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이 고점에 도달했다는 정부의 연이은 경고에도 불구하고 서울 아파트값 상승세가 좀처럼 꺾이지 않고 있다. 서울의 고가 주택뿐만 아니라 중저가 주택도 거래가 됐다 하면 신고가가 속출하고 있다. 특히 중저가 주택이 밀집한 노·도·강(노원·도봉·강북)에서도 전용 84㎡ 기준 10억원이 넘는 아파트가 등장하면서 서울 전체 상승세를 견인하고 있다.
8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주 서울의 아파트값은 0.20% 올라 2019년 12월 셋째 주(0.20%) 이후 처음으로 0.2%대 상승률로 치솟았다. 이는 홍남기 부총리(기획재정부 장관)가 지난달 28일 "집값이 고점"이라며 "추격매수에 신중해야 한다"고 경고한 직후 나온 첫 상승 지표다. 홍 부총리는 서울 아파트 값이 7월 말까지 11주 연속 0.1%대 상승률을 기록하자 집값이 과열됐다며 매수 자제를 권고했지만, 시장은 오히려 더 강한 매수로 답한 셈이다.
부동산원이 조사한 서울 아파트 매매수급지수도 정부의 고점 경고 직전인 7월 마지막 주 107.6에서 지난주 107.9로 오히려 높아졌다. 이 수치는 지난 3월 첫째 주 이후 집계된 매매수급지수 중 가장 높은 수치다. 매매수급 지수는 기준선인 100을 넘으면 아파트 '사자' 심리가 '팔자' 심리를 앞선다는 의미다.
특히 아파트 매수 심리는 강북에서 더 강해졌다. 중저가 아파트가 밀집한 서울 외곽인 노·도·강이 포함된 동북권의 경우 지난주(110.1)보다 대폭 오른 113.2를 기록했다. 지난해 8월 첫째 주 이후 1년 만에 가장 높은 기록이다. 종로구와 용산구·중구 등이 속한 도심권도 103.4에서 107.6으로 4.2포인트 올랐고, 은평·서대문·마포구 등이 포함된 서북권도 101.7에서 105.1로, 이 밖에 동남권(104.6), 서남권(105.6) 등 다른 지역도 모두 기준선을 상회했다.
서울 곳곳에선 곡소리가 나온다. 강남권 아파트값이 일반인이 접근하기 어려운 수준으로 오르면서 서울의 중저가 아파트로 매수가 쏠리자 아파트 가격이 '키맞추기'를 계속하고 있기 때문이다. 노·도·강에서는 올 초부터 신고가 거래가 꾸준히 터지더니 하반기를 기점으로 국민주택 규모인 전용면적 84㎡에서 '10억 클럽' 아파트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실제 최근 거래된 노원구 중계동 한화꿈에그린 전용 84.9㎡는 지난달 12일 10억원에 거래되며 노원구에서 첫 '10억 클럽'에 진입했다. 도봉구 창동 북한산아이파크5차 전용 84.45㎡는 지난 2월 9억원에 거래된 후 3월 10억9700만원, 7월 11억8000만원으로 매월 신고가를 새로 썼다. 강북구 미아동 두산위브트레지움 전용 84㎡의 경우 지난해 말까지는 9억원 아래서 거래가 됐지만 지난 2월 9억3800만원으로 신고가를 기록한 뒤 7월에는 10억1000만원으로 10억원을 돌파했다.
강북구 A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올해에만 집값이 억단위로 오르면서 하반기에 더 오를 수도 있겠다는 불안감에 신혼부부나 30대 등 젊은 손님들의 문의가 여전히 많다"면서 "서울만 오른게 아니라 경기도까지 수도권 전역의 집값이 오르면서 '이제라도 빨리 사자'라는 심리가 지금의 고점 가격을 받쳐주고 있다"고 말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강남 집값이 치솟자 비강남권 아파트값은 아직 저렴하다고 느끼는 착시현상으로, 서울 외곽과 수도권 주요 지역 아파트값이 키 맞추기를 하고 있다"면서 "다만, 단기 급등 피로감과 금리 인상 움직임 등 영향으로 하반기 집값 상승 폭은 상반기보다 적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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