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중독(中讀)] “여심 잡아라”… 中 자동차업계, 여성용車 경쟁 격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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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예지 기자
입력 2021-09-26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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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성 소비력 커져... 中 여성 운전자 1억5000만명

  • 창청자동차 여성전용 브랜드 '오라' 론칭

  • 체리자동차, 상하이자동차 등도 여성용 자동차에 주력

  • 향후 시장 전망도 밝아... 中 여성 소비력 '폭발적'

훙광미니EV[사진=바이두바이커 갈무리]

중국 여성용 자동차 시장을 놓고 자동차 업체들 간 경쟁이 뜨거워지고 있다. 여성의 사회적 지위 확대와 소비력 강화로 여성용 자동차 시장이 블루오션으로 급부상하면서다. 주요 자동차 제조업체들은 캐릭터와 다양한 컬러로 무장한 새로운 디자인의 차량을 속속 내놓으면서 여심 잡기에 총력을 기울이는 모습이다.

◆중국 자동차 시장에서 소비 잠재력 커진 여성들 
 

오라의 오라iQ [사진=치처즈왕 갈무리]

최근 성황리에 막을 내린 중국 '2021년 청두모터쇼'에서는 예년과 다르게 핑크빛, 하늘빛 부스에 이목이 쏠렸다. 대형 풍선이 부스 천장 위에 떠 있는 것은 물론이고, 여성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을 만한 광고 문구가 부스 곳곳에 설치되거나 흘러나왔다.

여성의 사회적 지위와 경제력 향상에 따라 ‘여성경제’라는 말이 생겨난 만큼 자동차 시장에서도 여성을 공략하는 마케팅이 펼쳐지고 있는 모습이다. 실제 과거 여성 소비자가 패션·뷰티·생필품 관련 제품에만 영향력을 행사했다면, 지금은 스포츠·자동차 등 남성 소비자들의 전유물이라 여겼던 부분에까지 세를 과시하고 있다.

중국 36커가 자동차 업계 데이터를 인용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내 여성 운전자 수는 1억5000만명으로 갈수록 남성 운전자와의 격차가 줄어들고 있다.

이런 가운데 여성들의 소비력과 수입 증가세를 감안하면 시장에서 여성들의 소비 잠재력도 어마어마하다는 평가다. 중국에는 운전이 가능한 연령대의 여성이 4억명이며, 이들의 소비력은 매년 10조 위안(약 1800조원) 이상에 달한다. 이는 독일, 프랑스, 영국의 연간 소매판매액을 모두 합친 수준이다.

최근 중국 관영 CCTV가 진행한 ‘중국 아름다운 생활 대 조사’에서는 올해 남성 수입 증가 폭에 비해 여성의 수입 증가 폭이 커질 것이며, 수입이 증가한 여성이 남성보다 많을 것이라는 결과가 나왔다. 그만큼 여성의 돈벌이 능력이 향상됐으며, 소비 여력도 커졌다는 얘기다.

◆여성 전용 브랜드, 제품 줄줄이 내놓는 자동차 업체들

이에 따라 중국 자동차 업체들은 여성 위주의 마케팅 전략을 펼칠 뿐 아니라 최근 몇 년 사이에는 아예 ‘여성전용’ 자동차 브랜드를 내놓기도 해다.

가장 적극적인 업체는 창청(長城)자동차다. 창청자동차는 ‘여성을 위한 자동차’라는 콘셉트의 ‘오라(欧拉·ORA)’라는 브랜드를 2018년 8월 정식으로 출범했다. 같은 해 청두 모터쇼에서 창청 자동차의 첫 신에너지 자동차이자 오라의 첫 모델인 오라iQ를 출시했다.

오라iQ는 여성 전용 자동차 모델인 만큼 색상이 기존 자동차와는 차이가 있었다. 티타늄화이트·재즈레드·워터블루·별빛실버 등 4가지 컬러인데, 강한 느낌보다는 밝고 부드러운 색상이었다. 크기도 작은 편이었고, 차량 디자인도 투박하지 않고 심플하고 간결한 느낌이 강했다.

오라iQ 출시 후 곧바로 오라R1도 출시했다. 초소형 전기차인 오라R1은 동글동글하고 귀여운 디자인에 딸기 레드, 코랄 오렌지 등 밝고 경쾌한 색상으로 출시됐다.

두 모델의 등장으로 중국에서는 여성 전용 자동차 시장이 각광을 받기 시작했다. 중국 체리자동차(奇瑞汽車)와 장화이폭스바겐, 전기차 스타트업 나타(哪吒), 둥펑자동차 등이 여성 전용 자동차 브랜드를 출시하며 시장에 뛰어들었다.

체리자동차의 경우 올해 청두모터쇼에서 처음으로 체리QQ아이스크림이라는 이름의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랑(SUV)을 내놨는데, 파스텔톤인 핑크, 퍼플, 화이트, 옐로, 블루, 그린 등의 색상과 귀여운 외관으로 여성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상하이자동차(SAIC), 제너럴모터스(GM), 중국우링(五菱·Wuling)의 중국 합작사 SGMW가 만든 저가 미니 전기차 ‘훙광(宏光)미니EV’ 시리즈 역시 여성용 자동차로 인기다.

홍광미니는 지난해 7월 기본 모델 4500달러(약 500만원)라는 파격적인 가격을 들고 시장에 등장했다. 이후 높은 가성비와 젊은 여성층을 겨냥한 마케팅으로 판매 실적을 끌어올렸다.

이 차의 최고 속도는 시속 105㎞에 불과하다. 하지만 도심 주행용 전기차로는 전혀 손색없다. 길이가 3m도 되지 않기 때문에 주차 공간이 부족한 도심에서 활용도가 높다. 귀여운 디자인과 커스터마이징 액세서리가 구매 욕구를 자극한다. 훙광미니는 공장 출고 시부터 20여 가지의 색상을 선택할 수 있다. 단색이 아니라 ‘아보카도 그린’, ‘레몬 옐로’, ‘화이트 피치 핑크’ 등 섬세한 옵션을 자랑한다.

여기에 나이키 신발, 우주 공간을 표현하는 은하수 스티커를 포함해 헬로키티, 도라에몽, 피카추 등 유명 만화 캐릭터까지 외관에 그려 넣을 수 있다. 중국에서는 ‘마카롱 전기차’라는 애칭으로 불리기도 한다.

여성전용으로 출시된 자동차는 아니지만, 여성을 타깃으로 마케팅을 펼치고 있는 이유다. 실제 36커에 따르면 훙광미니EV의 소유주 중 78%는 여성이다.

◆성장세 가팔라··· 여성 전용 자동차 시장 전망 밝아

여성용 자동차의 판매량도 점점 늘어나는 중이다. 창청자동차의 오라iQ는 출시 초기 월 700대 정도 팔렸지만 이후 출시된 오라R1 같은 경우 2019년 연간 총 판매량이 3만9000만대에 달했다.

오라 자동차의 지난 상반기 전체 판매량 역시 작년 동기 대비 94.5% 급증한 5만3000대를 기록했는데, 이 중 여성 소비자 비중이 7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주목되는 점은 여성 자동차 시장이 앞으로 더 빠르게 성장할 것이란 전망이다. 중국 자동차 업계 전문가 왕후이(王輝)는 “여성자동차 시장의 성장세는 이제 시작일 뿐 앞으로는 더 폭발적으로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또 다른 업계 전문가 저우밍 역시 “여성 소비 역량은 자동차 시장은 물론 중국 전체 소비 시장의 밝은 빛”이라며 “장기간 성장할 수밖에 없다”고 내다봤다.

다만 여성용 자동차가 젠더 대립과 갈등 문제를 일으킬 여지가 있다는 점은 조심해야 할 부분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 앞서 중국의 한 자동차 업체는 여성용 자동차를 홍보하기 위해 중국의 소비력 순위를 ‘여성, 개, 남성’ 순으로 발표해 논란을 빚은 바 있다.

업계 관계자는 “여성 전용 브랜드나 제품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전체 자동차 시장에서 개성과 디자인을 다양화하는 방식으로 모든 성별을 수용하는 것이 더 좋은 방식”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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