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 악화' 이유 지점계약 해지 일방 통보한 고려택배

김태현 기자입력 : 2021-09-15 14:58
사실상 독자운영 불가…대법 "계약해지 통보, 손해배상 해야"

서울 서초구 서초동에 위치한 대법원.[사진=연합뉴스 ]



본부회사가 경영난 등을 이유로 일방적으로 가맹점에 지점을 통합하겠다고 통지하는 것은 계약해지에 해당하기 때문에 이 과정에서 발생한 손해는 회사가 배상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15일 법조계에 따르면 A씨는 1999년 고려택배와 지점 설치계약을 맺은 이후 택배 가맹점을 운영했고, 2017년 A씨와 고려택배는 지점설치계약을 갱신했다. 이 계약은 자동갱신돼 2019년 6월 연장됐다.

이 과정에서 고려택배는 "각 지점의 수수료 인상 요구로 인해 불가피하게 인적, 물적 구조조정을 통해 위기를 극복하고자 한다"며 A씨가 운영하는 지점을 인근 본사 직영 센터와 통합하겠다고 통보했다.

가맹점사업법 14조는 가맹본부가 계약을 해지하려면 가맹점 사업자에 2개월 이상의 유예기간을 두고 계약 위반 사실을 구체적으로 밝히고 이를 시정하지 않으면 계약을 해지한다는 사실을 서면으로 2회 이상 통지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A씨는 "고려택배의 통합 통지는 무효이며 계약기간이 남았음에도 고려택배의 잘못으로 인해 영업을 하지 못하게 됐다"며 7200여만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소송을 냈다. 

고려택배는 재판 과정에서 "경영난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A씨에게 수수료 인상 요구를 받아 다른 지점과의 통합운영을 제안한 것일 뿐 계약 해지통지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또 택배 지점 계약은 '위임' 계약으로 해지 절차가 필요없다고도 했다.

1심은 "가맹본부인 피고가 계약을 이행할 의사가 없음을 명백히 하는 바람에 더는 가맹업자로서 지점을 운영할 수 없게 된 A씨가 어쩔 수 없이 운영을 종료하게 됐다"고 판시했다. 고려택배의 통합 취지를 살펴보면 통합시 관리 운영은 A씨가 아닌 다른 지점의 지점장이 한다는 취지로, 사실상 A씨가 독자적인 운영을 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이에 1심은 통지에 기재된 사유인 경영악화는 A씨에게 귀책사유가 없어 A씨의 권리를 보호해야 할 필요성이 더 크다고 보고 고려택배의 손해배상 책임을 약 5470만원으로 판단했다.

2심도 택배 지점 계약이 일종의 위임 계약 성격이 있지만 가맹사업법이 특별법으로 우선 적용돼야 한다고 봤다. 다만 배상 책임은 3660만원으로 줄였다.

대법원 역시 "지점 계약은 본사가 지점사업자인 A씨에게 영업권, 상표 등 영업표지를 사용해 택배사업을 수탁·운영하게 하면서 영업을 지원·통제하는 등 가맹사업에 해당한다"며 "고려택배는 배상 책임에 대해 A씨가 다른 사업을 통해 수익을 얻었을 가능성이 있어 손익상계를 해야 하고 책임도 제한돼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적법한 상고 이유가 아니다"라며 2심 판단이 옳다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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