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견기업 회장에게 골프장은 '화수분'…골프장 영업익, 본업의 최대 87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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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기원/김면수 기자
입력 2021-07-29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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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부여군에 위치한 백제컨트리클럽 전경. [사진=백제cc 홈페이지]

국세청이 백제CC와 진양밸리CC, 히든밸리CC 등 충청권 소재 골프장을 상대로 세무조사에 착수한 가운데, 일부는 중견기업 회장 일가의 재산 증식을 위한 화수분 역할을 해온 것으로 나타났다.

본지가 이들 골프장 3사의 감사보고서를 검토한 결과, 일부 골프장의 경우 오너 일가의 본업에서 벌어 들이는 영업이익을 압도했고, 축적된 자금력을 바탕으로 최근에는 항공사를 인수하는 사례도 있었다. 골프장과 오너 가족 소유 회사 간 내부거래도 다수 파악됐다.

대표적으로 대국건설산업 형남순 회장이 소유한 백제CC는 지난해 매출액 179억원, 영업이익 59억원으로 대국건설산업의 매출액 146억원, 영업이익 6800만원을 압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백제CC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대국건설산업의 약 87배에 달한다.

형 회장은 1994년 대국건설산업을 세운 후 2008년 백제CC, 2014년 성정을 설립했다. 지난달에는 아들 형동훈 대표가 최대 주주인 성정을 통해 저가항공사(LCC) 이스타항공을 약 1100억원에 인수했다. 업계에서는 형 회장이 이스타항공 인수 자금을 동원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골프장 사업의 막대한 수익 영향이 컸던 것으로 보고 있다.

히든밸리CC의 이두화 회장도 지난해 본업보다 부업인 골프장 사업에서 더 많은 이익을 냈다. 이 회장의 주업 업체는 1993년 설립한 건물 및 토목 엔지니어링 서비스업체 삼보기술단이다. 이 회장은 참엔지니어링건축사무소 회장도 겸하고 있다.

히든밸리CC의 운영사인 아름다은의 지난해 매출은 207억원, 영업이익은 131억원에 달한다. 영업이익률이 무려 63%에 달한다. 이 회장의 주업 업체인 삼보기술단 영업이익(22억원)의 약 6배 규모다.

진양개발이 운영하는 진양밸리CC 역시 지난해 매출액 169억원, 영업이익 91억원으로 영업이익률은 54%에 달했다. 진양개발은 보현과 KPX홀딩스 양규모 회장의 막내딸 양수연씨가 각각 69.67%, 17.46%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2018년까지 KPX홀딩스 자회사인 진양홀딩스와 양규모 회장이 과반의 지분을 가지고 있었지만 이후 보현과 양수연씨에게 지분을 넘겼다. 최대주주인 보현은 서울 강남구 역삼동 소재 비주거용 건물 임대업체로 양수연씨가 대표로 확인됐다.

KPX홀딩스는 계열사만 수십개에 달하는 KPX그룹 소속 회사의 지주사로, 연결 매출만 약 1조원에 달하는 큰 회사다. 진양개발의 영업이익은 KPX홀딩스의 총 연결 영업이익의 약 9분의1에 달하는 규모다.

문제는 이들 회장 일가 소유의 골프장과 자녀 기업 등 특수관계자 간 내부거래가 확인된다는 점이다. 국세청도 이번 세무조사에서 골프장 오너와 가족 소유 회사간 내부 거래를 면밀히 들여다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이스타항공을 인수한 성정의 경우 지난해 백제CC를 통해 발생된 미수금 규모가 28억원으로 매출액 59억원의 약 절반에 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성정은 골프장관리용역업과 부동산개발업 등을 주 사업으로 하는 업체로, 본사 주소지가 백제CC 안에 위치해 있다. 형 회장의 아들 동훈씨 48.32%, 딸 선주씨 47.63%, 형 회장이 4.05%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성정은 지난해 카트장비관리수입이 9억원, 식음료수입이 16억원으로, 형 회장이 소유한 백제CC 관련 부대 수익의 상당수가 자녀들에게 고스란히 흘러가는 구조다.

이두화 회장이 소유한 히든밸리CC의 운영사 아름다은도 삼보기술단 등 특수관계자를 통해 발생된 매출이 5억8800만원으로 나타났다. 양규모 회장의 막내딸이 주주인 진양밸리CC의 운영사 진양개발은 KPX케미칼(35억원), KPX홀딩스(25억원) 등 아버지 소유 회사로부터 발생한 채무액이 지난해 말 기준 105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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