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세대 긴급제안] 저소득층 8만명 학생의 교육 문열기 '서울런', 4가지 체크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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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정훈
입력 2021-08-23 1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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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독자 오피니언] 서울시의 교육플랫폼 이래야 성공할 수 있다, 고교생이 제안합니다

[서울시는 교육사다리 복원을 내걸고 '서울시 교육플랫폼(서울런)'를 출범할 예정이다. 이달 25일까지 '서울런 멘토단'을 모집하고 있다. 서울런은 취약계층 청소년에게 유명 사교육 강의를 제공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오세훈 서울시장의 교육공약이었다. 사진 = 연합뉴스]



서울시가 추진하는 ‘서울형 교육플랫폼 (가칭 서울런∙Seoul Learn)’이 이달 말부터 저소득층 청소년 등에게 우선 지원된다고 한다. 서울시 중위소득 50% 이하 가정의 저소득층 학생들을 대상으로 메가스터디 등 대형 사설학원과 연계된 무료 온라인 교육을 제공함으로써 계층간 교육격차를 줄여 무너진 교육사다리를 복원한다는 구상이다. 4인가족 기준 한 달 소득이 240여만원에 미치지 못하는 저소득층 가구의 초·중·고교생 8만여명(서울시 추산)이 수혜대상이 될 전망이다. 

서울런이 과연 실효성 있는 지원이 될 수 있을까. 일각에선 벌써 세금 낭비라는 우려가 나오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서울런이 저소득층 자녀들의 학업 능력을 높여 대학진학률 및 고용률을 높이는 효과적인 대안이 된다면 교육 지원정책의 성공모델이 될 수도 있다. 납세자 기반을 넓혀 오히려 세수 증대에 도움이 될 뿐 아니라, 상대적으로 기회가 부족한 저소득층 자녀들이 지역사회의 책임있는 구성원이 됨으로써 교육 빈부차를 해소하는 길이 될 수도 있다. 문제는 서울런이 의도한 목적에 맞게 제대로 설계되고 운영될 수 있는지의 여부이다.

필자는 고등학교 3학년에 재학중으로, 어린 학생들을 지도해 본 경험이 있다. 교육 현장에 대해 살피고 고민하는 기회가 있었던지라 서울런 정책을 보면서 여러 가지 생각이 들었다. 서울시가 의욕적으로 나선 이 정책이 효과적으로 실행되려면 다음과 같은 기반을 점검하고 갖추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 

첫째는 교육시간과 인프라를 정밀하게 체크하는 일이다. 학생들이 온라인 강의에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 확보되어야 하고, 온라인 강의를 들을 수 있는 컴퓨터, 인터넷 망 등의 인프라가 갖춰져야 한다. 학생들이 집에서 온라인 강의에 접근하거나 집중하기 어려울 수도 있으므로 학교의 자습시간이나 학교의 방과 후 교실을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학생들에게 온라인 강의 내역에 대한 상세한 안내와 학생 개개인에게 적합한 과목 선택을 위한 지도가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 학교 선생님 혹은 자원봉사자들이 학생들에게 온라인 교육 과정을 안내하고 지도하며 정기적인 상담을 통해 학습 진도와 학력 수준을 확인해 줄 수 있을 것이다. 단순히 정보제공만으로는 사람들의 행동 패턴을 바꾸는데 한계가 있으므로, 학생 개개인의 상황을 반영한 맞춤형 지원이 병행되어야 의도한 정책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다.

둘째, 교육 콘텐츠에 대해 훨씬 더 공을 들여야 한다. 서울런은 기존의 EBS나 대형 사설학원이 제공하는 교육과 차별화된 양질의 콘텐츠를 공급해야 그 독자적인 가치를 인정받으며 종합적인 교육 플랫폼으로 발전할 수 있다. 서울런은 시장에서 검증된 강사가 기존 사교육 시장에서 제공하는 양질의 콘텐츠를 제공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하지만 이들 학원과 강사는 계속 사교육 시장에서 유료 강의 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므로, 서울런과 사교육시장에서 제공하는 교육의 질적인 수준에 차이가 발생할 수 있는 '구조적인 위험'이 있다. 학원과 강사 입장에서는 고액의 수입을 올리는 주된 시장에 더하여 중간 수입을 올리는 하위 시장인 서울런이 하나 더 추가되는 셈이 된다. 이 정책을 반대하는 입장에서는, 세금으로 사교육 업체의 매출을 늘려준다고 비판할 수도 있다. 이러한 위험을 줄이기 위해 강의에 대한 평가, 청강생 수, 학생들의 학력 증진 실적을 반영하여 강의 제공자에게 인센티브 보상을 부여하는 방안을 검토해 볼 수 있다.

셋째, 서울런에 대한 바른 인식을 심는 일이다. 이것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서울시는 교육청과 협의하여 서울런이 제공하는 교육과 정규 학교 교육 간의 관계를 명확히 정립해야 한다. 또 학부모 및 학생들에게 이를 설명할 필요도 있다. 이에 대한 입장과 설명이 충분하지 않기에, 서울시 교육청에서 교육자치권을 침해한다고 여겨 반발하고 있는 상황이다. 서울런은 공교육 보완을 위해 마련된 것이지 대체하기 위한 것이 아니므로, 서울시는 공교육을 주관하는 교육청과 서울런 운영 방식에 대해 협의하고 협조를 구해야 한다. 교육청과 일선 학교 교사들의 관여와 도움 없이는 서울런 운영에는 한계가 있다. 교육청도 사교육을 억제한다는 입장만을 고수하면 부모의 소득 수준에 따라 사교육 격차가 발생하고 저소득층 자녀가 불리해지는 현실을 오히려 묵인하고 방관하는 결과가 초래된다. 서울런은 공공부문과 민간부문이 협업하여 공교육과 사교육을 융합하고 중간다리를 놓는 역할을 함으로써, 지난 수년간 변화가 없던 교육 방식의 혁신을 가져오는 계기가 될 수 있다.

넷째는 단계적 교육플랫폼의 구축이다. 저소득층 학생들의 학력 격차를 해소한다는 서울런의 취지는 초·중·고로 연결되면서 꾸준히 시행되어야 효과를 키울 수 있다.  교육 투자 효과가 크게 나타나는 초등학생부터 시작하여 점차 중, 고등학교로 서울런 플랫폼을 확장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학계의 연구결과에 의하면, 어린 나이의 학생들(특히 13세 미만)에게 교육, 환경 개선 등의 투자를 할수록 추후 성인이 되었을 때 소득, 직업, 결혼 등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이 뚜렷하게 나타난다. 서울런에 투입할 수 있는 예산이 제한되어 있으므로 투자 대비 효과가 크게 나타날 수 있는 어린 연령대의 학생들에게 우선적으로 서울런 강의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초등학교 학생들의 방과 후 학교 참여율이 상대적으로 높으므로, 방과 후 학교 시간을 활용하여 서울런을 운영하면 학생들이 서울런 플랫폼에 빠르게 적응하고 학부모나 교사들로부터 우호적인 평가를 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학생들에게 교육 컨텐츠를 제공한다고, 뚝딱 학력 향상이 일어나지는 않는다. 저소득층 자녀가 서울런을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정책이 치밀하게 설계되고 온라인 교육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게 우선이다. 그래야 이 교육지원책이 활성화하여 당초 의도한 대로 교육, 노동시장, 소득의 격차를 줄일 수 있다. 서울런을 둘러싼 소모적인 논쟁 보다는, 이 정책의 성공을 위한 의견들이 아쉬운 때다. 교육의 불평등을 해소하는 밑거름이 될 만한 정책이다. 저소득층 자녀가 서울런을 통해 양질의 콘텐츠 교육을 받을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여 교육 기회 격차를 해소하는데 기여하겠다는 선한 의도를 이룰 수 있기를 희망한다.

                                                                                민족사관고등학교 3학년 송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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