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킥보드 총량제 도입하자고?"···업계 반응 '싸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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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나경 기자
입력 2021-09-25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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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공유킥보드社 '헬멧 규제·불법 견인'에 매출 곤두박질

  • 일부 업계 '사업허가·총량제 규제' 제안...다른 업체들은 난색

 

국내 공유킥보드 업체가 지난 5월 도로교통법 개정안이 시행된 후 공유킥보드 이용률이 급감하며 매출에 큰 타격을 입고 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최근 일부 공유킥보드 업체를 중심으로 공유킥보드 사업허가제·총량제 도입 주장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업계에서는 "아직은 때가 아니다"라며 싸늘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국내 공유킥보드 시장이 아직 초기 단계로 법적·제도적 기반이 제대로 마련되지 못한 상태에서 또 다른 규제를 가하는 것은 자칫 시장 성장을 억제할 수 있단 우려에서다. 일각에선 자본력과 기술력으로 무장한 대형 공유킥보드 업체들이 시장을 잠식할 것이란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 일부 업체들 '킥보드 사업허가·총량제 규제 도입' 제안···"업체 줄여야 안전사고 준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라임바이크는 일부 공유킥보드 업체들과 의견을 모아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에 공유킥보드 사업허가제·총량제 규제 도입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잇따른 전동킥보드 사고로 인해 정부가 엄격한 규제를 가하자 이를 해결하기 위해 우후죽순으로 늘어나고 있는 공유전동킥보드 업체와 킥보드 수에 제한을 두자는 것이다. 현행법상 전동킥보드 대여사업은 '자유업'으로 분류돼 운영계획 수립 등 기준을 충족한 업체는 지자체에 등록만 하면 바로 대여업을 시작할 수 있다. 

전동킥보드 사고율도 매년 증가하는 추세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허영 의원이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개인형 이동장치 교통사고 발생 건수는 지난해 897건으로 집계됐다.

지난 2018년의 225건과 비교하면 2년 새 4배로 증가한 수치다. 같은 기간 부상자는 238명에서 895명으로, 사망자는 4명에서 10명으로 각각 늘었다. 사고유형별로는 최근 3년간 개인형 이동장치와 차량 사고가 890건으로 전체의 56%를 차지했다. 이동장치 대 사람 사고는 495건, 이동장치 단독 사고는 184건으로 각각 집계됐다.

라임바이크 관계자는 "미국과 유럽 등 해외 선진국들 역시 한국이 겪고 있는 전동킥보드 안전사고 문제를 똑같이 경험하고 한 차례 진통을 겪었지만, 운영 업체와 대수 제한을 적용해 산업을 안정적으로 발전시켜왔다"면서 "국내 역시 모빌리티산업의 발전을 위해서라도 일정 부분 규제가 필요하다고 생각돼 업계의 의견을 모아 국회에 전달한 것"이라고 말했다.

 

[자료=라임바이크 제공]


실제 공유킥보드 산업이 안정화된 미국 뉴욕, 프랑스 파리, 영국 런던 등 대도시는 1~2년 전부터 공유킥보드를 허가제·총량제로 운영하고 있다. 이에 따라 뉴욕은 3000대(3개사), 파리 1만5000대(3개사), 런던 1650대(3개사) 등의 공유킥보드만 보급 및 운영되고 있다. 서울시에서만 5만5000대(14개사)가 운영되고 있는 국내와 비교하면 현저히 적은 수준이다. 
 
◆ 업체들은 난색 "섣부른 규제, 킥보드 산업 발전 발목 잡을 것"
하지만 업계에서는 이에 대해 싸늘한 시선을 보내고 있다. 안전사고 문제를 막겠다고 사업허가제와 총량제 규제를 도입하는 것은 결국 업계 스스로가 산업에 족쇄를 채우는 꼴이라는 입장이다.

한 공유킥보드 업체 관계자는 "헬멧착용의무화 등 정부의 규제로 많은 기업들이 생존의 기로에 서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런 식으로 대응해서는 안 된다"며 "현재 한국의 교통상황 안에서 개인형 이동장치에 대한 관계성이 명확하게 정립되지 않은 상황에서 정부의 추가적인 규제까지 가해진다면, 시장은 더욱 축소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코리아스타트업포럼 산하 퍼스널모빌리티산업협의회(SPMA) 관계자도 "공유킥보드 사업이 국내에 도입된 지는 불과 3년밖에 안 돼, 양적 확장이 무엇보다 중요한 시기"라며 "이런 상황에서 총량제를 도입할 경우 시장에서 이미 큰 파이를 차지하고 있는 선도기업과 그렇지 못한 영세기업 간의 불균형이 더욱 심화되고 행정적 편의를 위한 규제로 잘못 작용할 수도 있다"고 꼬집었다.

이어 "안전사고의 경우 기업의 수와 킥보드 대수를 줄인다고 해결되는 것이 아니다"라며 "정부와 기업 간 퍼스널모빌리티(PM) 산업에 대한 논의와 의견 조율을 거쳐 안전사고를 줄이는 방향으로 가는 게 맞는다"고 강조했다.

공유킥보드 사업허가제·총량제 규제 도입이 라임바이크의 일방적 의견이라는 주장도 제기됐다. 국내 토종 기업 대비 막대한 자본력을 가진 라임 입장에선, 새로운 경쟁업체의 시장 진출을 막음과 동시에 사업을 적극적으로 확장할 수 있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라임은 미국 시애틀, LA를 비롯해 독일 베를린, 프랑스 파리, 이스라엘 텔아비브 등 30개 이상 국가, 120개 이상의 도시에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글로벌 전동 킥보드 업체다. 2017년 설립 후 불과 1년 만에 유니콘(기업가치 10억 달러 이상 비상장 스타트업)에 등극하며 화제에 올랐으며 구글벤처스(GV)와 우버가 투자에 참여해 유명세를 타기도 했다.

한 공유킥보드 업계 관계자는 "라임이 제기한 문제의식에는 공감하지만, 해결방식에서는 업계가 동의하는 부분은 아니다"라며 "국내 기업들이 공유킥보드 산업이 태동했을 때부터 규제 샌드박스 허가를 통해 어렵게 시장의 문을 열어놨는데, 뒤늦게 시장에 합류한 라임이 안전 문제를 언급하며 킥보드 업체와 수를 제한하자고 의견을 내는 것은 시장을 독식하겠다는 주장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전했다.

한편 전동 킥보드는 올해 5월 도로교통법 개정안이 시행되면서 자전거처럼 전용도로를 통행하되 규제·처벌은 원동기에 준해서 받는다. 헬멧 착용과 면허 소지 등도 의무화됐다. 여기에 지난 7월 15일부터는 불법주정차 단속까지 받고 있어 공유킥보드 이용률이 급감한 상태다. 

한국스마트이모빌리티협회는 국내 60여개 PM·전동킥보드 제조·유통·판매업체 가운데 50% 이상이 폐업 위기에 놓여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협회가 지난 5월 13일부터 9월 13일까지 국내 상위 3개 개인용 전동킥보드 제조사의 매출을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한 결과 A사 71%, B사 29%, C사 20% 등 매출이 급감한 것으로 집계됐다. 

공유 전동킥보드 운영사의 상황도 심각하다. 코리아스타트업포럼 퍼스널모빌리티 산업협의회(SPMA)에 따르면 5월 기준 PM 규제 강화 후 공유킥보드 이용률이 30%대에서 50%대까지 떨어진 것으로 조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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