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도 영끌 투자] "-30%까지 버틴다"…Z세대의 불안한 외줄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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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이재호 특파원
입력 2021-08-2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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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공동부유' 구호에도 불안한 미래 호소

  • 10대 때 재테크 시작, 수입 절반 투자

  • 펀드·주식은 기본, 金·파생상품 광범위

  • 겉으론 손실 감내, 속내는 무조건 이익

  • SNS 주요 통로, 젊은 노름꾼 경계해야

[그래픽=이재호 기자]


최근 중국을 휘감는 화두가 '공동부유(共同富裕)'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 17일 공산당 제10차 중앙재경위원회 회의에서 "공동부유는 사회주의의 본질적 요구이며 중국식 현대화의 중요한 특징"이라고 강조했다.

중국 공산당 창당 100주년인 올해 절대 빈곤층 없이 인민의 대부분이 풍족한 생활을 누리는 샤오캉(小康) 사회 달성에 성공했으니, 이제 다 함께 잘 사는 공동부유 사회로 나아가자는 것이다.

내년 재집권 플랜을 무사히 이행하기 위한 민심 아우르기의 일환이다.

하지만 국가가 모두를 부유하게 만들어 줄 것이라고 믿는 순진한 중국인은 많지 않다.

특히 과도한 학업 스트레스 뒤에 찾아오는 취업난, 불가능에 가까운 내집 마련, 육아 및 사교육 부담 등을 정해진 인생 코스로 여기는 젊은층은 더욱 그렇다.

'스스로 피를 만들어 내야 한다(自主造血)'는 유행어가 회자된다. 경제적 자립을 이뤄야 한다는 압박감의 다른 표현이다.

1995년 이후에 태어난 '주우허우(九五後)', 이른바 Z세대의 절반 이상은 10대 후반에 펀드 투자를 시작한다.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은)' 투자가 일상이 된 가운데 -30% 정도의 손실까지는 버텨 보겠다고 할 정도로 위험에 무감각하다.

고위험·고수익을 인생의 좌우명으로 삼은 듯한 중국 젊은이들의 '외줄 타기' 투자 행태를 들여다보자.

◆3040 뛰어넘는 재테크 열풍

웨이보(微博·중국판 트위터)에 떠도는 '폼나는 인생의 기준'이라는 글이 젊은층 사이에서 화제다.

30세에 BMW 320Li(6000만원), 32세에 포르쉐 718(1억원), 34세에 아우디 Q7(1억1000만원), 36세에 마세라티 르반떼(1억3000만원), 38세에 벤츠 S400L(1억6000만원)을 타는 게 성공한 인생이란다.

상주인구 평균 연령이 33세로 중국에서 가장 젊은 도시인 광둥성 선전의 집값은 ㎡당 평균 9만 위안이다. 30평 아파트를 사려면 16억2000만원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또 다른 1선도시인 베이징·상하이·광저우의 부동산 가격도 조금 낮거나 비슷한 수준이다.

대졸 초임이 월 6000위안(약 108만원) 수준이라 월급을 모아 내집 마련을 하고 누구나 동경하는 고급차를 사는 건 언감생심이다.

중국 젊은층이 더 일찍, 더 많이, 더 위험한 투자에 나설 수밖에 없는 이유다.

제일재경신문은 "주우허우 세대의 재테크 참여 비율은 88.2%로 바링허우(八零後·1980년대 출생)의 84.4%보다 높다"고 보도했다.

10대 후반에서 20대 중반의 연령층이 30~40대보다 재테크에 더 적극적이라는 의미다.

선전에서 대학원에 재학 중인 리웨이(李偉)씨는 "주변의 20대 초반 후배들이 이미 펀드나 주식 투자에 나서고 있다"며 "나보다 많이 사고 많이 번다"고 전했다.

실제로 금융정보 제공 업체인 룽(融)360이 발표한 '1선도시 Z세대 투자 행위 조사연구 보고'에 따르면 18~20세 청년 중 50% 이상이 이미 재테크를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수입의 최대 30%를 투자한다는 응답자는 44%, 30~50%를 투자하는 비중은 20% 정도였다. 6%의 응답자는 최대 70%까지 투자한다고 답했다.

지난해 9월 기준 Z세대의 평균 가처분 소득은 3526위안으로 집계됐다. 1000~3000위안이 63%, 3000~5000위안이 18%, 5000~8000위안이 12% 등이다.

8000위안 이상은 전체의 7%에 불과하다. 베이징 등 1선도시의 물가 수준을 감안하면 전체 수입 중 식비와 월세 등 필수적인 소비를 제외한 나머지 금액은 대부분 투자금으로 쓰이고 있다는 결론에 이른다.

◆펀드가 대세, 수익·손실 '이율배반'

투자 항목으로는 펀드가 83.86%(복수 응답 기준)로 압도적 다수다. 이어 A주(34.49%), 채권(25.95%), 금(24.37%), 보험(23.73%) 등의 순이었다.

눈에 띄는 건 선물(7.28%) 등 파생상품과 미국 주식(5.06%), 외환(3.48%)까지 다소 전문성이 높은 분야에 손을 대는 경우도 적지 않다는 점이다.

이 조사에서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 투자는 예시에 없었다.

중국의 젊은 투자자들은 손실 발생 가능성에 대해 대범함을 보였다.

응답자의 과반이 최대 10%의 손실은 받아들일 수 있다고 답했고, 40% 이상은 투자금 대비 30%까지 손실을 감내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절대 손실을 보지 않겠다는 비율은 6.7%에 그쳤다.

반대로 기대 수익률도 높았다. 응답자의 10%가 20~30%의 수익률을 예상했고, 30% 넘는 수익률을 올릴 수 있다고 자신하는 응답자도 6%나 됐다. 이 수치는 40세 이하 투자자 중 가장 높은 수준이다.

이에 반해 기대 수익률이 5% 이하라는 응답자 비중은 21%로 바링허우(32%)보다 훨씬 낮았다.

겉으로는 손실을 보더라도 투자를 지속할 것처럼 말하지만 속내는 평균 이상의 수익을 바라는 이율배반적인 행태를 보이고 있는 셈이다.

수입의 대부분을 금융상품에 투자하고 빚까지 내는 사례까지 빈번하다보니 자산가치와 수익률이 하락할 때 버티지 못하고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경우도 종종 발생한다.

지난 3월 네이멍구자치구 바오강제철소에서 일하던 젊은 직원이 주식에 투자했다가 거액을 잃자 용광로에 투신한 게 대표적이다.

당시 보도에 따르면 그는 야간 근무 도중 안전모와 장갑을 벗어 놓은 뒤 몇 분간 생각에 잠겼다가 용광로 안으로 뛰어들었다.

자살한 당일에만 주가 하락으로 6만 위안(약 1080만원)의 손실을 입었다는 게 동료들의 전언이다.

◆SNS로 투자정보 공유, 위험성 우려도

중국 Z세대 투자자들의 일관된 특징은 펀드에 가입하거나 주식을 매입하는 투자 행위는 물론 투자 정보 취득까지 온라인에 의존한다는 것이다.

베이징의 한 중소기업에서 인턴으로 근무 중인 왕천(汪陳)씨는 "평소 모바일 뱅킹이나 증권사 앱뿐 아니라 알리페이 등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서도 재테크를 하고 있다"며 "온라인 플랫폼의 경우 신속하고 사교적인 속성도 강하다"고 말했다.

제일재경 계열의 CBN데이터가 지난 5월 내놓은 'Z세대 재테크 투자 선호도 연구 조사' 보고서를 살펴보면 더우인과 샤오훙수 등 동영상 플랫폼을 통해 투자 정보를 얻는다는 응답자가 47.3%에 달했다.

가장 신뢰할 만한 정보를 제공하는 이를 묻는 질문에 금융 전문가, 언론 매체와 함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오피니언 리더(KOL)가 함께 거론됐다.

재테크에 대한 관심과 실제 성공적인 재테크를 위해 투자하는 시간은 정비례하지 않았다.

하루에 몇 건의 재테크 관련 정보를 수령하길 바라는지 묻는 질문에 바링허우의 경우 4~6회라는 응답이 24.7%로 집계됐지만, 주우허우는 13.4%에 그쳤다.

1~3회라는 응답은 주우허우가 85%, 바링허우가 74.7%였다.

집중도도 낮았다. 바링허우는 하루 평균 20~30분을 투자 정보 습득에 할애하는데 반해 주우허우는 10~20분 수준이었다.

투자 정보를 전문적으로 제공하는 매체 차이징자오찬은 "젊은 노름꾼이 될 것인가 아니면 똑똑한 투자자가 될 것인가"라며 "시장의 투기적 흐름에 감염되면 건강한 투자 습관을 형성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수많은 이들이 마오타이 주식 등을 사들이지만 수십 배나 수백 배 수익을 올리는 경우는 극소수"라며 "Z세대 젊은 투자자들은 사행성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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