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 관리 하면 오래 산다 vs 장수 시대라 오래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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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철 전남대학교 연구석좌교수
입력 2021-09-08 1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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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철 교수]


[박상철의 100투더퓨처] 무엇을 먹으면, 어떻게 하면, 어디서 살면 장수할 수 있는가? 이런 주제는 선사시대부터 인간에게 던져진 숙제였다. 그러나 아직도 사람의 장수요인을 한마디로 단정하기는 어렵다. 다양한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얽혀 있기 때문이다. 장수를 설명하기 위해서는 백여 년에 걸친 개인별 생애를 이해하고 생체에 누적된 경험과 생활패턴을 총합적으로 분석하여야 한다는 점에서 이러한 현상을 만족하게 설명할 이론은 아직도 없다.

장수의 요인으로는 크게 개인적 요인과 공적 사회적 요인으로 구분하여 비교한다. 개인적 요인으로는 유전적 소인, 의학적 병력, 식이습관, 신체활동, 성격 등이 거론되고 공적 요인으로는 생태환경, 사회적 변화, 의료시혜 등의 변인들이 검토되어 왔고 이들 요인 간의 관계를 네트워크 연계 또는 상호작용 가설로 설명하고 있지만 아직 미흡하다. 이 중에서 장수를 설명하기 위해서 특히 집중 연구되어 온 분야는 유전자와 식단 및 장수인의 성격문제들이었으며, 사회적 관계와 활동양상이 새롭게 부각되고 있다. 근자에는 특히 유전자와 환경의 상호작용(Gene X Environment Interaction)이 제안되면서 이들 변인 간의 상호작용이 강조되고 있다. 다양한 장수요인들의 상호작용을 통한 장수효과를 설명하고 적절한 모델을 설정하기 위해서는 모든 요인들이 연계되고 이들 인자의 상호작용 결과가 장수라는 효과로 표현될 수 있어야 한다. 고정인자와 가변인자를 구별하고 고정인자의 경우도 개인적 고정요인과 사회환경적 고정요인이 구별될 수 있어야 한다. 따라서 이러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 장수의 집짓기 모델(Park’s Temple Model of Longevity)이 제안되었다.

건물을 지으려면 기초바닥과 기둥 그리고 지붕이 있어야 한다. 큰집을 지으려면 기초를 튼튼하게 하고 기둥을 실하게 하며 지붕에 흠집이 없어야 함은 당연하다. 이들 상호인자 간에는 적절한 균형이 필요하다. 기둥과 지붕을 튼튼히 하여도 기초가 단단하지 않으면 안 되며, 기초가 튼튼하더라도 기둥이나 지붕이 부실하면 안 된다. 기초와 지붕이 튼튼하더라도 지붕이 부실하면 집이 온전할 수가 없다. 마찬가지로 장수집짓기를 이루기 위해서는 장수 요인들을 기초, 기둥, 지붕요소로 분류하여 각 요인을 상호 조화롭고 균형있게 강화하여야 한다.

장수집짓기를 위한 기초요인은 어떤 것일까? 개인에게 주어진 쉽게 바꿀 수 없는 개인적 및 공적 고정요인들이다. 기초를 이루는 개인요인으로는 유전자가 우선이다. 생체의 기본속성이 유전적 영향에 의하여 크게 결정되기 때문이다. 다음으로 남녀성별의 차이이다. 성별에 따라 평생 생활관습과 활동범주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그리고 개인의 성격이다. 성격은 개인의 생활패턴과 사회적 관계를 달라지게 하기 때문이다. 공적 고정요인으로 사회문화요인과 생태환경요인을 들 수 있다. 특정 생태 환경에서의 유전적 적응성과 전통문화적 환경에서의 성별차이와 같은 작용은 고정 인자들 간에도 상호작용을 통한 영향이 가능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지역에 따라 집안에 따라 장수도가 차이가 나는 이유는 주로 기초요인의 차이 때문이다.

장수집짓기를 위한 기둥요인으로는 개인적 노력에 의하여 변화를 초래할 수 있는 가변요인인 운동, 영양, 관계, 참여를 거론한다. 집을 짓는 과정에서도 기둥의 설정에 여유와 균형이 요구되듯이, 장수의 과정에서도 이들 네 가지 요인의 조화와 안정을 이루는 것이 중요하다. 개인들이 오직 식이만으로, 사회참여만으로, 관계증진만으로 또는 운동만의 불균형적 생활을 한다면 결코 장수에 도달할 수 없다. 이들 인자 간의 조화가 깨지면 장수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은 당연하다. 장수의 기둥요인은 모두 개인적인 노력을 통하여 개선할 수 있는 가변요인이라는 사실이 중요하다. 운동, 영양, 관계, 참여 모두 개인의 의지와 노력을 절실하게 요구하고 있으며 개인별 장수도 차이의 중요한 요인이다.

장수집짓기의 지붕요인으로는 사회적 요인으로 복지지원체계, 의료시혜 및 사회간접시설, 경제적 여유와 정치적 안정 등을 들 수 있다. 복지지원체계는 노인들의 삶에 큰 영향을 줄 수 있으며, 의료시혜는 각종 질병에 대한 현실적인 대응방안으로서 건강상태를 책임지고 있는 대책이다. 또한 사회간접자원에 의한 시설들은 노인들에게 이동성을 보장해주고 안전과 편리를 제공해준다는 의미에서 중요하다. 이들 모두 정치적 경제적 시책에 의하여 결정되는 장수를 보장하는 사회적 변인이다. 국가마다 시대에 따라 또는 경제상황에 의하여 장수도가 변하는 것은 주로 지붕요인의 작용이다.

장수집짓기 모델의 기초요인과 기둥요인 및 지붕요인들 간에도 상호 보완 작용이 있다. 전통적 식이 패턴과 개인적 유전자 패턴과의 상호작용, 신체활동 증진과 유전적 또는 성별차이에 의한 장수효과 보완, 개인적 생활습관과 사회적 요인의 작용 등 여러 가지 상호작용이 시사되고 있다. 인간의 장수가 개인의 노력도 중요하지만 지역사회의 생태문화 환경과 사회정치적 상황에 의하여 이루어짐을 분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지금까지 장수를 설명해 왔던 많은 이론들이 인간의 장수를 설명하는 데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었던 점이 분명하게 대두되고 있다. 각종 동물 실험에서는 한정된 상황에서 제한된 조건에 따른 동물의 장수를 비교 분석한 결과를 인간에게 적용하면서 많은 괴리를 가질 수밖에 없었다. 그 이유는 인간의 장수를 이루는 요인이 너무도 복합적이며 이들 인자 간의 상호작용이 제대로 이해되고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TV나 인터넷 및 각종 매체에서 선정적으로 제기하는 장수를 표방하는 특정한 식품이나 특정한 생활패턴 또는 특정한 환경에 집착하지 말고 보다 통합적이고 균형을 갖춘 삶을 추구하여야 한다. 20세기가 지나면서 인류의 수명이 크게 증가된 이유는 바로 이들 장수요인 중에서 기초요인과 지붕요인이 크게 개선되었기 때문이다. 특히 사회 안전망, 경제상황, 건강보장 체계구축은 인류의 수명을 30세 이상 증가하는 쾌거를 이루었다. 이제 21세기에는 보다 더 높은 장수를 달성하기 위해서 기둥요인인 개인적 요인을 강화할 필요가 절실해졌다.


박상철 필자 주요 이력
 
▷서울대 노화고령사회연구소장 ▷국제백신연구소한국후원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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