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제주'의 몰락…엔씨소프트, 블소2 흥행 참패로 2거래일 새 시총 4조 '증발'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이재빈 기자
입력 2021-08-29 09:10
    도구모음
  • 글자크기 설정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 [사진=엔씨소프트 제공]]


한때 주가가 100만원을 넘기며 '황제주'로 등극했던 엔씨소프트가 몰락의 기로에 섰다. 신작 '블레이드&소울2'가 주가 반등의 모멘텀이 될 것이라는 기대 속에 출시됐지만 시장의 외면을 받으면서 이틀 새 시가총액이 4조원가량 증발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실적 악화로 인해 신작 출시만으로도 게임주 주가가 상승하는 시기는 지났다며 게임주 투자에 신중할 것을 조언했다.

◆ 몰락하는 엔씨소프트…100만원 넘던 주가, 60만원대로 추락

2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엔씨소프트 주가는 이날 전일 대비 7.05%(5만원) 하락한 65만9000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장중 한때에는 주가가 65만원으로 떨어지기도 했다. 엔씨소프트 종가가 60만원대를 기록한 것은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코스피 시장 전체가 충격을 받았던 지난해 5월 이후 처음이다.

2거래일 동안 주가가 급락하면서 시가총액은 지난 25일 대비 4조원가량이 증발했다. 지난 25일 18조3755억원이었던 엔씨소프트 시가총액은 주가가 83만7000원에서 65만9000원으로 하락하면서 14조4677억원으로 3조9078억원 감소했다. 20위권 중반대를 지키던 시가총액 순위도 30위로 떨어졌다.

엔씨소프트의 주가가 추세 하락에 있다는 점도 주목해야 한다. 지난해 10월 70만~80만원대를 횡보하던 엔씨소프트 주가는 상승을 거듭한 끝에 지난 2월 8일 103만8000원으로 마감하며 종가 기준 사상 최고치를 달성, 황제주에 등극했다. 시가총액도 22조2833억원에 달했다. 하지만 리니지M 문양 시스템 롤백 사건을 시작으로 주가가 하락하기 시작했고 6월에는 카카오게임즈의 신작 '오딘:발할라 라이징'에 매출 순위 1위를 빼앗기며 하락세를 지속했다.

◆ 리니지W·블소2로 반등 시도했지만…시장 반응은 '싸늘'

주가가 약세를 보이는 배경에는 차기작에 대한 우려와 신작의 흥행 참패가 자리한다. 엔씨소프트는 지난 19일 글로벌 온라인 쇼케이스 'The World'에서 창업자 김택진 CCO(최고 창의력 책임자)까지 동원해 차기작 '리니지W'(World)를 공개했다. 엔씨소프트의 IP(지식재산권) 리니지를 글로벌 시장 공략용으로 준비하겠다는 발표다. 이날 엔씨소프트 주가는 전일 대비 8.25%(6만5000원) 상승한 85만3000원으로 마감했다.

엔씨소프트는 26일 신작 '블레이드&소울2'를 통해 황제주 복귀를 꿈꿨다. '블레이드&소울2'는 출시 전부터 카카오게임즈의 '오딘:발할라 라이징'에 빼앗긴 매출순위 1위를 탈환할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지난 6월 출시된 '오딘:발할라 라이징'은 출시된 주에 바로 양대 마켓 매출 1위를 기록하며 카카오게임즈 주가 상승을 견인했다. 반면 적잖은 이용자와 매출순위 1위 자리를 빼앗긴 엔씨소프트의 주가는 고전하고 있었다.

하지만 결과는 참혹했다. 출시일인 26일 국내 다운로드 순위로 구글플레이 2위, iOS 1위를 차지했지만 매출 순위는 기대치를 밑돌았기 때문이다. 모바일게임 통계사이트 게볼루션에 따르면 '블레이드&소울2' 매출 순위는 구글플레이 7위, iOS 5위에 그쳤다. 출시와 거의 동시에 양대 마켓 매출 1위를 차지했던 '오딘:발할라 라이징'의 성적과 비교하면 실망스러운 수준이다.

시장의 반응이 싸늘한 까닭은 '블레이드&소울2'의 부족한 완성도와 과금정책(BM) 때문이다. 이용자 사이에서는 엔씨소프트가 사전에 공개했던 그래픽과 실제 인게임 플레이 그래픽 간에 괴리감이 크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또 매월 일정금액을 결제하지 않으면 게임 내 재화 획득 등에 제약이 있어 정상적인 게임 이용을 어렵게 하는 시스템이 없을 것이라는 엔씨소프트의 설명과 달리 '블레이드&소울2'에는 이름만 바꾼 시스템이 포함돼 있었다.

엔씨소프트는 결국 27일 공지를 통해 해당 시스템을 사실상 폐지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미 실망감을 느낀 이용자들은 엔씨소프트 게임에 대해 불매운동을 선언하는 등 후폭풍은 그치지 않고 있다.

◆ 증권가 신뢰 잃은 엔씨소프트…목표주가 '줄하향'

실책이 잇따르면서 증권사들은 엔씨소프트의 목표주가를 일제히 하향 조정했다. 먼저 삼성증권이 지난 26일 목표주가를 91만원에서 72만원으로 20.87%(19만원) 하향했다. 이베스트투자증권도 27일 목표주가를 109만원에서 70만원으로 35.77%(39만원) 하향 조정하고 투자의견을 매수에서 중립으로 변경했다.

오동환 삼성증권 연구원은 "블소2의 초반 매출 순위 상승 속도는 리니지M이나 리니지2M보다 느린 상황이다. 매출과 트래픽이 시장 기대를 하회할 가능성이 높다"며 "예상을 하회하는 블소2의 초반 성과로 인해 내년 이익 추정치 하향이 불가피하다. 남은 추정치 상향 요소는 연말 출시되는 리니지W가 기대를 넘어서는 성과를 기록하는 것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성종화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블소2의 초반 기대치 미달은 뽑기시스템에 기반한 과도한 과금체계에 대한 유저의 불만과 피로감에 따른 것"이라며 "현재 일매출은 15억원 내외인데 론칭 초반 오픈발 작용 후 하향셋업 과정을 거치는 패턴을 감안하면 첫 분기 일평균 매출은 론칭 초반 일매출 수준보다 더 작을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 바뀌는 게임주 투자전략…"신작 출시만으로 주가 반등 힘들어"

신작 출시에도 게임주 주가가 약세를 보이면서 게임주 투자 전략 자체가 바뀌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그간 신작 출시 모멘텀만으로도 주가가 상승했던 때와 달리 이제는 매출이 드러나기 전까지는 주가가 상승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종원 상상인증권 연구원은 "현재 게임주는 신작 모멘텀에 대한 기대감이 많이 희석된 상황이다. 신작이 나오더라도 매출 순위가 가시적으로 드러나기 전까지는 지켜보자는 분위기"라며 "무분별한 모멘텀 투자는 지난해에 비해 리스크가 큰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신작 모멘텀 희석의 배경으로는 2분기 '어닝 쇼크'를 지목했다. 앞서 엔씨소프트는 2분기 영업이익으로 전년 동기 대비 46% 급감한 1128억원을 기록하며 '어닝 쇼크'를 맞았다. 지난해와 달리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언택트' 수혜도 희석된 상황이어서 지난해 대비 센티멘트가 약화됐다는 분석이다.

이 연구원은 "현재 게임주 주가는 게임 출시 후 커뮤니티 반응이나 단기 실망감 기조가 반영되고 있다"며 "현재는 게임주를 보수적으로 지켜볼 필요가 있다. 신작 모멘텀이 소강된 후 신작의 성과를 지켜보고 투자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실시간 인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