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돋보기] 고무줄처럼 늘어난 백신 접종 간격에 접종자들 '멘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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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승완 기자
입력 2021-08-12 1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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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화이자·모더나 백신 예약 조회하니 2주 연장…백신 공급 차질 현실화

  • "통보 없이 백신 일정 교체…예정대로 바꿔달라" 靑 청원에 1만명 동의

  • 접종 간격 6주 문제없나? 전문가 "문제없지만, 되도록 권고 기간 지켜야"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갈무리]

 
A씨는 지난달 30일 화이자 백신 1차 접종을 마쳤다. 예정대로라면 2차 접종일은 오는 27일. 하지만 질병관리청 COOV(코로나19 전자예방접종증명서) 앱을 확인해보니 2차 접종일은 다음 달 10일로 연기됐다. 무려 2주나 밀린 셈이다. A씨는 통보도 없이 백신 접종 일정을 바꿔 실망스럽고 화가 난다고 말했다.

12일 방역당국에 따르면 코로나19 예방접종대응추진단(추진단)은 이달 16일 이후 화이자·모더나(mRNA 계열) 백신 2차 접종이 예정된 1156만명에게 새 예정일을 문자로 통보했다.

추진단은 문자를 통해 "mRNA백신 2차 접종을 받으시는 분들의 접종 간격이 기존 3·4주에서 5·6주로 조정됐다"고 안내했다. 백신 수급 문제에 따른 '백신 가뭄' 우려가 현실이 된 셈이다.
 

모더나 공급 차질로 고개 숙인 권덕철 복지부 장관. [사진=연합뉴스]


지역별 온라인 커뮤니티에도 백신 접종 간격 연장을 알리는 글이 수시로 올라오고 있다. 회원 수가 32만명에 달하는 부산·경남지역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한 회원이 "최근 화이자 백신을 맞았는데 2차 접종일이 기존 4주에서 6주로 연기됐다"고 글을 올리자 뒤늦게 접종일 변경 사실을 확인한 회원들은 혼란에 빠졌다.

다른 회원은 "2차 접종일을 고려해 수면 마취가 필요한 수술 일정을 잡았다. 하지만 접종 간격이 6주가 되면서 2차 접종을 한 뒤 보름 만에 수술하게 생겼다"며 불안감을 드러냈다.

원래대로라면 4주여야 할 백신 접종 간격이 6주로 늘어난 배경엔 모더나 백신 공급 차질이 있다. 앞서 정부는 8월 계획분으로 모더나 측에 850만회분을 받을 예정이었다. 하지만 백신 생산 관련 실험실에 문제가 생기면서 모더나 측은 당초 계획의 절반 이하 물량만 공급할 수 있다고 밝혀왔다.
 

모더나 백신 [사진=연합뉴스]


이에 방역 당국은 2차 접종용 비축분을 1차 접종에 미리 사용하기로 했다. 한정된 백신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겠다는 취지다. 다만 2차 비축분을 쓴 뒤에도 백신 공급에 차질이 생긴다면 접종계획은 또 한 차례 틀어질 수 있다.

방역당국의 '백신 돌려막기'로 접종 예정자들의 불안감이 커지자 백신 접종 간격을 기존대로 변경해달라는 청와대 국민청원도 등장했다.

최근 화이자 백신을 맞았다고 밝힌 청원인은 "계획대로라면 23일이 2차 접종일이지만, COOV 앱을 확인하니 2주 연장된 다음 달 6일로 바뀌었다. 변경됐다는 알림도 없었고 병원과 보건소도 (2차 접종일이) 바뀐 사실을 모르고 있다. 적어도 변경된다는 문자를 보내줘야 하는 게 아니냐"고 비판했다.

 

[사진=청와대 국민청원 갈무리]


방역당국이 궁여지책으로 백신 접종 간격을 늘린 점도 꼬집었다. 청원인은 "임상시험으로 검증된 접종 간격을 바꾸면 백신 효력에 영향을 끼친다는 경고가 있다. 1차 접종자는 항체가 생긴지도 모른 채 6~8주 차에 2차 백신을 맞게 생겼다. 화이자와 모더나 백신 1차 접종자들의 2차 접종 예정일을 4주로 다시 변경해달라"고 요구했다.

이 청원은 청원 시작 사흘 만인 이날 오후 3시 기준 1만명 이상 동의를 얻었다.
 

 [사진=연합뉴스]


그렇다면 2주 연장된 백신 접종 간격은 정말 문제가 없을까. 세계보건기구(WHO)는 화이자·모더나 백신 접종 간격을 최대 12주까지 허용하고 있다. 다만 고위험군 접종률이 낮고, 백신 수급이 원활하지 않을 때만 예외적으로 허용한다고 밝혔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도 "화이자 백신은 임상시험을 할 때 접종 간격을 6주로 설정한 데이터도 일부 반영해 임상 효과를 평가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그 이외의 접종 간격(조건)에 따른 효과 차이에 대한 문헌은 확인하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도 백신 접종 간격을 늘린다고 효과가 떨어지는 건 아니지만 가급적 권고 기간을 지키는 게 좋다고 평가했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 가이드라인도 접종 간격을 6주까지 늘려도 괜찮다고 하지만, 6주 이상으로 늘릴 경우에 대한 연구 결과는 아직 없어 권장하지 않고 있다. 가능하면 한 달의 접종 간격을 지키는 게 맞지만, 효과가 크게 달라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다.
 

[사진=아주경제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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