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기고] 새 주택임대차보호법이 진정 악법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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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선영 기자
입력 2021-08-03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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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진 한국부동산법학회장

[사진=김진 한국부동산법학회장]


임대차법이 시행된 지 1년이 지난 지금, 많은 전문가들이 “시장질서를 파괴하는 임대차법 폐지가 집값 안정의 유일한 해법”이라고 한다. 일부는 “임대차법 시행으로 아파트 전셋값, 월셋값이 폭등했다”고 하면서 임대차법을 악법으로 인식하고 있다. 혹자는 “근대 시민법에서 절대적 가치로 인정한 자유시장경제에 따른 당사자 사이의 계약자유의 원칙에 맡겨야 한다”고 한다.

근대 시민법은 계약은 자유롭고 평등한 독립된 권리주체인 계약당사자의 합의에 의해 이루어진다고 생각했다. 따라서 주택임차인은 주택소유자인 임대인과 법적으로 평등하고 외부의 어떠한 간섭도 받지 않고 자유로운 의사에 의하여 임대차계약을 체결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실질적으로 무주택 임차인은 경제적 약자이며 거주(생존)하기 위해서 매우 불리한 계약이라도 이를 감수하고 계약을 체결할 수밖에 없다.

이러한 중대한 문제를 당사자에게 일임하는, 다시 말해 주택임차인을 독립적이고 자유롭고 평등한 권리주체라는 측면에서 보는 것이 타당한가? 아니면 자유주의적 자본주의 경제 하에서 거주의 위협을 받는 주택임차인의 주거생활 안정(또는 인간다운 생활)을 보장한다는 목적으로 국가가 개입하여야 하는가?

20세기에 들어오면서 시민법이 보장하는 자유가 심각한 사회적 문제들을 야기하자, 많은 논의 끝에 국민적 합의로 계약자유의 원칙에 대한 국가의 개입을 인정하는, 주택임대차법과 같은 사회법이 등장하였다.

따라서 무주택 임차인의 임차권 존속 문제는 계약당사자에게 일임할 문제가 아니라, 국가가 개입하여 무주택 임차인의 주거생활의 계속적인 안정을 위하여 여러 가지 시책(입법)을 강구하게 되면서 임대차법이 마련되었다.

아파트 전셋값, 월셋값 등이 폭등한 원인은 주택 시장에 주택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다음으로는 아파트 가격상승을 억제하기 위해 아파트 소유자에게 시행한 급진적이면서 복합적인 징수정책의 역효과로 주택시장에서 매매, 전세 등 주택거래가 거의 정지되었기 때문이다. 저금리로 인한 풍부한 유동성도 그 원인 중 하나다.

전세거주 형태에서 월세거주 형태로 전환하는 이유는 저금리로 전세계약의 장점이 상실되었기 때문이다. 최근의 저금리로 주택임대인은 전세보증금을 활용하여 일정한 수익을 얻기 어렵게 되자 전세를 월세 또는 보증부월세로 전환했다.

기존 임대차법은 임대차관계에서 열위에 있던 임차인의 입장을 고려해 규정됐지만, 여전히 임차인은 수동적 당사자였다. 개정 임대차법은 임차인이 적극적으로 주장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하여 임대차 관계를 보다 공정한 관계로 변모시키기 위해 필요한 것이었다.

무주택 임차인의 주거생활 안정을 보장하기 위해 임차권 존속보호의 핵심인 전월세신고제, 전월세상한제, 계약갱신청구권을 규정한 임대차법이 아파트 소유자에게는 강력한 행정규제인 세금징수, 가격상승에 대한 기대심리 및 저금리와 맞물려 실효성을 거두지 못하고 있는 것이 너무나 아쉽다.

결국 주택가격이나 전세보증금의 대폭 인상을 억제하는 가장 중요한 정책은 무주택자의 수요에 충족할 수 있는 양질의 주택을 대량공급(소유형 주택과 임차형 주택 포함)하는 것이다. 이러한 주택시장에서 임대인의 정상적인 전세금(월세금 포함)에 의한 소득을 보장하고, 생존과 직결되는 임차인의 거주를 실질적으로 보호하는 주택정책을 마련하는 데 우리 모두가 지혜를 모아야 할 때다.

계약은 당사자가 공정한 이익조정을 하기 위한 제도다. 개인이 자기결정으로 그 이익을 지키지 못할 경우에는 법이 공정한 수단과 방법을 찾아야 한다.

따라서 ‘계약의 자유(Vertragsfreiheit)’에서 ‘계약의 공정(Vertragsgerechtigkeit)’으로 계약 전체의 공정한 조정, 급부와 반대급부의 균형, 개개의 계약조건의 공정한 이익을 조정해 인류의 보편적 가치를 존중하면서 일반 사회평균인에게 올바른 법으로 인식되는 그날이 하루 빨리 오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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