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대전환 시대] 전선 업계, ‘미국·해저’에 힘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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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문기 기자
입력 2021-09-1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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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재생에너지 발전 확대에 전력망 정비 시급...‘해저 케이블’ 신시장 활짝

글로벌 산업계의 화두는 친환경으로 변화하고 있다.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이 강조되면서 모든 산업군이 환경 친화적인 사업의 방법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

8일 산업계에 따르면 이와 같은 움직임에 따라 전선업계가 요동치고 있다. LS전선과 대한전선 등 국내 주요 전선업계들 간 경쟁 역시 치열해지고 있다.

두 기업의 경쟁이 치열해지는 데는 각국 정부에서도 환경 친화적인 정책을 내놓는 등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기 때문이다. 국제사회는 지구의 온도 상승을 산업화 이전과 비교했을 때 섭씨 1.5도 이내로 유지해야 한다는 데 공감대를 형성했다.

이를 달성하기 위한 방안으로 제시된 게 탄소 순배출량 0을 뜻하는 ‘탄소중립’이다. 선진국들은 자국 내 탄소 배출량과 국내외에서 벌이는 각종 감축 사업을 통해 탄소중립을 달성하겠다는 전략을 속속 발표하고 있다.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해 핵심이 되는 산업군으로는 정유화학·철강·반도체 등을 꼽을 수 있다. 그러나 이런 산업군에 에너지를 공급하는 전력산업도 탄소중립 달성에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보는 시각도 많다.

이에 관련 업계는 전기를 생산할 때 화석연료가 아닌 자연을 활용하는, 이른바 ‘에너지 전환’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국내외를 막론하고 재생에너지 발전이 확대되고 있는 가운데 전력망 구축의 핵심인 전선업계가 혜택을 받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인프라 개선 나서는 ‘미국 시장’ 공략
전선업계가 주목하고 있는 곳은 크게 북미, 유럽, 동남아 등이다. 전력망이 일찌감치 구축된 북미와 유럽 등은 최근 에너지 전환 과정에서 노후화된 인프라가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업계는 미국 해저케이블 시장이 노후 케이블 교체, 해상풍력 개발에 따른 신규 수요 등의 영향으로 지속해서 성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와 같은 전망은 바이든 정부가 들어선 이후 현실화하는 양상이다. 바이든 정부는 1조2000억 달러 규모의 인프라 투자 예산안 중 730억 달러를 전력망 개선에 투입하기로 했다.

LS전선과 대한전선 등 국내 전선업계는 바이든 행정부 출범에 앞서 이미 미국 시장을 적극적으로 공략하고 있었다. 최근 이와 같은 기조에 발맞춰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LS전선은 지난해 5월 미국 미시간호에 설치된 해저케이블을 교체하는 660억원 규모의 사업을 수주하면서 미국을 비롯한 신시장 개척에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선언했다.

공언대로 LS전선은 지난해 말 미주지역본부를 신설해 현지 사업 규모를 키웠다. 본부장에 전무급 인력을 배치하는 등 미국 시장 공략의 첨병을 담당할 미주지역본부에 힘을 실어주는 모양새다.

LS전선은 미주지역본부 신설 이전에 미국 내 판매법인 LSCA, LSCSA와 생산법인 LSCUS을 운영하고 있었다.

노스캐롤라이나에 중·저압 케이블 생산공장을 보유한 LSCUS는 지난해 코로나19 세계적 대유행 속에도 전년 대비 7% 성장한 약 757억원의 매출을 기록하는 등 성장세다.

대한전선 역시 미국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대한전선은 최근 미국 캘리포니아 전력회사로부터 420억원 규모의 전력 인프라 프로젝트를 수주했다.

이 사업은 오는 2028년 개최 예정인 LA올림픽을 앞두고 급증하는 전력 수요에 대비하기 위해 275kV급 초고압 지중전력망을 구축하는 프로젝트다.

이번 수주를 포함해 대한전선은 올해 미국에서 1900억원 규모의 수주고를 올렸다.

업계는 대한전선이 대규모 프로젝트 수주를 넘어 초고압 케이블, 중·저압, 가공선 등 미국 시장에서 제품 포트폴리오를 확장하는 성과도 함께 거뒀다고 분석한다.

동부 지역의 뉴욕·펜실베니아, 서부 지역의 캘리포니아·아이다호 등 미국 전역에서 고른 수주 성과를 냈다는 것도 고무적이다.
 

대한전선 관계자들이 미국에서 초고압케이블을 포설하고 있다. [사진=대한전선 제공]

해저케이블 시장, 전선업계 전장으로 급부상
국내 전선업계가 제품 측면에서 공을 들이는 시장은 해저케이블 시장이다. 최근 세계적으로 해상풍력발전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해상풍력발전단지가 새로 구축되면 단지 내에 설치할 전선(내부전력망), 그리고 이를 육지에 있는 기존의 전력망으로 송전하는 전선(외부전력망) 등 해저케이블 수요가 발생한다.

전선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23억 달러(약 2조6905억원) 규모로 형성된 글로벌 해저케이블 시장은 2025년 약 45억 달러(약 5조2650억원)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강원 동해시에 해저케이블 공장을 보유하고 있는 LS전선은 올 7월 해저케이블 확장에 1859억원을 투입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동해 제2사업장 내에 국내 최대 높이의 전력 케이블 생산 타워 등 최신 시설을 갖춘 해저케이블 공장이 들어선다.

명노현 LS전선 대표는 당시 “탄소중립을 위한 세계 각국의 신재생 에너지 투자 확대로 해저케이블 시장도 성장하고 있다”며 “국내 투자 확대로 국가 경제에도 기여하겠다”고 강조했다.

LS전선은 지난달 국내 최대 규모인 8000t급 해저케이블 포설선 ‘GL2030’을 확보했다고 밝히면서 해저케이블 전문 공장·포설선을 모두 보유한 업체로 발돋움했다. LS전선에 따르면 세계적으로도 초고압 해저케이블의 생산부터 시공 역량까지 모두 갖춘 업체는 유럽의 소수에 불과하다.

LS전선 관계자는 “그동안 국내에는 해저전력케이블 전용 포설선이 없어 시공 일정 조율과 품질 확보 등에 어려움을 겪었다”며 “포설선을 직접 운영하게 되면 노하우를 축적, 시공 전문성을 강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LS전선은 GL2030을 내년 상반기부터 국내 해저케이블 사업에 우선 투입할 계획이다. 추후 동남아시아와 동아시아 국가의 해저케이블 사업 참여도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

대한전선도 지난 2월 해저케이블 생산을 위한 신공장 설립을 추진한다고 밝히며 도전장을 냈다.

대규모 해저케이블 생산이 가능한 공장을 연내 착공하고 내년에 본격적인 생산을 가능하도록 하겠다는 계획이다.

기술, 생산, 영업, 시공 등 모든 분야 출신으로 구성된 전담 태스크 포스(TF)팀을 조직하고 공장 후보지와 투자 규모 등에 대한 종합적인 검토에 돌입했다.

다만 상반기 내에 완료할 계획이었던 부지 선정이 늦어지면서 전반적인 일정이 전체적으로 지연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대한전선 관계자는 “서남해해상풍력 연구·개발(R&D), 1단계 실증 등 사업에 해저케이블을 성공적으로 납품한 기술력과 경험을 토대로 내년 이후 착공 예정인 대형 해상풍력 개발 사업 수주에 공격적으로 나서겠다”고 강조했다.
 

LS전선 관계자들이 강원 동해시 동해항에서 해저케이블을 선적하고 있다. [사진=LS전선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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