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조직은 곪아가는데, 이미지 관리에만 급급한 ‘페퍼저축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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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영훈 기자
입력 2021-09-14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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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아주경제 DB]

페퍼저축은행이 최근 여자프로배구단을 창단하며 ‘외부 이미지’ 챙기기에 집중하고 있다. 이와 관련된 광고 및 브랜드 마케팅에 조직 역량과 비용을 총동원하는 추세다. 이를 딛고 기업의 부정적인 이미지는 털어내고 ‘브랜드 인지도’를 한층 끌어올리겠다는 계산이다.

다만, 이를 바라보는 내부 직원들의 시선은 좋지 못하다. 이처럼 보여지는 모습을 꾸며내는데 급급할 때, 내부 조직은 빠르게 곪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일부 직원들 사이에서는 노후 시스템 개선에 사용해야 할 비용까지 모두 끌어모아, 배구단 운영에 쏟아붓고 있다는 불만이 팽배하다. 오죽하면 회사에서 직원 관련해서 유일하게 내세울 건 하루 8000원 수준의 ‘점심 쿠폰’ 지급이 유일하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최대 문제는 갈수록 심화하는 ‘역피라미드형’ 조직 구조다. 전체 조직원 수는 적은 반면, 임원 수는 지나치게 많은 비효율적인 구조가 장기간 유지되고 있다. 배를 저을 선원은 현저히 떨어지는데, 방향을 지시할 선장만 넘쳐난다는 뜻이다. 이 경우, 효율적인 조직 의사결정 및 업무 처리는 당연히 불가능할 수밖에 없다.

실제로 페퍼저축은행의 3월 말 기준 전체 임원 수는 29명으로, 대형 저축은행 4곳(SBI,OK,페퍼,웰컴) 중 가장 많았다. OK저축은행(10명)과는 차이가 3배 가까이 벌어졌다. 반면 전체 직원 수는 430명으로, OK저축은행(1059명)의 절반에도 못 미쳤다.

이에 따라 동종 업계 대비 실제 직원 연봉은 적지만 평균 연봉은 높은 숫자상 오류도 발생하고 있다. 앞서 언급된 다수의 임원들이 급여 평균치를 크게 끌어올린 효과다. 실제 직원들의 경우, 영업직 등 일부 부서를 제외하고 연봉이 평균에도 못 미치는 경우가 다수인 것으로 알려졌다.

추후 성과를 통해 이를 정상화하기도 쉽지 않은 구조다. 진급 전까진, 연봉이 항상 동결되는 수순이 관행처럼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도 승진자를 제외한 구성원의 연봉은 대부분 동결된 것으로 알려졌다. 내부 곳곳에서 전체 업무량 대비 보수에 대한 불만이 꾸준히 터져 나오는 이유다.

이외에도 비대한 임원 구성으로 인해 야근 강요, 군대식 문화 등 다양한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다. 단순 이 같은 부분을 차치하더라고, 대다수 직원들이 현재의 기형적 조직 구조에 대한 문제점을 충분히 인지하고 공통적으로 개선을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당분간 이 체제를 탈피하긴 쉽지 않아 보인다. 임원 중 상당수가 출범 당시부터 대표이사(CEO) 자리를 유지하고 있는 이른바 ‘장 매튜 사단’으로 분류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나치게 보수적인 결제 방식도 문제다. 아직까지도 내부적으로 주요 사안 관련 전자결제 시스템을 구축하지 않고 있다. 서류 사인을 통해 일일이 승인을 받아야 하는 식이다. 표면적으론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을 강조하고 있지만, 정작 세부적인 부분은 뒷받침되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이 역시도 직원들 사이에 업무 활력을 떨어뜨리는 치명적인 결함 중 하나로 작용하고 있다. 상위 저축은행 업체인 페퍼의 입지를 고려했을 때도, 쉽게 이해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일반적인 상황이라면, 페퍼의 ‘프로 배구단’ 창단은 내부 구성원들의 환영을 받아야 할 호재다. 그런데도 직원들이 박수 대신 씁쓸한 시선을 보내는 데는 분명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당장 겉으로 보여지는 이미지 챙기기에 치중하기보단, 먼저 철저한 집안 관리에 나서야 할 때다. 그래야만 조직 결속력이 곪아서 결국 터져버리는 상황을 방지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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