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식 전 과학기술인공제회 이사장 별세…"행복한 과기인 되자" 유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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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민철 기자
입력 2021-08-08 2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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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식 전 과학기술인공제회 이사장. [사진=아주경제DB]


정부·공공기관에서 30년간 과학관료로 생활하다 은퇴 후 강연과 집필 등 활발한 활동을 이었던 김영식 전 과학기술인공제회 이사장이 별세했다. 향년 65세.

고인은 전북 출생으로 전북대 공대 기계공학과(공학사), 한양대 산업대학원 산업공학과(공학석사), 러시아 중앙자동차과학연구소(NAMI) 박사 졸업을 마치고, 기술고시 14회(1978년) 합격 후 1981년 과학기술처 사무관으로 공직에 입문했다.

이후 주 러시아대사관 초대 과학관, 과학기술처 원자력안전과장, 과학기술부 연구개발기획과장, 기초연구국장, 교과부 원자력국장, 국립중앙과학관장, 교과부 과학기술정책실장, 연구개발정책실장,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기술정책연구소장 등을 역임했다.

공직 은퇴 후에도 지난 2012년 제4대 과학기술인공제회 이사장으로 선임돼 3년간 공제회를 이끌었고, 이후 한국기술벤처재단 이사장, 전북대 석좌교수, 동국대 석좌교수로 강연과 집필 등 활동을 이어 왔다.

고인은 가족을 통해 공개된 유언장을 통해 삶에 대한 소회, 가족과 과학기술인들에 대한 감사의 뜻을 나타냈다.

고인은 "그간 난 참 행복했고 나름대로 인생을 잘 살아온 것 같아 가벼운 마음으로 떠나려 한다"면서 "화려하지도 옹색하지도 않은 참한세상처럼 마음이 넉넉한 그런 세상이 되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고인은 또 "함께 일했던 고마운 동료, 친구들에게는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면서 "행복한 과학기술인이 되도록 노력해보자는 신념이 후배들에게도 잘 전달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나의 사랑하는 아내와 아이들이 있어 행복했다"며 "나의 육신은 여기서 끝나지만 내가 생각했던 참한세상은 영원할 거라 믿는다, 오늘을 슬퍼하지 말고 각자가 삶의 의미를 생각해보는 그런 시간이 되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하 김영식 전 과기공제회 이사장 유언장의 공개된 부분 전문.


유언장

○ 이제 내 생을 마감하려합니다. 그간 난 참 행복했고 나름대로 인생을 잘 살아온 것 같아 가벼운 마음으로 떠나려 합니다.
- 한땐 왜 그렇게 만족하지 못하고 감사해 하지 못했는지 후회도 됩니다. 우리 사회가 발전해 가도록 정도를 지켜가려고 나름 노력하다 보니 외로움도 있었지만, 지나고 보니 '참 잘했구나' 하는 생각도 듭니다. 화려하지도 옹색하지도 않은 참한세상처럼 마음이 넉넉한 그런 세상이 되었으면 합니다.

○ 당신에겐 미안하면서도 고마웠다는 말을 남기고 떠납니다.
- 우리가 70년대말 어려운 시절에 만나 내 꿈을 키우고 희망을 갖게 해줘서 고마웠답니다. 많은 어려운 형편속에서도 내 뒷바라지를 해주며 참한 삶을 살아가게 해준 당신에게 감사를 드립니다. 특히, 집안 대소사를 잘 챙겨주고, 애들과 호흡을 잘해주고, 맛있는 음식도 착착 잘 해주면서 수입금을 아끼고 절약하여 반듯한 아파트 한 채를 갖게 해줘서 고맙습니다. 때론 아쉬움도 있었고 약간의 갈등도 있었지만 잘 참아준 당신 덕분에 그동안 정겹고 알콩달콩하며 재미지게 살아오게 되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고맙습니다.
- 내가 암투병으로 고생할 때도 나를 너무 편하게 대해준데 대해 거듭 고마움을 표합니다. 일찍이 왜 좀 더 따뜻하게 안아주지 못했나 하는 미안함도 앞섭니다.
- 사회생활을 하며 내가 뒤늦게 깨달은 것은 '남의 말을 다들어주고 난 후에 내 의견을 말하는 여유가 중요하다'는 것이었어요. 늘 곁에 두고 살아가면 분명 도움이 될 겝니다.

○ 내 두 딸들아, 열심히 살아가는 너희들을 아빠는 그동안 사랑했고 응원했다.
- 아빠는 너희들이 있어 행복했단다. 너희들에게 좀 더 자상하고 더 좋은 아빠가 되어주지 못해 미안함도 드는구나. 아빠는 너희들을 영원히 사랑한다. 비록 몸은 이 세상을 떠나있어도 아빠가 살아있을 때처럼 늘 응원하고 있다고 생각해 주면 좋겠다.
- 지금도 다 잘하고 있지만 내가 사회생활을 하면서 느꼈던 것을 들려준다면 누구나 "남에게 상처주는 말은 안 하는 것이 좋다"는 것이다. 상처를 주고 얻는 것이 그것을 잃은 것만 못하기 때문이란다. 시간이 허락되면 하루 중 10분은 사랑과 감사의 메시지를 보내는 데 써주면 좋겠다.
- 또 나를 잘 따라주는 우리 손주들도 건강하게 잘 키워주었으면 한다.

○ 돌아가신 부모님과 장인, 장모님께는 용서를 구합니다.
- 살아계신 동안 최선을 다해드리고 싶었지만 여건이 열악해 뭔가 잘 해드리지 못해 죄송했습니다. 용서해주세요.
- 당신의 아들, 사위로 태어나 행복했고 감사했습니다.

○ 나의 형제자매와는 따뜻한 마음을 나누지 못해 미안했습니다.
- 어려움 속에서 4남 2녀가 생활하다보니 힘들어 오해도 생기기도 하고, 속이 상하는 일도 생겨 서로가 서로를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었는데, 그 때마다 큰 마음을 나누지 못해 미안합니다. 이제부터라도 우리는 '무언가를 얻으려는 마음보다 무언가 줘보려는 마음'을 가지면 어떨까요.

○ 함께 일했던 고마운 동료, 친구들에게는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 뒤늦게나마 고마움을 표합니다. 부족한 나를 동료로, 상사로 인정하고 받아들여준 모든 분들께 감사할 따름입니다. 행복한 과학기술인이 되도록 노력해보자는 신념이 후배들에게도 잘 전달되었으면 좋겠네요.
- 내가 떠나더라도 내 아내가 어려움이 있어 협조를 청하면 귀담아 듣고 관심을 가져주면 좋겠어요.

○ 이제 긴 여행을 떠나는 나에게..
- 마지막 순간에 이르면 지난날들을 후회하게 되는 걸까요. 후회하지 않는 삶을 살아가자고 다짐하고 살아왔음에도 많은 후회가 밀려옵니다. 나는 어쩌자고 간혹 그런 다짐을 깜빡깜빡 잊으며 살아왔던 걸까. 만약 다시 살아갈 시간이 주어진다면 더 많이 사랑하고 더 많이 이해하고 더 많이 감사하며 살아가겠습니다.
- 나의 사랑하는 아내와 아이들이 있어 행복했습니다. 내가 사랑했던 나를 사랑했던 그 모든 분들이여, 안녕히 계세요. 모두 행복하시고요.

○ 나의 육신은 여기서 끝나지만 내가 생각했던 참한세상은 영원할 거라 믿어요. 오늘을 슬퍼하지 말고 각자가 삶의 의미를 생각해보는 그런 시간이 되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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