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쉽고 바르게]⑧ '국어기본법'을 아시나요…공공언어부터 바로잡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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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성민 기자
입력 2021-08-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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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어에 대한 법규·제도 담긴 '국어기본법' 2005년 시행

  • 프랑스도 비슷한 법 있어…상품·서비스 이름 프랑스어 의무화

  • 올바른 한국어 공공기관이 앞장서고 교과서에 법규 게재

'세종한국어1'을 들고 환하게 웃고 있는 인도네시아 거점 세종학당 학습자들. [사진=세종학당재단 제공]


정보통신기술이 발달하면서 '언어' 또한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통신과 TV 등 각종 매체에서 신조어가 넘쳐나고, 외국어 남용도 비일비재하다. 소통의 역할을 하는 언어가 파괴되면서 젊은 세대와 기성세대 간 격차는 더 심해졌다.

국민을 계도하고, 소통에 앞장서야 할 정부나 기관·언론도 언어문화 파괴의 온상이 됐다. 공중파를 비롯한 언론의 언어 파괴는 말할 것도 없다.

신조어와 줄임말, 외국어 사용으로 '새로운 표현'과 '간결한 표현'은 가능해졌을지 몰라도 이를 모든 국민이 이해하기엔 역부족이다. '쉬운 우리말 쓰기'가 필요한 이유다. 쉬운 우리말을 쓰면 단어와 문장은 길어질 수 있지만, 아이부터 노인까지 더 쉽게 이해하고 원활하게 소통할 수 있다.

문화체육관광부와 (사)국어문화원연합회는 모든 백성이 쉽게 배우고 익힐 수 있도록 '한글'을 창제한 세종대왕의 정신을 계승해 국민 언어생활에 큰 영향력을 미치는 공공기관의 보도자료와 신문·방송·인터넷에 게재되는 기사 등을 대상으로 어려운 외국어를 쉬운 우리말로 대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본지는 이 노력에 힘입어 우리 주변에 만연한 외국어와 비속어·신조어 등 '언어 파괴 현상'을 진단하고, 이를 쉬운 우리말로 바꾸기 위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13회에 걸쳐 연재하기로 한다. <편집자 주>


“한국어를 배우면서 꿈이 생겼어요. 한국에서 유학도 하고 한국 회사에 취직도 하고 싶어요. 한국에서 여행도 자주 했으면 정말 좋겠네요.”

한국어는 누군가에게는 꿈과 희망의 언어다. 베트남 호찌민에 있는 세종학당에 다니는 김지수(가명) 씨는 한국어를 배우면서 하고 싶은 일이 늘어났다.

각계각층에서 소중한 꿈을 키우는 한국어를 지키기 위한 다양한 노력이 이뤄지고 있다. 그중 근간이 되는 것이 ‘국어기본법’이다.

◆ 한국어의 뿌리 ‘국어기본법’

2005년 시행된 ‘국어기본법’ 제1장 제1조를 보면 ‘이 법은 국어 사용을 촉진하고 국어의 발전과 보전의 기반을 마련하여 국민의 창조적 사고력의 증진을 도모함으로써 국민의 문화적 삶의 질을 향상하고 민족문화의 발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나와 있다. 여기서 국어는 한국어를 말한다.

또한 ‘국어기본법’에는 국어 발전 기본 계획의 수립, 국어 사용의 촉진 및 보급, 국어 능력의 향상 등 국어에 관한 법규와 제도가 포괄적으로 담겨 있다.

대표적인 것이 ‘세종학당재단’이다. 외국어 또는 제2 언어로서의 국어 보급을 효율적으로 수행하기 위해 세종학당재단을 설립했다.

2007년에 3개국 13개소로 처음 시작한 세종학당은 올해 기준 전 세계 82개국 234개소로 확대됐다.

전 세계로 뻗어 나가고 있는 한국의 문화처럼 세종학당도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지난 6월 발표한 신규 세종학당 공모에는 43개국 85개 기관이 신청(경쟁률 3.3대 1)했으며, 서류심사와 화상 면접 등 약 6개월간의 심사과정을 거쳐 운영 역량과 여건이 우수한 기관들을 선정했다.

문체부와 세종학당재단은 한국어와 한국문화의 세계화를 위한 사업을 지속해서 이어가고 있다.

2022년까지 전 세계 세종학당 270개소로 확대하고, 맞춤형 현지화 교원 파견 확대 및 현지교원 양성과정 운영, ‘세종학당 문화강좌’를 통한 문화교류를 활성화하겠다는 계획이다.

한국의 강점을 살리는 정책은 국가 위상을 높이는 데에도 영향을 준다. 최신 정보기술(인공지능·음성인식 등)을 활용한 국가별 특화 학습 콘텐츠 개발 등으로 교육 여건 개선 및 학습 지원 강화 등을 추진해 전 세계인이 체계적이면서도 쉽고 친근하게 한국어를 접하도록 하는 데 중점을 둘 방침이다.

해외에 알리는 것과 더불어 한국어를 지속적으로 다듬는 일도 중요하다. 국어심의회는 국어사용과 관련한 어문 규범 개정을 비롯해 한국어 국외 보급, 공공언어 개선, 전문용어 표준화, 지역어 보전 및 진흥 등에 대한 사항을 심의한다.

국어(교육) 분야 외에 외국어, 사회・행정, 신문・방송・출판, 디자인(글꼴) 등의 전문가를 위촉해 다양한 시각에서 국어발전 방향을 논의하고 있다.

또한, 교육 현장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도록 국어교사, 한국어교원을 추가로 위촉하고 한국수화언어법·점자법 제정에 따른 국어 정책 범위의 확대에 따라 한국수어와 점자 관련 전문가들도 위촉했다.

◆ ‘국어기본법’이 뿌리내리기 위한 노력

‘국어기본법’을 이야기할 때 자주 등장하는 것이 프랑스의 사례다. 최초의 ‘프랑스어 사용법’은 1975년에 제정된 ‘바로리올법’이며, 이 법을 강화해 1994년 ‘투봉법’이 만들어졌다.

18세기에 유럽 궁정과 사교계의 ‘공용어’로 인정되기도 했던 프랑스어는 20세기 초부터 영어의 거센 도전을 받게 된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에는 영어가 프랑스 국내에서도 프랑스어를 본격적으로 위협하기 시작한다. ‘영어투성이의 프랑스어’를 가리키는 ‘프랑글레’(franglais)가 사회적으로 커다란 파장을 일으켰다.

24개의 조문으로 구성된 ‘투봉법’은 크게 총칙·상품화·행사·회의·노동·교육·방송·공공 업무 분야로 나눌 수 있다.

눈에 띄는 것은 상품화 관련 조항이다. ‘제품 또는 서비스의 명칭, 제공, 소개, 사용법이나 사용 설명서, 보증 기간과 조건 기재, 그리고 계산서와 영수증에서 프랑스어를 사용하여야 한다’고 명시했다.

프랑스어 사용을 의무화하고 그 위반에 대해서는 경범죄를 적용하여 범칙금을 부과하는 것이다.

‘국어기본법’에는 국어를 사용하는 국민의 의무를 규정하면서 선언적 명문 규정만 제시하고 있고, 법을 위반하는 행위를 했을 때 이를 제재할 규정이나 제도적 장치가 없다는 일각의 의견도 있다.

하지만 역사적, 문화적 배경이 다르기 때문에 범칙금 같은 제재보다는 한국어를 자발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나가는 것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공공기관에서 올바른 한국어를 쓰는 일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 국어기본법에는 ‘국가기관과 지방자치단체의 장은 국어의 발전 및 보전을 위한 업무를 총괄하는 국어책임관을 소속 공무원 중에서 지정하여야 한다’는 내용이 들어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봤을 때 국어책임관을 의무적으로 두어야 하는데 두지 않는 곳도 많고. 대부분 겸직이다 보니 제대로 책임 있게 운영이 안 되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김슬옹 세종국어문화원 원장은 “일정 규모 이상의 공공 기관에서는 아예 별정직으로 제도를 바꿔 국어 바르게 쓰기에 전담하게 해야 한다”라며 “국어기본법에 그런 잘못된 공공 언어 사용에 대해 프랑스처럼 강제 벌칙 조항을 넣을 수 없는 상황이라면 현장의 국어책임관 제도를 통해 공공언어를 적극적으로 바로잡아나가야 한다”라고 짚었다.

아무리 좋은 법을 만들어도 많은 사람이 알지 못하면 소용이 없다. ‘국어기본법’을 알리기 위해서는 교육이 필요하다.

실제로 ‘국어기본법’이 있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적다. 국어 교사들조차도 ‘국어기본법’ 전문을 읽어 본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근본적인 교육의 변화가 필요하다. 이에 대해 김 원장은 “국어기본법의 취지와 강제성 여부를 떠나 국어기본법 자체가 그 존재 의미를 잃고 있다는 것이다”라며 “모든 과목, 모든 지도서에 국어기본법을 부록으로 싣고 학생들 국어 교과서에는 어문 생활 관련 중요 규정이라도 실어야 한다”라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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