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철 칼럼] 변이 바이러스로 글로벌 경제회복세 ‘W자형’으로 후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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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철 동서울대 교수, 전 KOTRA 베이징·상하이 관장
입력 2021-08-27 1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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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델타發 3중고 가시화, 공장 셧다운·보복소비 주춤·물류대란 등 악재 겹쳐

김상철 전 KOTRA 베이징·상하이 관장, 동서울대 교수

상반기부터 백신 접종에 속도가 붙으면서 세계 경제의 회복 커브가 하반기 들어 변이 바이러스의 출현으로 다시 출렁거린다. 공급 불안, 수요 부진, 물류 대란 등 3중고가 현실화하고 있다. 팬데믹이 시작된 재작년 연말부터 최근까지 글로벌 경제의 회복 전망에 대해 L, U, V, W 등 다양한 시나리오가 예견되었다. 변이 바이러스가 출현되기 전까지는 마침내 코로나 터널 끝이 보이기 시작했다며 V자형 회복세에 대한 전망이 우세하기도 했다. 이러한 상황 반전은 경제주체들이 당분간 지속해서 신경을 곤두세워야 할 현안이 되고 있다. 기본적으로 접종률이 높은 선진국과 낮은 신흥국 간의 격차를 반영한 K자형 양극화 패턴이 노골적이다. 다시 W자형 경제회복 패턴으로 전환되고 있으며, 롤러코스터 시황이 급물살을 탄다.

쌍두마차인 미국과 중국을 쳐다보고 있는 국가나 기업의 수가 좀처럼 줄어들지 않는다. 우선 미국 경제를 보면 지난 2분기 정점을 찍으면서 성장률이 다소 정체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해지고 있다. 1분기 6.3%, 2분기 6.5%에서 3분기에는 3.5%로 둔화하면서 연간 성장률 목표치도 축소 조정되는 분위기다. 물가와 고용 지표는 안정 추세지만 소비심리가 위축되면서 소매 판매가 감소하고 있으며, 투자 심리도 얼어붙고 있다. 여기에다 연내 테이퍼링(양적완화 축소) 신호가 점등하면서 증시도 휘청거린다. 이에 따라 아시아 국가를 비롯한 신흥국의 주가가 휘청거리고 있으며, 환율은 계속 오른다. 미국이 흔들리면서 미국보다도 오히려 신흥국 경제가 더 크게 동요한다. 백신 접종 부진까지 겹쳐 말 그대로 설상가상이다.

중국 경제도 하강세가 뚜렷하다. 1분기 18.3%라는 경이적인 성장률을 보였으나 2분기에는 7.9%로 떨어졌다. 전반적으로 코로나 이전 상태로 회복되고 있다고는 하나 중국 정부가 긴축정책 기조를 유지하면서 기저효과가 전반적으로 약화하는 추세다. 지난 7월 제조업 PMI(구매관리지수)가 50.3으로 15월 만에 최저치를 보이면서 산업생산이 크게 위축되고 있는 양상이다. 또 하나의 축인 내수 부진이 이어지면서 전체 성장률을 끌어내리고 있다. 신차 판매가 저조하고, 온라인 판매는 증가세가 유지되고 있으나 증가율은 크게 둔화하였다. 문제는 하반기에도 특별히 좋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여기에 대해 시진핑 3기 집권을 앞두고 벌어지고 있는 민간기업 옥죄기는 경기 회복에 찬물을 끼얹을 공산이 크다.

미국에 이어 경기 반등 조짐을 보이던 EU 경제도 델타 복병으로 비틀거린다. 그러나 전반적 여건이 신흥국보다는 낫다. 백신을 충분히 확보하고 있고 접종률도 상대적으로 높다. 유럽 경제를 견인하고 있는 독일이 비교적 탄탄하고, 회원국들이 코로나 극복을 위해 똘똘 뭉치고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전체적으로 선진국 경제가 선전하고 있는 것과 비교해 올림픽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는 일본 경제는 G7 국가 중 전망이 가장 불투명하다. 2분기에 간신히 성장률이 플러스로 반전되었으나 회복세가 여전히 미약하다. 백신 접종률이 하반기 일본 경제의 명암을 가를 것으로 예측된다. 6월에 일본 정부가 발표한 ‘경제산업정책 신기축’이 이행과 플러스 경제 성장 지속성 여부가 현재 일본이 안고 있는 최대 고민이다.

코로나 장기전 불가피, 시장의 방향은 잡혔고 기민하게 움직이면 승자가 될 확률 높아

글로벌 가치사슬 재편 움직임 가시화로 최대 수혜를 누릴 것으로 기대되었던 동남아와 인도 경제도 변이 바이러스 직격탄을 맞고 아사 직전이다. 세계의 공장인 이 지역의 셧다운으로 대부분의 공장 가동이 전면 중단되면서 글로벌 공급 대란이 현실화하고 있다. 젖줄인 수출이 전면 봉쇄, 소비가 급격히 감소하고 경제가 초토화되는 현상이 도미노처럼 번지는 중이다. 글로벌 경제의 성장 엔진이라고 하는 아시아 경제가 크게 흔들림으로써 부정적 효과가 눈덩이처럼 커진다. ‘보복 소비’ 약발도 떨어지고, 기업들이 마케팅과 재고에도 비상이 걸리고 있다. 세계 경제가 거미줄처럼 얽혀 있어 선진국과 신흥국, 한쪽만 좋아진다고 해서 해결되지 않는다. 백신 독점이 아닌 공유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는 이유다.

알파·베타·감마·델타에 이어 람다까지 다양한 변이 바이러스의 출현과 돌파 감염 등으로 코로나와 조기에 이별하는 것이 어렵다는 것이 중론이다. 상당수 국가가 장기전으로 ‘위드 코로나(With Corona)’로의 패러다임 시프트를 적극 모색 중이다. 경제도 이를 상수(常數)로 하여 이에 대응하는 시나리오 플래닝을 준비하는 것이 당연하다. 세계 경제의 직각 변동은 불가피할 것이며, 양극화의 상단에 위치하기 위한 처절한 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될 것으로 예상된다. 큰 손의 돈은 포스트 코로나로 빠르게 옮겨가고 있으며, 승자독식 혹은 합종연횡과 같은 비즈니스 패턴이 점입가경이다. 가까이는 물론이고, 멀리도 볼 수 있는 긴 호흡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조급하면 낭패를 볼 공산이 크다.

코로나로 인해 생겨나는 뉴노멀, 즉 트렌드와 방향은 이미 잡혔다. 남겨진 싸움은 속도전이다. 기민하게 움직이면 살아남을 확률이 높아진다. 대세를 읽지 못하면 의사결정이 늦어지고 경쟁자에게 뒤처진다. 백신 확보를 서두른 국가와 그렇지 못한 국가 간에 일어나고 있는 격차를 보더라도 충분히 이해가 간다. 속도를 내려면 ‘중심축(Pivot)’을 견고히 잡고 기민하게 피보팅하는 전술이 필요하다. 팬데믹의 긴 터널을 통과하면서 소비자들의 수요가 점진적으로 진화하고 있는 것이 실시간으로 목격된다. 변화를 따라잡을 수 있는 기업 경영의 기민한 혁신은 선택이 아닌 필연이다. 이는 국가나 개인에게도 공통으로 적용되는 가치이기도 하다. 지금 당장 가속 페달을 밟을 수 있는 내부 시스템을 가졌는지 반문해 보라.


 
 
김상철 필자 주요 이력

△연세대 경제대학원 국제경제학 석사 △Business School Netherlands 경영학박사 △KOTRA(1983~2014) 베이징·도쿄·LA 무역관장 △동서울대학교 중국비즈니스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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