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지원 신약개발 지원금, "해외로 줄줄 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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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환욱 기자
입력 2021-07-28 0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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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 외국계 임상대행 기관 선호

  • 신약 개발 지원금, 대부분 임상대행 비용으로 사용

JW중외제약 C&C신약연구소 연구진.[사진=JW중외제약 제공]



코로나19를 계기로 제약·바이오 산업이 성장하면서 신약 개발 시장도 각광을 받고 있다.

이에 정부도 지원금을 아끼지 않고 있지만 신약 개발 필수 관문인 임상 시험 대행을 외국계 기관에 위탁하는 현상이 두드러져 정부 신약개발 지원금이 해외로 새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28일 보건복지부의 '2021년도 R&D 사업 통합 시행계획'에 따르면 지난 2020년 '신약·의료기기' 분야 연구·개발(R&D) 투자금액은 1334억원이다.

주요 R&D 전체 투자금 5278억원 중 25%를 차지하며, 코로나19 관련 '질환극복·관리' 다음으로 R&D 투자금의 가장 큰 부분을 차지했다.

이처럼 정부가 신약 개발에 전폭적인 지지를 이어가는 가운데, 신약 개발 지원금을 받아 개발을 진행하는 제약·바이오벤처들은 정작 투자금을 외국계 임상시험수탁기관(CRO)에 상당 부분을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CRO는 제약·바이오 업체들의 의뢰를 받아 임상 시험을 대행하는 기관을 말한다.

제약·바이오 산업은 투자 대비 성공확률은 매우 희박해 대표적인 고위험 산업으로 분류되는데, 개발에 들어가는 비용을 줄이기 위해 대부분 임상시험수탁기관(CRO)에 임상시험을 의뢰해 효율적으로 실험을 진행한다.

신약 개발 시 대부분의 벤처 기업들은 정부로부터 신약 개발 지원금을 받아 개발을 진행하는 만큼 외국계 CRO를 선호하는 경향이 뚜렷해질수록 세금으로 만들어진 지원금이 외국계 기관으로 흘러 들어가는 구조가 되는 셈이다. 

국가임상시험지원재단에서 발간한 2020년 한국 임상시험 산업정보통계집에 따르면 국내 임상 CRO 현황을 살펴보면 65개 기업 중 45개(69%)가 국내 법인이며, 외국계 기업은 20개(31%)인 것으로 나타났다. 토종 CRO 기업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국내 CRO 시장에서의 매출 비중을 살펴보면 국내 CRO가 연간 매출의 절반에 겨우 미치는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임상 CRO의 지난 2019년 연간 매출 현황을 보면 국내 CRO는 2583억원인 반면, 외국 CRO의 연간 매출은 2643억원으로 외국 CRO가 더 큰 실적을 기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외국계를 선호하는 가장 큰 이유는 수출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각국 규제 당국의 허가를 수월하게 받기 위해 해외에서도 신뢰도를 인정받는 CRO 기관을 선택하는 것이다.

국내 한 바이오벤처 관계자는 이날 본지와의 통화에서 "요즘은 임상·비임상 비용을 회사 측이 5000만원 정도만 부담하면 국가신약개발사업단으로부터 10억 정도 지원금을 받아 임상 수행이 수월해졌다"며 "그런데 그 돈을 받으면 다 해외로 나가거나, 해외 CRO 기업에 의뢰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우리나라에 맡길 곳이 없어 임상도, 약품 제형을 만드는 것도 어쩔 수 없이 해외에 맡겨야 하는 측면도 있다"고 토로했다.

설대우 중앙대 약학과 교수는 "외국계 CRO를 선호하는 경향은 분명 존재한다"며 "미 FDA의 경우 같은 임상 데이터이더라도 국제적으로 신용도 있는 CRO가 수행한 결과를 더 신뢰한다. 더 공정할 것이라 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외국계 CRO 선호 현상은 글로벌 CRO 시장에서 우리나라 입지를 살펴봐도 확인할 수 있다.

실제 국내 CRO 업계의 글로벌 시장 점유율은 3.2% 수준으로 영향력이 미미한 상황이다. 문제는 외국계 CRO 선호 현상이 지속될 경우, 국내 CRO 기업은 물론 제약·바이오 업계 전반의 성장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의약품을 생산하는 제약·바이오 산업과 임상 시험을 수행하는 CRO 시장은 반드시 함께 갈 수밖에 없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이에 전문가들은 장기적 안목으로 국내 CRO 시장을 키워나가야 한다고 제언했다.

설 교수는 "해외 시장에서 약세인 국내 CRO 업계가 쉽게 성장하기는 어려운 게 현실이다. 하지만 국내 CRO의 성장은 제약·바이오 산업 발전과 맞물려 있는 것"이라며 "20년, 30년이 걸리더라도 우리나라 CRO가 해외에서 신뢰도를 얻고 이름을 알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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