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초대석] 강경진 한국산업폐기물매립협회 협회장 “시멘트업계 내로남불 매립장 진출 자제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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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진희 기자
입력 2021-09-28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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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공익활동 강화 앞장... 국제 망신 '의성 쓰레기산' 회원사들 자비 들여 처리 지원

  • 일본 폐기물매립비 한국의 10배... 매립장 공급량 조절 장기적 안목 필요

  • “남은 임기 동안 업계 인식 제고 최우선할 것”

500년 이상. 우리가 편리한 삶을 위해 일상적으로 많이 사용하는 스티로폼, 플라스틱 등이 썩는 데 걸리는 시간이다. 인류의 편의와 번영에 이바지했지만, 역설적으로 존속을 위협하는 소재들이다. ‘순환’을 기반으로 하는 지구환경을 파괴하는 주요 원인이기 때문이다.

다행히 지구환경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커지면서 이 같은 소재의 사용은 줄이고, 순환은 쉽게 하려는 움직임도 곳곳에서 이뤄지고 있다. 그 최전선에서 지속가능한 발전에 이바지하는 이들이 있다. 폐기물을 최종 관리하며, 자연으로 되돌리는 역할을 하는 산업폐기물처리업체들이다.
 

강경진 한국산업폐기물매립협회 회장. [사진=유대길 기자]

이달 12일 취임 100일을 맞은 강경진 한국산업폐기물매립협회 회장은 아주경제와 인터뷰를 통해 “우리나라의 산업폐기물(2019년 기준 8000만t) 중 80% 정도는 재활용되고, 10%는 매립, 나머지 5%가량은 소각으로 처리된다”며 “국내 산업폐기물매립시설이 연간 800만t을 처리하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한국산업폐기물매립협회는 국내 산업폐기물매립업체들이 2014년 3월 중지를 모아 환경부 인가를 받은 단체다. 20여개 회원사로 구성됐으며 폐기물매립 기술 개발과 교류, 국가폐기물정책의 개선, 공익사업 확대에 기여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강 협회장은 “환경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산업폐기물매립업체에 대한 인식이 좋아지긴 했지만, 여전히 부정적인 시선도 남아 있다”며 “산업폐기물매립시설을 항만, 공항 등과 같은 하나의 산업인프라로서 인식할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강 회장은 임기 동안 협회의 공익활동 강화와 규제개선 등에 앞장선다는 계획이다. 그가 개별 회원사 대표 시절부터 적극적으로 참여했던 이른바 ‘의성 쓰레기산’ 처리 지원이 대표적인 예다.

한 폐기물 재활용업자가 경북 의성군의 사업장 내 허용보관량 1020t의 188배가 넘는 ‘19만2000t’의 폐기물을 무단 방치하면서 만들어진 산이었다. 이로 인해 인근 주민들은 악취로 시달려야 했으며, 이는 외신에 보도까지 되며 국제적 망신을 당했다.

강 회장은 “회원사들이 의성 쓰레기산 처리 지원에 자비까지 들여 참여해 수천t 규모의 폐기물을 처리했다”라고 전했다.

한국산업폐기물매립협회는 이 같은 공익사업 확대의 일환으로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 2년 동안 2만6000t의 폐기물을 처리했다. 한국자원순환에너지공제조합과 함께 2019년 2월 환경부 ‘불법·방치 폐기물의 원활한 처분을 위한 자발적 업무협약’을 맺고, 관련 활동도 지속적으로 이어오고 있다.

강 협회장은 여기에 그치지 않고 정부와 업계 간 소통 활성화를 통해 상생을 도모하고, 생태계 경쟁력 강화에 힘쓴다는 포부다. 다음은 그와의 일문일답.

-폐기물매립시설이 아직도 혐오·기피시설이라는 인식이 남아 있다.
"모든 산업현장에서는 매일 폐기물이 발생하고 있으며 단 하루라도 처리되지 않으면 국가 산업도 멈춰서게 된다. 이러한 필수 기반시설임에도 국민들에게는 기피·혐오시설이라는 각인이 여전한 것이 사실이다. 최근 정관에 공익사업 기능을 추가해 공익성을 담보하고, 관련해서 적극적인 활동에 나선 배경이다. 단기간에 국민들의 인식전환을 이루기는 어렵겠지만 인내를 가지고 전 회원사와 협회가 선진화된 처리시설과 완벽한 관리 시스템을 바탕으로 국민들의 불신을 해소하기 위해 더욱더 노력할 것이다."

-잘못된 인식으로 인한 어려움도 많을 텐데.
"산업폐기물매립업체는 사업 특성상 일정 지역에서 매립이 종료되면 새로운 사업장을 마련해야 한다. 하지만 매립시설 조성계획이 어렵게 수립돼도 주민들의 극심한 반대 즉 님비현상으로 인해 좌절되는 경우가 많다. 각종 허가권을 가진 지방자치체단체들도 선출직이라는 한계 때문에 사업을 밀어붙일 수 없다. 기업들은 기업대로 최근 산업폐기물매립 비용이 급상승해 사업을 유지하기 힘든 상황이다. 전국의 쓰레기 매립지 가운데 3분의 1이 포화 상태이지만, 새로운 장소를 찾지 못해 어려움을 겪는 게 그 방증이다."

-정부가 폐기물처리에서 매립량을 줄이려고 하고 있다.
"산업의 발전에서 폐기물 발생은 불가분의 관계다. 기술의 발전으로 소각 처리를 끌어올린다고 해도 한계가 있다. 국가폐기물처리시스템에서 마지막 보루가 되는 매립은 국내에서 발생하는 폐기물 처리의 약 10%를 맡고 있다. 친환경을 표방하는 정부의 정책은 이해하지만 매립량을 제로로 만드는 것은 현실성이 없다. 안정된 매립시스템의 구축을 기반으로 한 재활용의 확대를 추진해야 한다."

-산업폐기물 매립비용이 증가하는 배경은
"산업폐기물매립시장의 특징은 공급량의 매립이 완료됨과 동시에 소멸된다는 점에 있다. 이로 인해 매립장의 공급량 조절은 장기적인 안목에서 이뤄져야하나 사회인식 등으로 인해 쉽지 않다. 매립장의 공급이 원활하지 않다 보니 처리비용도 하루가 다르게 오르고 있고, 앞으로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참고로 일본의 경우 산업폐기물매립 가격이 우리나라의 10배 이상으로 알고 있다. 이대로 방치하면 우리도 곧 그런 날이 올 것이다.

-정부가 사후관리 정책을 변경하려고 한다.
"산업폐기물 매립시설의 생애주기를 보면 설치, 운영, 사후관리, 종료의 네 단계로 구분할 수 있다. 이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게 사후관리다. 매립이 끝나면 30년간 매립장 제방 관리, 침출수 처리, 상부 우수배제 등 법에서 정한 의무를 다해야 한다. 국내 산업폐기물의 매립은 일반적으로 바닥과 측면, 상부 모두를 우수가 배제된 차수막을 이용한 캡핑 공법으로 한다. 기존에는 이를 30년간 사후관리를 하도록 돼 있다. 하지만 최근 정부가 매립시설의 침출수가 배출허용기준을 충족하거나 수위 0m를 사후관리 종료 조건으로 하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이를 종료 기준으로 한다면 일부 매립업체의 도주 또는 매립시설의 방치사태 속출할 것으로 우려된다. 사후관리 중 다양한 상부토지 이용방법이 있음에도 극히 제한적인 시설만을 설치할 수 있도록 규제하고 있다는 점도 문제다. 이로 인해 사후관리 비용 부담이 막대한 실정이다. 사후관리 중인 매립시설의 상부토지이용을 폭넓게 열어준다면 국토의 효율적인 사용과 적극적인 사후관리 효과를 동시에 얻을 수 있을 것으로 본다.

-공공부문과 시멘트업계의 매립사업 진출에 대한 견해는.
"국내 산업폐기물매립업계는 세계 최고의 기술력과 운영기법을 보유한 기업군으로 정착했다. 공공부문의 본격적인 사업 진출은 민간 투자 의욕을 떨어뜨려 장기적으로는 처리시설 부족이라는 결과를 낳을 것으로 분석된다. 필요하다면 비상상황에서 제한적으로 이뤄지는 게 합당하다. 최근 한 시멘트 업체에서 강원 영월 지역 내 전국 단위 산업폐기물매립장을 추진하고 있는데 이 또한 문제가 크다. 시멘트업계는 그동안 폐기물 매립은 침출수 등 2차 환경오염을 유발하고 자원순환사회를 만드는 데 걸림돌이라는 취지의 발언으로 매립업계를 비난해왔다. 그런데 지금에 와서 당시의 발언을 뒤집고 매립 사업을 추진하는 것은 ‘내로남불’의 표본이다."

-남은 임기 내에 역점을 두고 추진하고자 하는 사업이 있다면?
"사후관리 이행보증금을 보증보험 형태가 아닌 전액 현금예치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 이는 매립시설 운영자의 사후관리 의무와 중요성을 한층 강화시키는 효과를 가져올 것이다. 특히 보증금의 운영을 협회를 비롯한 민간으로 이양해 관리토록 하고 그 책임을 지운다면 지금보다 훨씬 안정된 매립체계가 조성될 것으로 본다. 이를 위해 정부와 지속적인 채널 유지와 협의를 추진할 예정이다."
 

강경진 한국산업폐기물매립협회 회장. [사진=유대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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