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돋보기] 유럽서 확대되는 ‘백신 접종 강요’... 한국은 시기상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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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석준 기자
입력 2021-07-27 1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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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 세계 곳곳에서 백신 접종 반대 시위... 접종 강요 정책에 반발

  • 전문가 "현재 백신 접종률 낮은 한국은 백신 강요 정책 맞지 않아"

  • 당국, 전자 증명서 등 인프라는 마련... "당분간 접종 의무화 계획 없어"

각국이 델타 변이 위험에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의무화하는 정책을 내놓자 대규모 시위가 잇따라 벌어졌다. 국내에도 백신 접종을 의무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지만 보건계는 백신 물량이 아직 부족한 상황에서 접종 의무화는 시기상조라고 내다봤다.
 
접종률 높은 각국서 '백신 접종' 반대 시위 열려

지난 24일 프랑스 파리에서 일어난 백신 접종 반대 시위 현장. [사진=AFP·연합뉴스]

27일 AFP 통신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각국이 백신 접종을 강요하는 정책을 내놓자 곳곳에서 이를 반대하는 시위가 열렸다.

프랑스 정부는 지난 21일부터 영화관, 헬스장 등 50명 이상이 모이는 문화·여가 시설 이용 시 백신 접종 여부를 확인하는 보건 증명서를 제출해야 하는 정책을 시행했다. 다음 달에는 정책 범위를 버스, 기차, 비행기를 비롯한 대중교통과 보호 시설 등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파리를 비롯한 프랑스 주요 도시에서는 16만명이 모여 백신 접종을 거부한 대가로 활동에 제약을 받는 것에 대해 항의하는 시위가 벌어졌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백신 접종을 거부하는 사람들은 이기적이고 무책임하다”며 시위대를 비판했다.

이탈리아 로마와 그리스 아테네에서도 백신 미접종자에 대한 활동 제한 정책에 반대하는 시위가 진행됐다. 이탈리아 정부는 현재 백신 미접종자의 실내 체육시설 이용 등을 제한하며 내달 초부터는 백신 접종 증명서인 ‘그린패스’ 적용 범위를 수영장, 극장, 실내 음식점 등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미국에서는 음모론을 바탕으로 백신을 거부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AP통신에 따르면 지난 21일 캘리포니아 로스앤젤레스 병원에서 코로나19로 인해 사망한 스티븐 하먼은 죽음 직전까지 종교를 이유로 코로나19 백신을 비난했다. 근거 없는 백신 음모론이 퍼져나가자 미 당국도 우려를 표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SNS에서 백신 관련 가짜뉴스가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SNS가 사람들을 죽이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에는 백신 접종을 강요하는 정책 시행이 아직 이르다는 게 중론이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백신 접종을 장려하는 정책은 백신 접종률이 어느 정도 올라오고 나서 접종에 반대하는 사람들을 설득하기 위해 사용하는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통계 사이트 '아우어 월드인 데이터‘에 따르면 지난 25일 기준 프랑스 국민의 코로나19 백신 접종률은 1·2차 접종을 포함해 58%다. 이탈리아는 62%에 달한다. 그리스 역시 53.9%로 국민 절반이 백신을 접종했다.

반면 한국은 33%에 그쳐 아직 백신 공급이 수요를 못 따라가는 모양새다. 중앙사고수습본부가 발표한 ‘코로나19 관련 인식조사’ 결과 백신 미접종자 중 77.3%가 ‘접종받을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또한 코로나19 백신 사전예약 때마다 서버가 마비되는 현상도 백신 공급이 부족한 현 상황을 증명한다.

일각에서는 백신 접종 강요 정책이 백신 미접종자에 대한 차별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천 교수는 “아직 우리나라는 백신을 맞은 사람이 별로 없는 상황이라 억울한 사람들이 생길 수 있다. 백신 접종 여부가 차별로 다가올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 3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코로나19 백신 미접종자에게 백신 강요 및 차별을 금지하라’는 글이 올라왔다. 글쓴이는 “백신 접종 여부는 국민 개개인의 선택을 존중받아야 하는데 백신을 맞기 꺼리는 사람이 직장에서 백신을 맞으라는 지시에 어쩔 수 없이 백신을 접종하는 사례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백신 미접종자가 재직 중인 회사에서 불이익이나 차별받는 일이 없도록 해달라. 백신을 접종하는 것도 국민 개인의 권리이고 백신 접종을 하지 않는 것도 개인의 기본적인 권리다”라고 덧붙였다. 해당 청원은 1만7610명으로부터 동의를 받았다.
 
방역 당국 "백신 강요 계획 없어... 전자 증명서 인프라는 마련"

만 55∼59세(1962∼1966년생)에 대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시작된 26일 오전 서울 강서구의 한 코로나19 백신접종 위탁의료기관에서 의료진이 백신접종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방역 당국은 당분간 백신 접종에 강제성을 부여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코로나19 예방접종대응추진단 관계자는 “백신 접종 증명서를 강제로 발급받아 의무적으로 제출하게 할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다만, 백신 접종 증명 여부를 편리하게 확인할 수 있는 인프라는 미리 갖췄다. 정부는 현재 전자 예방접종증명서 애플리케이션(COOV)을 통해 백신 접종 여부를 확인할 수 있게 했다.

최근 질병관리청은 카카오, 통신 3사 등 민간 기업과 협력해 QR코드 기반 전자출입명부 서비스에 백신 접종 인증 기능을 추가했다. 또한 COOV 내 전자예방접종증명서 발급·인증 기능을 클라우드 서버로 이관해 기술 안정성도 확보했다. 추진단 관계자는 “전자출입명부를 통해 백신 대상자 편의를 마련했다”고 말했다.

당국은 백신 접종을 강요 대신 독려하는 분위기다. 중앙방역대책본부는 '4차 대유행' 전 백신 접종 독려를 위한 ‘인센티브’ 제도를 추진한 바 있다. 백신을 1회 이상 접종받은 사람은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고 산책, 운동, 등산, 물놀이 등 실외 여가·레저 활동을 할 수 있다는 것이 주 내용이다. 확진자가 적게 나오는 중인 일부 지자체는 백신 접종 완료자를 사적 모임 제한 인원 기준에서 제외하는 방역 수칙을 운영 중이다.

전문가도 백신 접종 증명 제도가 시기상조라고 설명했다. 정재훈 가천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한국의 현 상황에서는 사회적 거리두기 지침이 맞다. 백신 접종 증명 제도는 접종률이 많이 올라도 접종을 거부하는 사람이 있을 때 효과를 볼 수 있는 정책이다”라고 말했다.
 

[사진=아주경제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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