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방역 영웅으로 칭송받던 의료진 이면엔 격무와 방역 과로
  • 보건소 직원 10명 중 3명 우울 위험군…일부는 '극단적 선택' 생각도
  • 작년 일 그만둔 보건소 공무원 468명…직전 3년 평균보다 50%↑
  • "인력 확충하라" 보건의료노조 총파업 예고…의료 공백 현실화하나

"선별진료소 의료진 힘내세요" [사진=연합뉴스]

 
 

"고맙다는 말 대신 개선해야 한다. 밥 먹여야 한다고 말해달라"…코로나19 병동에서 근무 중인 간호사


'코로나19 영웅'이라는 미명 아래 보건의료 노동자들이 혹사당하고 있다. 매일 수백 수천 명의 국민 건강을 돌보면서 과중한 업무와 정신적 스트레스가 한계에 다다랐다는 평가가 나온다. 일부는 극단적 선택까지 생각하고 있으며 이미 스스로 목숨을 끊은 이도 있다. 문제는 코로나 상황이 언제쯤 끝날지 아무도 모른다는 점이다. 결국 보건의료노조는 처우 개선을 촉구하며 총파업 카드를 꺼내 들었다.

19일 보건업계에 따르면 코로나 방역 현장에서 사투를 벌이고 있는 보건의료 노동자들은 공공의료 확충하고 의료인력을 늘려달라며 총파업을 예고했다. 전북과 대구·경북 의료기관도 동참하겠다며 가세했다. 노조는 인력 부족을 호소해도 달라지는 점이 없어 이같은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보건의료노조는 18일 조정신청보고 기자회견을 열고 다음 달 2일 총파업을 예고했다 [사진=보건의료노조 제공]


최희선 보건의료노조 서울지역본부장은 전날 기자회견에서 "현재 의료 인력은 한계치에 다다랐다. 3교대 간호사 80.1%가 이직을 고려 중이며, 신규 간호사 42.7%가 그만두고 있다. 코로나 확진자가 늘어도 정규직 인력은 확충하지 않고 임시 파견인력으로 일관하고 있다. 이런 땜질식 처방으로는 계속할 수 없다"고 쓴소리했다.

최 본부장은 "공공의료와 보건의료 인력 확충을 정부가 최우선 국정과제로 채택해 특별 정책대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음 달 1일까지 해결책이 나오지 않으면 2일 오전 7시부터 전면 총파업에 돌입한다고도 덧붙였다.
 

코로나 4차 대유행 [사진=연합뉴스]


코로나 확진자가 지속해서 증가하면서 의료 인력은 극심한 가뭄 상태다. 하지만 확진자는 좀처럼 줄어들 기미가 보이지 않는 데다 19일 하루 확진자가 다시 2000명대를 넘어서면서 의료진들의 육체적·정신적 스트레스가 극에 달했다는 평이 나온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가 최근 발표한 '보건소 인력 정신건강 조사 결과 및 지원방안'에 따르면 직원 대다수는 업무로 우울감과 불안감을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래픽=우한재 기자]

중대본이 전국 17개 보건소 직원 1765명을 대상으로 정신건강을 조사한 결과 우울 점수가 10점 이상인 '우울 위험군' 비율은 33.4%에 달했다. 이는 일반 국민(18.1%)과 공중보건의(15.1%)보다 높은 수치다. 또 보건소 인력의 불안 위험군은 27.6%로, 일반 국민(12.2%)보다도 2배 이상 높았다. 극단적 선택을 생각한 비율도 일반 국민 조사 결과(12.4%)보다 7.5%포인트 높은 19.9%다.

실제로 지난 5월 코로나 대응 일선에서 근무하던 부산 동구보건소 간호직 공무원 A씨(33)가 자택에서 극단적 선택을 하기도 했다. 유족은 숨진 A씨가 격무에 시달리다 우울증 증세로 숨졌다고 주장했다. A씨는 포털에 일을 그만두는 내용의 글도 여러 차례 찾아본 것으로 조사됐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코로나 대응 최일선인 보건소 현장을 떠나는 이들도 급증하고 있다. 행정안전부가 고민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제출한 '보건소 공무원 휴직 및 사직 현황'을 보면 코로나가 발생한 작년에 일을 그만둔 공무원은 468명. 직전 3년 평균인 311명에 비해 50%가량 늘어난 셈이다.

휴직자도 많이 증가했는데 가장 많은 확진자가 발생한 서울은 2018~2019년 평균 129명이던 간호직 육아휴직자가 작년 165명까지 불어났다. 올해는 이미 7월까지 124명의 육아휴직자가 나와 작년 수준을 뛰어넘을 것으로 보인다.
 

현장 간호사 발언 [사진=보건의료노조 제공]


의료진은 확진자 급증·인력 감소·스트레스 누적 등 삼중고를 겪고 있지만, 현장에서는 정부 대처가 미흡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코로나 전담병원에서 근무 중이라고 밝힌 한 간호사는 "정부가 의료인들을 위해 무엇을 하는지 묻고 싶다"며 사실상 정부가 손을 놓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 "병원에서 한창 일해야 할 2~3년 차 후배 간호사들은 너무 힘들어 병원을 떠나는 상황이다. 메르스를 겪은 지 5년이 지났어도 그때와 달라진 게 없다"고 말했다.

병원에서 21년째 근무 중인 다른 간호사도 "고맙다는 말보다 현장에서 (의료진들이) 얼마나 어렵게 일하고 있는지를 널리 알려주고 변화할 수 있도록 관심을 가져달라"고 호소했다.
 

시민들로 붐비는 구로구보건소 선별진료소 [사진=연합뉴스]

쟁의 조정이 이뤄지지 않으면 노조는 찬반 투표를 거쳐 다음 달 2일부터 파업에 돌입하게 된다. 4차 대유행 시기에 의료 공백이 현실화할 가능성이 크다. 결국 정부는 공공의료 확충 방안으로 코로나 대응 인력 기준을 마련하겠다며 급한 불 끄기에 나섰다.

박향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 방역총괄반장은 "노조와 공공의료 확충 부분을 협상하고 있고 다양한 방법으로 인력 수급을 하고 있지만 어려움이 있다. 다만 코로나 환자 치료나 의료기관 이용에 불편함이 없도록 파업이 진행되지 않게끔 노조와 최선을 다해 협의 중"이라고 말했다.

한편 노조는 △감염병전문병원 설립과 코로나19 치료병원 인력기준 마련, 생명안전수당 제도화 △전국 70개 중진료권마다 1개씩 공공의료 확충 △ 공공병원 시설·장비·인프라 구축 △직종별 적정인력기준 마련 및 간호사 1인당 환자 수 법제화 △규칙적이고 예측 가능한 교대근무제 시행 및 교육 전담 간호사 지원제도 전면 확대 △5대 불법의료(대리처방, 동의서, 처치·시술, 수술, 조제) 근절 △의료기관 비정규직 고용 제한을 위한 평가기준 강화로 양질의 의료 서비스 제공 △ 의사 인력 확충과 공공의대 설립 등 8가지 사항을 요구하고 있다.
 

[사진=아주경제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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