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철의 100투더퓨처] 백신 종주국으로 가는 길이 열렸다.

박상철 전남대학교 연구석좌교수 입력 : 2021-09-29 12:47

[박상철 교수]


[박상철의 100투더퓨처] 지난 9월 6일부터 10일까지 서울대학교 연구공원 소재 국제백신연구소에서 제20차 “국제백신학” 연수강좌를 개설하였는데 전세계 155개국에서 7428명이 참가하였다. 지역적으로 보면 아시아 5028명으로 67%, 아프리카 1435명으로 19%, 중남미 455명으로 6%, 유럽 290명으로 4%, 중동 162명으로 3%, 미국 112명으로 2%이었다. 참가자의 전문성으로 나누어보면 학사급 32%, 석사급 25%, 박사급 13%, 의사 30%이었으며, 직업별로는 대학교수 21%, 대학원생 및 연구원 18%, 공무원 17%, 자문역 13%, 국제기구 종사원 8%, 제약회사 7%, 자원봉사단체 6% 등이었다. 전세계 모든 지역에서 학위나 직종에 상관없이 코로나19 팬데믹의 문제 해결을 위한 연구자들이 참여하여 강의를 듣고 토론하는 열기가 지대하였다.

국제백신학 연수과정은 2000년부터 시작하여 2019년까지 매년 오프라인으로 개최되어왔다. 학계, 산업계, 정부 및 민간단체 다양한 분야에서 참여하여 이미 전세계에서 모여든1,500명 이상의 초급 및 중견 백신 및 보건 전문가들에게 연수를 제공했다. 그런데 코로나19 팬데믹이 일어나자 이번 코스에는 7428명이라는 기록적인 인원이 참여하는 맘모쓰 연수과정이 되면서 대한민국과 국제백신연구소 위상을 전세계에 알리는 전기를 이루었다. 세계보건기구, 세계백신면역연합(GAVI), 전염병대비혁신연합(CEPI), 미국국립보건원, 런던 위생열대의학대학원, 영국 국립생물의약품표준화연구소, 태국 국립백신연구소 등 최고수준의 전문가 27명이 참여하여 온라인 강의를 제공하였다. 코로나19 팬데믹 현황에 대한 기조연설에 이어 “코로나19 팬데믹 대응에 대한 국제기구의 역할”, “코로나19 면역학”, “코로나19 백신 전임상 연구 및 개발”, “임상개발, 임상 데이터, 지식 공백”, “항생제 내성, 역학, 보건경제학” 등의 주제로 과정이 이루어졌다. 특히 백신을 개발한 주요 제약회시의 책임자들이 직접 추진사항을 설명해주어 열기를 높였다.

국제백신연구소는 UN산하의 UNDP가 1990년대 초반에 개발도상국 어린이들의 전염병 사망율을 낮추기 위해서 백신의 연구개발, 생산방법 개량, 백신 도입 및 규제강화 등을 총괄하기 위한 국제적인 연구기관이 필요하다는 판단 하에 설립되었다. 당시 서울대학교 조완규총장과 박상대교수가 앞장서서 중국, 인도 등의 경쟁국들을 물리치고 유치에 성공하여 1997년 5월 UN회원국중 27개국과 WHO가 서명하여 비엔나협약하의 국제기관으로 설립되어 UN산하의 국제기구 중 본부가 대한민국 내에 소재한 최초이자 유일한 기구가 되었다. 현재는 38개국이 회원국으로 참여하고 있으며, 임직원은 19개국에서 170여명이 참여하고 있다. 주요 실적으로는 세계 최초 저가 경구용 콜레라백신을 개발하여 인도의 산타바이오텍과 한국의 유바이올로직스에 기술 이전하였으며, 이미 전세계에 6000만도즈이상을 공급하였다. 또한 차세대 장티푸스 다당-단백질 접합백신을 개발하여 SK 바이오사이언스에 기술 이전하였고 상용화단계에 이르렀다. 아시아 아프리카 20여개국에서 백신접종, 임상시험, 전염병부담연구, 백신효과입증 프로젝트를 수행하면서 개발국가들의 백신도입 정책을 지원하고 예방접종 역량을 강화하기 위하여 전문가 육성프로그램을 실시하고, 국가면역기술자문기구 설치를 지원하고 있다. 코비드-19백신의 백신효능 평가시스템을 구축하였고, 국내기업들인 제넥신, 스마젠, 제노포커스, 유바이올로직스, GI이노베이숀 등과 백신 및 면역증강제를 개발하며, 국제임상 파트너로서 이노비오사의 백신과 CEPI가 지원하는 중국의 Clover사 백신 임상시험을 지원하고 있다. 아울러 백신과 관련된 국제적인 연계망의 허브로서의 역할을 하면서 위상을 드높이고 있다.

코비드19 팬데믹 사태가 발생하고 나서 비로소 백신에 대한 국민적 국가적 관심이 커지고 있다. 비록 그동안 백신 개발에 큰 관심을 기울여오지 않았던 것은 사실이지만 백신 및 치료제 개발과 바이오산업의 열기에 가속이 붙고 있다. 더욱 우리나라는 바이오약제 생산 능력은 셀트리온과 삼성바이오가 선도하면서 세계 최고 수준에 이르렀고, 철저한 생산 관리시스템은 국제적 신뢰를 얻었기에 코로나19 백신을 개발한 러시아나 중국도 자국의 백신을 우리나라에서 생산해주기를 부탁할 정도가 되었다. 물론 아스트로제네카, 모더나, 화이자 등 세계 최고수준의 제약회사도 우리나라에서의 백신 생산을 기대하고 있다. 백신 생산의 결정적 조건인 원자재 공급을 위한 원활한 생산체계도 이루어지게 되어 일석이조의 효과를 얻게 되었다. 이와 같이 백신의 생산 및 관리시스템이 갖추어 졌을 뿐 아니라, 최신 정보를 소통하고 토론하는 백신학연수 과정을 주도하고, 백신의 개발과 훈련에 국제적 허브로 등장한 국제백신연구소가 우리나라에 있어 금상첨화가 되고 있다.

우리나라의 근대 의학은 백신을 통해서 정립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실학의 선구자인 다산 정약용은 ‘마과회통(麻科會通)’을 저술하여 천연두 환자의 고름을 이용한 인두법(人痘法)에 대한 기록을 1800년대에 남겼으며, 1880년대 선교사 알렌의 기록에도 조선에서 시술되던 인두법에 대한 기록이 나온다. 본격적인 우두법(牛痘法)은 송촌 지석영에 의해서 도입되었다. 그는 1876년 일본에 다녀온 박영선이 가져온 《종두귀감(種痘龜鑑)》을 읽고, 부산에 있는 일본 해군 제생의원을 찾아가서 종두법을 배우고, 우두의 원료를 구해서 종두법을 시행하였으나 만족하지 못하고, 1880년 제2차 수신사의 일원으로 직접 일본에 건너가 위생국에서 우두제조법을 배워와서 서울에 종두장을 차리고 접종을 시작하였으며, 전주와 공주에 우두국을 설치하고 위생국에서 종두사업을 관장하게 하였다. 이후 대한제국 정부는 1895년 생후 70일부터 만 1년 사이에 의무적으로 종두 접종을 하도록 하는 역사적인 ‘종두규칙’을 반포하였으며, 1899년 서양의학 교육을 위하여 최초 설립된 관립 경성의학교(현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전신)의 초대 교장으로 지석영을 임명하여 우리나라 의학발전의 토대를 이루도록 하였다. 최근 코로나 팬데믹에서 우리나라의 백신 개발, 생산, 보급, 훈련에 관한 국제적 위상이 부각된 것도 이러한 일련의 연속 과정으로 볼 수 있다. 백신도입으로 시작된 우리나라의 근대 의학이 이제 꽃을 피워 우리나라가 백신종주국으로 발전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박상철 필자 주요 이력
 
▷서울대 노화고령사회연구소장 ▷국제백신연구소한국후원회 회장 

박상철 전남대학교 연구석좌교수   scpark@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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