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월 18일까지 서울 종로구 금호미술관…작가 9명의 작품 ’한자리’

‘하나의 점, 모든 장소’ 전시 전경 [사진=금호미술관 제공]


작가 9명이 입주 기간인 1년 간 주어진 작업실에 머물며 창작에 몰두한 결과물을 한 자리에서 볼 수 있는 금호창작스튜디오 입주작가전이 열린다.

금호창작스튜디오 16기 입주작가전 ‘하나의 점, 모든 장소’가 27일부터 오는 9월 18일까지 서울 종로구 금호미술관 1층~3층 전시실에서 열린다. 전시 입장료는 무료이며, 사전 예약을 통해 전시 관람이 가능하다.

전시 제목 ‘하나의 점, 모든 장소’(Where All Places Are)는 아르헨티나의 대문호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의 단편 소설 <알레프>(El Aleph)에서 모티브(동기)를 얻은 것이다.

소설의 주인공 카를로스 아르헨티노 다네리는 과거 자신의 집 지하실에서 발견한 어떤 한 지점을 화자 보르헤스에게 보여주며 ‘알레프’라고 소개한다.

이 두 인물이 묘사하는 ‘알레프’는 직경 2~3cm인 작은 구슬로, ‘모든 지점들을 포함하는 공간 속의 한 지점’이며 그곳에서는 ‘모든 각도에서 본 지구의 모든 지점들이 뒤섞이지 않고 보인다’고 표현된다.

금호미술관 관계자는 “아홉 명의 작가는 지난 일 년간 이천이라는 한 지점에 모여 있었으며 ‘금호창작스튜디오 입주작가’라는 하나의 집합체로 소개되지만, 그들이 구현하는 예술적 결과물은 각각의 작가가 품고 있는 아홉 개의 세계를 온전히 드러낸다”라고 설명했다.

전시는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시간, 장면, 감각 등이 축소되지 않은 채 보이는 하나의 장소인 ‘알레프’의 속성에 빗대어 작가들이 펼쳐 보여주는 그간의 성과를 바라보고자 한다.

강희정 작가는 책을 소재로 한 다양한 형태의 작업을 선보여 왔다.

이전에는 작가가 수집한 다양한 인쇄물을 종이 상자 표면에 부착한 콜라주 형태로 나타냈다면, 이번 전시에서 선보이는 ‘책 상자’ 작업은 상자를 스티로폼으로 둘러싸는 등 더욱 적극적인 조형적 개입을 하여 조각적 성격을 더했다.

 

‘블루스살구베이지스틸라이프인드림’ [사진=구나 작가 제공]


구나 작가는 수행의 차원에서 한 이미지를 오래 바라보고, 그 과정에서 일어나는 실제 이미지와 자신이 느끼는 감각 간의 불일치를 작업에 옮긴다.

대상이 되는 이미지가 불분명한 이전 작업과는 달리, 이번에 선보이는 작업은 폴 세잔의 회화 작품과 권진규의 ‘여인 좌상’(1968)을 참조했다.

작가는 한 화면에 끊임없이 변주하는 시점과 감각을 구축한 세잔 회화의 일부분을 오려내어 바라보는 과정에서 보이는 것 그리고 보인다고 믿는 것을 캔버스에 옮겼다.

김원진 작가는 시간이 흐르면서 망각 되고 변이되는 기억의 연약한 속성을 시각적 언어로 표현한다.

작가는 시간과 공간에 따라 다르게 해석되는 ‘기록’을 주관적이며 불완전한 속성을 지닌 ‘기억’에 비유하여, 여러 형태의 기록물을 재료로 한 설치 작품을 제작한다.

작업의 기본 형태는 분쇄하거나 녹이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기록물을 해체하고, 그 과정에서 남는 흔적들을 집적하고 수집해 새로운 형상으로 만들어내는 것이다.

이번 전시에서 선보이는 ‘너와 나의 연대기’는 2018년 작가가 자신의 일기를 태운 재로 만든 ‘bathos’에서 발전시킨 형태로, ‘타인의 기록’을 주제로 한다.

박다솜 작가는 불가항력적으로 변형이 일어나는 물질의 유한성과 그에 내재된 상실에 대한 고찰을 회화 작업으로 풀어낸다.

작가는 현실에서 물질의 연약함을 마주하는 순간이 일깨우는 상실감에 함몰되지 않기 위해, 시간이 흐르면서 중력에 의해 점점 구부러지고 아픈 몸을 보며 느끼게 되는 슬픔과 연민, 죽음으로 귀결되는 모든 삶에 대한 보편적인 두려움에 꿈의 방법론으로 맞선다.

그 어떤 왜곡과 변형에도 구애 받지 않는 꿈의 공간에서 자유롭게 기울어지고 부분이 탈락한 몸의 감각을 그린다.

‘카니발헤드‘ [사진=서원미 작가 제공]


서원미 작가는 ‘죽음’이라는 주제를 통해 개인 혹은 사회의 경험에서 비롯되는 트라우마와 불안을 회화적 언어로 표현한다.

이전 연작인 ‘facing’과 ‘블랙커튼’에서 각각 개인의 죽음, 그리고 사회 혹은 역사 속 죽음에 대해 다루었다면, 올해 새롭게 시작한 ‘카니발헤드’ 연작은 축제화 된 죽음을 나타낸다.

이번 전시에 선보이는 작품 ‘카니발헤드’는 분장한 모습으로 축제를 즐기는 인물 군상을 담고 있으며, 이전 작업에서와 마찬가지로 추상적 붓질과 과감한 색채의 사용을 발견할 수 있다.

작가는 미하일 바흐친의 ‘카니발레스크(carnivalesque)’ 개념을 인용하여, 이 작업에 대해 “카니발 속에서 삶은 죽음을 내보이고, 죽음은 또 삶을 내보인다”고 표현한다.

요한한 작가는 ‘피부’를 소재로 한 작품을 통해 동시대 소통 방식에 대해 탐구한다.

대부분의 교류가 디지털 체제 안에서 이루어지면서 실상과 허상, 가상과 현실이 점차 모호해진 현재, 작가는 정보의 범람 속에서 오히려 단절은 더욱 심화한 것은 아닌지 의문을 가진다.

작가는 ‘피부’라는 표면을 가시적인 것과 비가시적인 것, 현상과 초월과 같이 이분법적 세계를 연결해주는 매개체로 인식하여, 피부, 몸동작, 촉각 등 신체적 요소로 이루어진 작업을 통해 이러한 고찰적 지점을 조형적으로 접근한다.

윤혜선 작가는 화면에 획을 그어 쌓는 방식으로 풍경화를 그린다.

작가는 누군가는 쉽게 지나칠 법한 풍경을 우연히 맞닥뜨렸을 때, 그 순간을 사진으로 기록하고 그림에 옮겨 담았다. 이렇게 ‘경험·기록·행위’의 과정을 통해 무수히 많은 선을 그어 풍경화를 완성하는 것이 작가에게는 자신의 내면과 대화를 하려는 시도이며 일종의 수행으로 인식되기도 한다.

이번에 선보이는 작업은 이천 창작스튜디오 주변 풍경을 관찰하고 사진으로 기록한 장면을 재구성하여 그린 것이다. 겨우내 시들고 말랐지만 봄과 여름을 지나 다시 풍성하게 자라 있을 풀을 상상하며, 켜켜이 쌓아나가는 선을 통해 미지의 풍경을 완성한다.

이은지 작가는 스스로 명확하게 설명할 수 없는 복합적인 상태를 마치 응어리 져 있는 덩어리에 빗대어 조형적으로 나타낸다.

이번 전시에서 선보이는 작업은 서로의 막과 침입으로 채워져 있고, 멈춘 듯 보이지만 조금씩 움직이고 있는 ‘덩굴’로서의 덩어리로 표현된다.

진희박 작가는 자신이 경험한 장소 주변의 풍경을 참조하여 추상적 형태의 사적 공간을 시각적으로 구현한다.

작가는 홀로 상념에 잠긴 상태를 떠올리며 내면의 감정을 끄집어내거나, 어떤 장소에서 느낀 감각 등 총체적인 경험을 작업에 반영한다.

이번 전시에서는 작가가 지난 2년간 머물러 온 이천 창작스튜디오 주변 풍경에서 영감을 받은 작업과, 작가가 최근 다루기 시작한 소재인 멕시코로부터 난류를 타고 제주도 월령리에 도달한 ‘선인장’ 작업을 선보인다.
 

‘토착민‘ [사진=요한한 작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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