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60년대 이론모델속 '액체금속의 전자구조' 확인
  • 에너지·운송·의료진단기기 혁신 기대…네이처 게재
  • '고온초전도체 유사갭 설명'에 초점 맞춰 후속연구
  • 메커니즘 규명시 '상온초전도체' 개발 가능성 높여
  • 전력난해결, 자기부상열차·의료진단기기 혁신 기대

액체금속의 전자구조가 발견된 결정고체와 액체금속의 계면. 원자가 규칙적으로 배열된 바닥부분은 결정고체를 나타내고, 그 위의 불규칙적으로 분포된 물질은 표면에 분사된 알칼리 금속 원자들을 나타낸다. [사진=김근수 교수 연구팀]


무손실 송배전으로 여름철 전력수급난을 해결하고 자기공명영상(MRI)같은 의료용 진단기기의 혁신을 이끌 것으로 기대되는 '고온초전도' 현상의 실마리인, 액체금속의 전자구조가 국내 연구진들의 실험을 통해 세계 최초로 확인됐다.

5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김근수 연세대 교수 연구팀이 1977년 노벨물리학상을 수상한 이론물리학자 필립 앤더슨(Philip W. Anderson)과 네빌 모트(Nevil F. Mott) 등이 1960년대 이론모델로 예측한 액체금속의 전자구조를 실험적으로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 연구는 과기정통부 기초연구사업(중견연구, 선도연구센터 등)의 지원으로 수행됐으며, 이날 0시에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게재(논문명 'Pseudogap in a crystalline insulator doped by disordered metals')됐다.

전자구조는 물질 속 전자 파동의 에너지와 운동량(파수) 간 상관관계를 의미한다. 전자 구조를 바탕으로 물질의 전기적, 광학적 특성을 설명할 수 있다. 배열이 규칙적인 고체금속의 전자구조를 설명하기는 비교적 쉽지만, 수은처럼 형태를 자유자재로 바꿀 수 있는 액체금속의 전자구조를 설명하기는 매우 까다롭다. 액체금속의 전자구조는 1960년대 이론 모델로 고안된 이래 이날까지 실험적으로 발견된 적이 없었다.

연구팀은 전자구조를 확인하기 위해 액체금속을 직접 측정하는 과거 방식 대신 결정고체 위에 알칼리 금속을 분사해 그 사이의 계면(물질이 맞닿은 표면)을 관측하는 방식을 고안했다. 결정고체인 검은인(흑린) 표면에 나트륨·칼륨·루비듐·세슘 등 알칼리 금속을 뿌리고, 이 표면의 전자구조를 측정한 것이다. 이를 통해 1960년대 앤더슨과 모트 등이 예측한 독특한 형태의 전자구조와 '유사갭(pseudogap)'을 발견했다. 유사갭은 원자들이 불규칙하게 배열된 물질의 전자가 띠는 불완전한 에너지 간극을 지칭한다.
 

1960년대 이론적으로 예측된 액체금속의 전자구조 도안(왼쪽)과 김근수 연세대 교수 연구팀의 알칼리 금속 분사 검은인의 전자구조 측정실험 결과 그래프(오른쪽). 연구팀은 예측된 도안은 뒤로 휘는 형태의 전자구조와 유사갭(회색영역)이 나타난다. 결과 그래프에서 이와 같은 형태의 전자구조와 유사갭을 확인했다. [사진=김근수 교수 연구팀]


이론적으로 액체금속의 전자구조에서 나타날 것이라 예측된 유사갭이 결정고체인 검은인의 계면에서 관측된 것은, 전자가 알칼리 금속 원자에 의해 '공명산란(resonance scattering)'된 결과다. 공명산란이란, 물질 속의 전자 파동이 특정 주파수를 가질 때 종류가 다른 원자들끼리 충돌할 확률이 매우 높아지는 현상이다. 즉, 결정고체인 검은인의 전자가 그 표면에 불규칙하게 분사된 알칼리 금속의 원자들에 의해 액체금속의 전자구조와 같은 특징을 갖게 됐다는 게 연구팀의 설명이다.

연구책임자인 김근수 연세대 물리학과 교수는 "이종 원자들과의 충돌 효과로 유사갭을 설명할 수 있었다"라며 "이번 연구 결과는 고온초전도 메커니즘 규명에 중요한 단서를 제공한다"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만약 고온초전도 현상의 메커니즘을 규명해 상온초전도(체) 개발에 성공한다면, 에너지 손실 없는 전력 수송을 가능케 해 요즘과 같이 무더운 여름철 전력 수급난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 "자기 부상 열차와 같은 운송 기술, MRI와 같은 의료용 진단기기에도 혁신을 가져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번 연구 논문의 저자로 교신저자인 김근수 교수와 공동 제1저자인 류세희(연세대 물리학과)·허민재(포항공대 물리학과)·박도윤(연세대 물리학과) 연구원 등 4명이 이름을 올렸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성과로 규명된 유사갭의 메커니즘을 바탕으로 고온초전도체의 유사갭을 설명하는 데 초점을 맞춰 후속 연구를 수행 중이다.
 

김근수 연세대 교수 연구팀 4인. (왼쪽부터) 김근수 교수, 류세희 연구원(연세대), 허민재 연구원(포항공대), 박도윤 연구원(연세대). [사진=김근수 교수 연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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