 30분 동안 단독 패션 브랜드 13개의 86개 겨울 신상품 디지털 쇼케이스를 모바일 라이브커머스로 열기도 했다. CJ온스타일이 지금껏 개별 브랜드별로 모바일 쇼케이스를 진행한 적은 있었지만, 이처럼 큰 규모로 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CJ온스타일의 이번 디지털 쇼케이스는 브랜드와 상품에 대한 정보 전달에 그친 다른 일반적인 쇼케이스들과 달리 시청자들이 직접 상품에 대해 질문하고 출연진들이 답변하는 등 양방향 실시간 소통 방식으로, 브랜드 콘셉트와 대표 상품에 대한 설명과 품격 있는 런웨이는 물론, 다양한 콘텐츠를 구성하고 원활한 소통이 강점인 라이브커머스의 특성을 살린 것이 특징이다.

방송은 탑디자이너존(칼라거펠트·지스튜디오 등)과 웰노운 브랜드존(브룩스 브라더스·에디바우더 등), 온리 CJ존(더엣지 등) 등 총 3부로 나뉘어 구성됐다. CJ온스타일의 동지현 쇼호스트를 필두로 배우 고은아, 모델 한현민, 구동현 스타일리스트가 출연해 최근 유트브 채널 '방가네'에서 꾸밈 없는 모습으로 소탈한 일상을 노출하며 인기를 얻고 있는 고은아를 다른 출연자들이 여배우에 걸맞은 패션 피플로 변신시킨다는 콘셉트로 진행된다.

곽상원 CJ온스타일 콘텐츠제작담당 부장은 "국내외 명품 브랜드 중심으로 비대면 쇼케이스가 자리 잡고 있는 상황에서 CJ온스타일은 이번 역대급 모바일 패션 쇼케이스를 통해 홈쇼핑 패션의 프리미엄화를 또 한 번 선도했다"며 "앞으로도 디지털 기반의 모바일 경쟁력 강화에 전사적 역량을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패션가에 활짝 열린 비대면 시대
패션 브랜드의 온라인화가 단순히 런웨이만 변화시킨 것은 아니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의 여성복 브랜드 보브는 올해 8월 패션 업계에서 최초로 증강현실(AR) 기술을 이용해 제작한 룩북(화보)을 공개하기도 했다. 이 룩북의 특징은 기존의 평면적인 사진 형태가 아닌 입체적인 '3D 영상'을 통해 모델이 옷을 착용한 모습을 실제와 가깝게 구현한다는 것이다.

소비자들은 휴대폰·태블릿PC에서 AR룩북 링크만 접속하면 모델들이 패션을 착용한 모습을 생생하게 경험할 수 있다. 보브 마케팅 관계자는 "단순한 상품 구매를 넘어 경험과 재미를 중시하는 MZ세대 펀슈머(Fun+Consumer)를 겨냥해 패션 분야에서도 새롭고 독특한 방식의 마케팅이 확대되고 있는 추세"라면서 "AR화보는 업계 최초로 시도된 새로운 형태이면서 언택트 시대에 최적화된 포맷이라는 점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고 전했다.

한성에프아이가 전개하는 골프웨어 브랜드 테일러메이드 어패럴은 자사몰 메타버스에서 오프라인 매장과 동일한 VR쇼룸을 마련했다. 직접 매장에 가지 않아도 온라인에서 신제품을 꼼꼼히 살펴볼 수 있도록 가상현실 공간을 꾸민 것이다. 이 메타버스 공간은 가상의 골프장으로 들어가 전광판을 클릭하면 또 다른 세계가 연결되는 형식으로 이곳을 통해 VR쇼룸, 버추얼 패션쇼, 스페셜 라인의 클로 제품 정보까지 모두 확인할 수 있다.

분위기가 이렇자 자사몰 개편에 나서는 브랜드도 늘어나고 있다. LF의 캐주얼 브랜드 헤지스는 지난달 공식 브랜드몰 '헤지스닷컴'을 제품 카테고리별 검색 구매에 적합했던 기존의 형태에서 마치 잡지를 넘겨보는 듯한 느낌의 콘텐츠로 구성해 간편하게 구매가 진행될 수 있도록 사용자 환경(UI)을 새로 단장했다. 헤지스닷컴과 오프라인 매장에서의 체험을 주고받을 수 있는 온·오프라인(O2O) 콘텐츠도 강화했으며 판매자·소비자 직접 판매(D2C) 사이트로서 고객과의 관계 강화를 위해 배지(Badge) 제도를 도입하기도 했다.

신발 멀티숍 ABC마트도 공식 온라인몰 ‘아트닷컴’ 웹사이트와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을 전면 개편하고 패션 콘텐츠를 강화했다. 삼성물산 패션부문의 패션·라이프스타일 전문몰 SSF샵은 온라인·모바일 플랫폼으로 브랜딩을 강화하고 온라인 시장에서의 경쟁우위를 확보하기 위해 '세사패(세상이 사랑하는 패션)'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SSF샵은 소비자 인지도와 선호도를 높이기 위해 최초로 TV광고(CF)도 선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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