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s 스톡] 디지털 결제의 총아 스퀘어, 에프터페이로 슈퍼앱 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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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은숙 국제경제팀 팀장
입력 2021-08-07 0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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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결제 플랫폼 스퀘어가 후불핀테크 기업 애프터페이를 290억 달러(약 33조1769억원) 규모로 인수하기로 결정했다고 지난 1일(이하 현지시간) 발표했다. 이는 스퀘어가 진행했던 인수합병(M&A) 중 최대 규모다. 잭 도시 스퀘어 공동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는 "스퀘어와 에프터페이는 같은 목표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면서 "우리는 금융 시스템을 보다 공정하고 접근 가능하고, 포용적이도록 하기 위한 비즈니스를 개발하고 있고 애프터페이도 이러한 원칙 아래 신뢰할 수 있는 브랜드를 생산해냈다"고 밝혔다. 

대규모 인수는 핀테크와 은행계에 큰 파문을 일으킬 것이라고 파이낸셜타임스(FT)는 전했다.  '지금 사고 나중에 결제한다(Buy Now Pay Later·BNPL)'는 후불 결제 추세가 시장에서 얼마나 큰 역할을 할지에 대해서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사진=스퀘어 제공]

젊은 세대 사로잡는 애프터페이
애프터페이는 구매자들이 먼저 결제를 하고, 4회 무이자 할부로 상품을 구입할 수 있도록 해준다. 그러나 이후 자동화 결제가 제대로 되지 않을 경우 연체료를 낸다. 금액을 다 지불하기 전까지 계좌는 잠금 상태로 변해 거래를 할 수 없게 된다.

FT는 "애프터페이는 밀레니얼세대와 Z세대 소비자들이 신용카드 등 전통적 신용 거래 시스템을 잘 믿지는 않지만, 여전히 돈을 빌려 물건을 구입하고 싶어 한다는 점에 착안한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어린 시절 금융위기를 겪은 이들은 신용카드 사용을 꺼리는 경향이 있다. 

애프터페이는 지난 2014년 금융결제 서비스 시장에 진출했다. 호주에서 가장 가치 있는 기술기업으로 단기간에 부상했다. 여기에 코로나19로 ‘페이’ 수요가 늘어나면서 애프터페이는 더욱 급성장하게 됐다. 

창업자인 닉 몰너는 올해 31세의 젊은 기업가다. 호주 투자회사인 기네스피트그룹의 최고투자책임자(CIO)를 지낸 앤서니 아이젠과 함께 소비자대출 전문 스타트업의 개념으로 애프터페이를 처음 만들었다. 

애프터페이는 신용카드를 대체하는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급성장했다. 정해진 기한에 결제를 진행하지 않는 이들에게는 연체료를 물리지만, 일정 비율이 넘지 않도록 했다. 일부 연체 가능성이 높은 소비자들은 결제 요청이 거절되기도 한다. 

코로나19 확산은 애프터페이의 성장에 기름을 부었다. 지난해 5월에는 중국 텐센트홀딩스가 애프터페이에 투자해 지분 5%를 보유하기도 했다. 연체 시 두 자릿수 수수료율을 부과하는 신용카드 대신 애프터페이의 무이자 할부금융이 매력적이기 때문에 소비자들의 이동도 이뤄지고 있다.

스퀘어의 최고재무책임자 암리타 아후자는 FT에 "우리는 후불결제가 초기 단계에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지금 구매하면 나중에 결제할 수 있는 후불결제는 2024년까지 10조달러 규모로 클 것이라고 본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애프터페이 시장에는 여러 기업들이 뛰어들고 있다. 스웨덴의 클라나, 실리콘밸리에 본사를 둔 어밋, 페이팔과 같은 대형 업체들과 애플도 시장을 탐색하고 있는 중이다. 애플은 올해 초 애플페이와 월렛 앱 확대를 목표로 후불결제 경험이 있는 결제부문 직원 채용에 나섰다. 블룸버그는 앞서 애플이 골드만삭스와 애플페이 후불결제 서비스를 개발하기 위해 협력하고 있다고 전하기도 했다. 

다만 이 부분은 규제 공방이 치열하다. 이른바 신용등급 조회 등 없이 즉각적으로 돈을 빌려주는 산업에 대해 규제가 적용될 수도 있다는 위험이 있다. 주요 수익원인 수수료 인하 경쟁에 내몰리며 수익성이 악화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애프터페이는 규모는 급성장했지만, 여전히 수익을 제대로 내지 못하고 있다. 

클라나의 최고경영자인 세바스찬 시미아트코프스키 회장은 지난 2일 CNBC를 통해 "이번 10년은 은행 산업의 격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이렇게 일찍, 이런 큰 규모의 인수가 이루어지다니 조금 놀랍지만, 동시에 이것이 우리가 앞으로 보게 될 방향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스퀘어에 새로운 활력 줄 것 
이번 인수합병이 스퀘어에 새로운 활력을 줄 것이라고 업계는 전망한다. 스퀘어는 비트코인 투자로 2분기 4500만달러(약 518억원)의 장부상 손실을 기록했다고 CNBC방송이 지난 2일 보도한 바 있다. 비트코인 가격 하락으로 스퀘어의 주가는 큰 타격을 입은 바 있다. 

그러나 이번 뉴스가 전해지면서 주식시장에서는 다시 스퀘어의 주가가 10% 넘게 상승하는 모습을 보였다. 앤드루 애서튼 유니언 스퀘어 어드바이저스 전무는 "사람들은 잭 도시에게 대담하고 큰 내기를 한 것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애프터페이와의 협력을 통해 스퀘어는 이제 수백만 가맹점에 후불 결제를 제공할 수 있게 됐으며, 아미존과 타깃을 포함한 여러 유통 채널에서도 후불결제 고객을 유치할 수 있게 됐다. 

이용자 약 7000만명에 달하며, 결제·암호화폐·저축·투자 원스톱 금융서비스를 구축하고 있는 캐시앱에 애프터페이가 통합될 것으로 보인다. 이로써 캐시앱은 은행권의 슈퍼앱으로 등극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미즈호증권의 댄 돌레브 애널리스트는 이미 지난달 스퀘어에 대한 분석보고서에서 “스퀘어의 캐시앱이 사용자당 매출을 200% 늘리는 길에 있으며, 고객 기반을 확대하는 길 위에 서 있고, 고객 기반을 확대할 충분한 여력도 있다”고 전망했다. 이어 ‘매수’ 투자의견과 함께 목표주가를 380달러로 제시했다. 

돌레브는 이어 “캐시앱은 미래 은행업의 강력한 기반이 될 수 있다”며 “지금 스퀘어에 투자하는 것은 150년 전 전설적 은행가인 JP 모건이 은행을 설립할 때 투자하는 것과 같다"고 극찬하기도 했다. 스퀘어는 2015년 11월에 상장했다. 이후 주가는 1700% 이상 오르는 등 승승장구했다. 주요 사업은 송금결제 앱인 캐시앱과 소매업을 위한 결제 서비스다.

투자은행인 DA 데이비슨의 크리스 블렌들러는 이번 합병을 두고 "중국을 제외한 지역에서 가장 매력적인 슈퍼앱이 혜성처럼 등장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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