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전기차 유치전]샤오미 품은 베이징…도시간 사활 건 경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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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이재호 특파원
입력 2021-09-0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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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5년 내 700만대, '황금알 낳는 거위'

  • 베이징, 당근 정책으로 샤오미 잡아

  • 허페이-니오, 선전-비야디 성공사례

  • 단숨에 경제·기술 업그레이드 가능

  • 시안·우한 등 중서부 지역까지 참전

베이징의 샤오미 본사 [사진=바이두]


'대륙의 실수'라는 애칭으로 유명한 중국 정보기술(IT) 기업 샤오미가 전기차 제조업에 뛰어들었다.

5년 내에 연간 700만대 규모로 급성장할 시장을 그냥 지나칠 수 없었던 것이다.

중국에서는 샤오미의 전기차 사업이 어디에 터를 잡을지가 관심사였다. 다수의 지방정부가 각축을 벌인 끝에 베이징이 최종 승자가 됐다.

안후이성 허페이는 전기차 스타트업 웨이라이(蔚來·니오)를 품에 안으며 단숨에 신에너지차 산업의 신흥 메카로 떠올랐다.

중국 각 지방정부들이 전기차 업체 유치에 사활을 걸고 있는 이유다.

◆ 샤오미, 돌고 돌아 베이징 안착

지난 2분기 애플을 제치고 삼성전자에 이어 2위에 오른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의 강자 샤오미가 전기차 분야로 사업 영역을 확대했다.

샤오미는 지난 1일 웨이보 공식 계정을 통해 '샤오미자동차(小米汽車)' 법인 등록을 완료했다고 밝혔다.

샤오미의 전기차 제조 자회사인 샤오미자동차의 초기 자본금은 100억 위안(약 1조8000억원)이며, 법인 대표는 레이쥔 샤오미 회장이다. 샤오미 공동 창업자인 류더(劉德)가 감사를 맡는다.

샤오미자동차의 경영 범위는 전기차를 포함한 신에너지차 제조, 완성차 및 부품 연구개발, 모터 및 제어시스템 연구개발, 스마트 차량용 설비 제조, 리튬이온 배터리 제조, 차량용 소프트웨어 개발 등이다.

전기차를 만드는 데 필요한 전 영역에 손을 대겠다는 것이다.

지난 3월 전기차 시장 진출을 선언한 레이쥔은 "향후 10년간 모든 역량을 총동원하겠다"며 12조원이 넘는 투자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그는 "전기차 사업은 내 인생의 마지막 프로젝트가 될 것"이라며 전의를 다졌다.

국가기업신용정보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샤오미자동차의 등록 주소는 베이징 이좡(亦庄)의 경제기술개발구 15구역 5동이다.

바이두의 자율주행 차량 시험장 '아폴로 파크(Apollo Park)' 소재지로 잘 알려진 이좡 경제기술개발구는 IT 및 신에너지 관련 기업이 다수 입주해 있는 곳이다.

샤오미가 전기차 생산기지로 어디를 낙점할지를 놓고 다양한 의견이 제기돼 왔다.

장샹(張翔) 베이팡공대 자동차산업혁신연구센터 연구원은 "일반적으로 자동차 기업은 부지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여러 도시와 협상을 벌이게 된다"며 "각 도시가 제공하는 비즈니스 여건을 비교한 뒤 가장 유리한 곳을 골라 계약을 체결하는 식"이라고 말했다.

중국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샤오미자동차의 경우 허페이와 후베이성 우한 등이 직접 접촉한 것으로 알려졌고 상하이 등도 물망에 올랐다"며 "결과적으로 기존 샤오미 본사가 위치한 베이징이 유치전에서 승리한 셈"이라고 전했다.
 

안후이성 허페이의 웨이라이 공장. [사진=웨이보]


◆ 지방정부 경제력 강화 '첩경'

중국자동차공업협회 통계를 보면 올해 1~7월 중국 전기차 누적 판매량은 147만8000대로 전년 동기보다 2배 늘었다.

연간 200만대 돌파가 유력한 상황이며, 2025년까지 700만대 수준으로 급성장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특히 중국 전기차 시장은 테슬라 정도를 제외하면 자국 브랜드가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전기차 업체 유치에 성공한 지방정부는 경제 규모와 첨단산업 기술력을 단숨에 끌어올릴 수 있다.

지난해 4월 '중국판 테슬라'로 불리는 웨이라이가 본사를 이전한 허페이의 성공 사례가 대표적이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당시 웨이라이가 자금난에 시달리고 있었는데 허페이가 70억 위안 투자를 약속하며 본사 이전을 요청했다"며 "허페이건설투자 등 국유 기업이 전략적 투자자로 나섰다"고 설명했다.

중국 중부의 빈곤 지역 안후이성 성도인 허페이는 최근 신에너지차 산업의 중심지로 떠오르고 있다.

허페이시 정부는 2025년까지 전기차 생산량을 150만대로 확대하겠다는 청사진을 발표했다. 관내 자동차 생산량의 절반에 해당하는 수치다.

허페이시는 "중국 전체 신에너지차 생산량의 4분의1을 차지하겠다"며 이를 위해 향후 5년간 100억 위안 투자, 관련 인재 100만명 확보 등을 공언했다.

2050년이 되면 신에너지차 산업 생산이 3000억 위안에 달할 것이라는 게 허페이시 측의 주장이다.

지난 3년간 허페이 인구는 32만명 증가했는데, 전기차·반도체 산업 발전으로 일자리가 늘어난 게 그 배경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세계 최대 전기차 업체로 도약한 비야디(BYD)의 성장 발판이 된 광둥성 선전, 글로벌 1위 전기차 배터리 기업인 CATL 본사가 소재한 푸젠성 닝더 등도 비슷한 수혜를 누린 바 있다.

◆중서부 주요 도시 잇단 참전

베이징 이좡 경제기술개발구는 샤오미를 상대로 금전적 혜택 대신 정책적 유인책을 앞세워 협상을 벌였다.

'신에너지 및 첨단 자동차 산업 발전 핵심 기지' 조성을 천명하며 엔진·배터리·소재·센서 관련 연구개발 기업에 각종 인센티브 제공과 승인 절차 간소화 등의 우대 정책을 적용하기로 했다.

샤오미 관계자는 "우리는 현금 보유량이 충분해 투자나 자금 지원에 별다른 매력을 느끼지 못한다"며 "오히려 다른 정책적 호재들에 더 끌렸다"고 말했다.

동부 연안에 비해 경제력이 뒤떨어지는 중서부 주요 도시는 전기차 산업 유치에 사활을 걸었다.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이 있는 산시성 성도 시안은 2025년까지 완성차 생산 300만대 이상, 관련 산업 생산 6000억 위안 이상을 목표로 설정했다.

특히 같은 기간 신에너지차 생산량 150만대를 달성해 시안을 신에너지차 산업의 고장으로 변모시키겠다는 각오다.

우한은 샤오미 유치전에서 고배를 마시긴 했지만, 최근 가장 활발하게 전기차 산업 발전을 추진하고 있는 지역이다.

지난 4월 전기차 스타트업 중 하나인 샤오펑(小鵬)과 100억 위안을 투자해 스마트 네트워크 자동차 제조·연구 기지를 건설하는 내용의 계약을 체결했다.

5월에는 배터리 제조사인 중항리튬전지가 우한경제개발구에 입주하기로 결정됐다. 역시 100억 위안을 들여 공장을 짓고 내년부터 양산에 돌입할 계획이다.

제일재경신문은 "신에너지차와 스마트 네트워크 차량 개발 등을 둘러싼 도시 간 경쟁이 갈수록 격화할 전망"이라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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